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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Feb 12. 2024

암튼  웹소설

몇 달 전 마케팅 포럼에 참석했다. 마케터라면 한번쯤 들어봐야 하는 유명한 포럼이어서 쟁쟁한 기업들이 스폰서로 많이 참여했다. 그중 카카오페이지(이하 카페)가 참가자 전원에게 만 원짜리 쿠폰을 나눠줬다. 카페에 거의 매일 접속하는 사람으로서 다른 여러 기념품 중 단연 마음에 드는 선물이었다. 게다가 무려 만원이다.  욕심이 생긴 나는, 함께 참석한 직원들을 찾아가 그 카페 쿠폰이 필요한지 아닌지를 물어보며 다녔다. 어떤 직원은 기념품 보따리 안에 그런 쿠폰이 있는지 조차 몰랐고 어떤 직원은 어디다 두었는지 찾지를 못했다. 그 쿠폰의 용도를 몰라서 어딘가에 치워둔 것이다. 그래봤자 앉은자리, 책상, 가방 어딘가에 있을 테지만 쿠폰이 없었다. 아마도 어쩌면 받자마자 버린 것 같았다. 버려졌다고 생각하니 너무너무 아까웠다.


카페 애용자라고 밝히며 쿠폰 필요 없으면 달라는 팀장을 대부분 신기하게 쳐다보며 줬다. 그중 한 직원은 본인이 헤비 유저(heavy user)라서 줄 수 없다고 했다. '오호~ 나랑 같은 취미네!' 하는 반가운 마음에 말을 걸고 싶었지만, MZ세대에게 사적인 영역의 질문을 하면 안 된다고 하여 꾹 참았다. '그렇지, 여긴 하는 일에 도움 되라고 비싼 강의료를 회사가 대주고 교육받으라는 자리인데, 그런 얘길 하면 안 되겠지!' 하며 넘어갔다. 그렇게 17장을 모았다. 17만 원. 완전 부자가 느낌에 마음이 뿌듯했다. 만원이면 웹소설 100화를 있다. 회당 200원짜리 소설도 있지만 드물다. 쿠폰을 쟁여놓고 두고두고 생각에 신이 났다.  


집에 오자마자 카페에 쿠폰을 등록했다. 한꺼번에 다하지 말고 2장만 해놓고 야금야금 등록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두 번째 쿠폰부터 등록되지 않았다. 그제야 쿠폰에 써진 유의사항을 읽어봤다. 한 ID당 한 장의 쿠폰을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쿠폰 번호가 다 다르길래 혼자 전부 쓸 수 있는 줄 알았더니 카페 계정 하나만 해당되는 것이다. 실망감이 몰려왔다.

"그러면 그렇지. 카카오가 나 같이 꼼수 부리는 사람을 위해 방법을 강구해 놨겠지. 바보가 아닌 다음에야 여러 사람에게 홍보할 목적으로 뿌린 걸 한 사람이 쓰도록 놔두지 않았겠지"


17장을 모으기 위해 돌아다닌 시간이 아까웠다. '그런 것도 보세요?'라는 눈빛을 하던 직원들을 떠올리니 쑥스런 마음이 들었다. 그렇다고 창피하지는 않다. 남은 쿠폰 중 두 장은 조카 두 명에게 각각 나눠주고 나머지는 쓰레기통으로 들어갔다.  버리기 아까워 한참을 망설이다 버렸다. 망설여봤자 쓸데가 없는데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얼마 전, 헤비유저라 밝힌 직원과 점심을 같이 했다. 화제는 자연스럽게 웹소설로 이어졌다.

"카페만 보세요? 네웹도 보세요?"

"난 다 봐. 카페, 시리즈, 네웹, 카카오 웹툰 모두.  G대리는 주로 어디 봐?"

"저는 카페를 주로 봐요. 요샌 회사일이 많아서 잘 못 봐요."

"나한테 추천하고 싶은 웹소설 있어? 난 웹툰보다는 소설을 더 좋아해. 그것도 완결된 거로. 연재 중인건 뒷얘기가 궁금해서 기다리기 힘들더라고."

서로 인생작을 추천하고 왜 그 소설을 추천하는지 설명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얘기했다.


웹소설과 웹툰에 입문하기 전, 다소 경시하는 마음을 가졌던 과거를 반성한다. 배경이 된 시대가 일관적이지 않고, 오타가 수 없이 보이고 심지어 등장인물의 이름이 뒤섞여서 읽는 사람이 알아서 이해하며 봐야 하는 부분은 굉장히 아쉽지만, 그건 일부 작품에 한해서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힘은 대단하다. 주인공의 서사와 사건이 몰입감을 높인다. 판타지 장르는 '그 시대에 그런 게 어디 있어?'라는 질문을 모두 불식시킨다.  괜찮은 작품은 깨달음과 사유를 불러일으킨다. 곱씹게 만드는 명대사도 많다.


드라마 '사내 맞선'으로 시작된 웹툰 입문은 소설로 이어졌다. 처음엔 12다무, 3다무 등 12시간마다, 3시간마다 무료로 볼 수 있는 회차를 하나씩만 봤으나 나도 모르게 결제를 하게 되었다. 이야기를 끊기가 어렵다. 볼수록 요령이 생겨서 3다무가 걸린 소설이나 웹툰은 다운로드를 미리 놓고 자기 전에 한꺼번에 읽는다. 그러면 연달아 보게 되어 결제를 좀 덜하게 된다. 네이버와 카카오에 동시 올라간 소설은 무료로 교차해서 본다.  재밌게 보던 소설이 웹툰으로 나오면 다시 보게 된다. 스토리를 다 알고 있는데도 시각적으로 구현된 것을 보면 또 다른 감흥을 준다. 웹소설 하나가 재미있으면 그 작가가 쓴 작품을 다 찾아서 읽어본다. 책을 볼 때도 작가 위주로 다 보는 편인데 웹소설도 그렇다.


웹소설은 매일 5천 자 씩 써야 한다고 한다. 웹툰은 주 1회 연재를 하지만 웹소설은 매일 연재하는 경우가 많다. 수개월을 매일 그렇게 써야 한다니 웬만한 필력과 상상력으로는 하기 힘든 일이다. 소설을 웹툰으로 만드는 경우는 연재를 2년, 3년 하는 것이 기본이다. 작화를 그리는 작가가 한 웹툰에 매여 아무것도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그런데도 여러 작품을 그린 작가는 정말 대단하다. 웹소설과 웹툰 작가를 존경하는 마음이 절로 든다. 드라마를 무지 좋아했는데 요즘 잘 안 본다. 웹소설에 비해 시시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자주 보다 보니  이 시장이 얼마나 큰 지, IP(지적 재산)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된다. 천만 뷰가 넘는 작품이 수두룩하다. 회당 100원씩 보통 200화 내외로 완결되는데 어떤 작품은 외전 포함 600화가 넘는 것도 있다. 단순 계산을 해도 억대 수입을 얻는 작가가 많음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 플랫폼, 기획사 등과 배분해야 할 테지만.  요즘 드라마 대부분의 원작이 웹툰이고, 웹툰의 원작이 웹소설인 게 많다. 관련 굿즈, 영화화 등 OSMU(One Source Multi Use)가 가능한 IP확보가 진짜 중요한 시대다.  그러다 엉뚱하게 '나도 웹소설을 써볼까?'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러다 곧 접었다.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란 걸 읽을수록 체감한다. 세계관을 만드는 상상력이 부족하다.


아직은 독자로 소비하는 것이 즐겁다. 혼자 있는 시간이 전혀 심심하지 않고, 시간이 모자라다고 느끼는 일 중의 하나가 웹소설과 웹툰을 보는 것이다. 눈이 많이 피로해진다는 단점이 있지만, 재미를 놓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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