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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Jan 07. 2024

글 잘 쓰는 사람은 뭐 이리 많은가?

- 그래도 언젠가는 작가가 될 것이다-

각종 경연 프로그램을 보다 보면 "우리나라엔 뭐 이렇게 잘하는 사람이 많은가?"라고 말하게 된다.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 요리면 요리 등등 우열을 가리는 행위는 관객을 위한 재미요소일 뿐, 큰 의미가 없는 일일 정도라는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글 잘 쓰는 사람들은 또 왜 이리 많은가?


2023년 마지막 주를 크리스마스 시작과 함께 쭈욱 집에서 보냈다. 목표는 매일 글쓰기였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매일 글쓰기'라는 목표를 한번 달성해보고 싶었다. 마침 8월에 여행 다녀온 내용을 쓰고 싶었는데 시간을 내기가 녹록지 않았다. 미루고 미루다가 휴가를 내고 집에만 콕 박혀 글을 썼다. 2022년부터 다시 꾸준히 글쓰기를 했다. 어떤 때는 한 달에 한 번, 두 달에 한 번 쓸 때도 있었지만, 마음의 끈만은 놓지 않고 있었다.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며 브런치북으로 묶어보겠다는 결심도 했었다.


나름 주제를 정하고 그 주제에 맞는 이야기를 글로 썼다고 생각했는데, 브런치북으로 엮으려니 이야기가 많이 분산되어 있었다. 그나마 건강과 운동에 대한 이야기를 하나로 묶고, 일상에서 느낀 '손톱의 때'만큼 성장한 마음 이야기를 묶었다. 그리고 '출판 프로젝트'에 응모할까 말까 망설이다가 경험 삼아 제출했다. 그간 수상한 작품과 비교할 때 일단 주제가 너무 산만해서 '어림없다' 싶었지만 수 천, 수 만 편의 브런치북 응모작 중 하나로 취급되어도 괜찮겠다 싶었다. 암튼 '도전'했다는 의미는 있으니까.


글 한 편을 매일 올리자는 결심을 하고 나자 휴가가 끝나고 일하는 날에 올릴 글을 미리 써놔야 했다. 퇴근해서는 도무지 쓸 시간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가 금방 갔다. 글 한 편을 쓰는데 보통 4시간이 걸렸다. 짧게는 3시간. 절대로 한, 두 시간에 끝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맞춤법, 띄어쓰기, 오타를 두세 번 검토한 후에 발행했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려면 추가 시간이 더 필요하다. 한 편 쓰고 다듬고 발행하고 다음 편 글을 쓰고 며칠을 그렇게 했더니 너무 피곤했던 모양이다. 감기에 덜컥 걸려버렸다. 집에만 있었는데 감기에 걸리다니. 더구나 감기가 눈으로 왔다. 따갑고 아프더니 빨갛게 충혈되어 눈을 뜨고 있기가 힘들었다. 결국 써놓은 글이 소진되자 더 글을 올릴 수 없었다. 매일 올린다는 계획이 무너졌다. 허탈했다. 꼭 지키고 싶었는데, 한 번 해내고 싶었는데 말이다. 하루를 쉬고 눈 상태가 조금 괜찮아지자 다시 글을 썼다.


매일 쓰고 나면 어떤 성취감이 들지, 무엇이 달라질지 궁금했다. 그래서 해보고 싶었다. 여행기는 16화로 마무리를 지었다. 하루 빼고 15일을 꾸준히 올렸다. 달라진 점은 확실히 글 쓰는 솜씨(?)가 는다는 걸 체감한 것이다.  사용하는 단어가 늘어나고 묘사를 더 하게 되고 주제에 맞게 쓰려고 더 집중하게 된다. 유머를 시도하게 된 점도 발전이라면 발전이다. 비록 하루는 빠졌지만 기한 내에 여행기를 마쳐 후련하다. 누구도 모르는 나만의 계획과 약속이지만, 뿌듯하다. 결심한 일을 끝내는 성취감은 자신감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런데 자신감은 아직 모르겠다. 보름간 글을 발행하며 브런치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처음엔 내 글에 '좋아요'를 눌러준 작가의 글을 읽기 시작하여 '요즘 뜨는 브런치 북'의 글을 읽고, '지금 이 시각에 뜨는 글'을 읽고 '연재하는 글'을 읽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어야 내 글도 발전시킬 수 있으니 관심 가는 글을 골라 읽기도 했다. 읽을수록  뭐 이렇게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고 게다가 잘 쓰는 사람은 또 왜 그리 많으며 심지어 주제가 명확한 글을 쓰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기가 죽었다. 해당분야에 통찰력을 지닌 작가의 글은 부럽기까지 하다. 난 하고 싶은 얘기를 주저리 주저리 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그리고 매일 글을 올리는 사람은 어떻게 그렇게 시간을 내는지,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글을 쓰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림, 사진, 글, 노래, 연주, 춤, 운동, 식단관리 무엇이든, 프로가 아닌 일반인이면서 잘하는 사람이 너무도 많다. 프로는 프로의 세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간다고 치자. 그들과 비교할 순 없다. 그런데 취미로 하든, 재미로 하든, 어떤 사연으로 하든 아마추어 중에도 아마추어답지 않게 잘하는 사람이 무지막지하게 많다.


매일 글을 발행했지만 구독자가 많이 늘거나 조회수가 획기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물론 조회수가 늘기는 했다. 하지만, 새 글이 올라갔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차이가 크지 않았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은 정말 내 글을 읽고 눌렀는지 의아했다. 발행한 지 1분도 안되어 '좋아요' 알림이 떴기 때문이다. 읽었던 몇 편의 글 중에는 작가끼리 '품앗이'하면 좋다는 글도 있었다. 최근 일주일 간 갈팡질팡 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글쓰기가 무엇인가? 독자를 많이 확보하는 일은 중요하다. 힘이 되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시 초심을 되새겼다.


브런치에 쓰는 글을 쓰는 이유는 내 안의 것을 얘기하고 공감받고 싶기 때문이다. 그러니, 하고 싶은 얘기를 하면 된다. 조회수가 낮고 '좋아요'가 없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만큼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는 뜻일 테니. 어딘가에 노출되어 읽는 사람이 많은 글이 있었는데, 그 글은 공감할만한 구석이 있던 글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내 이야기도 주제에 따라 반응이 다르다. 독자를 늘리고 조회수를 늘리는데 초점을 맞추면, 내가 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게 될 것 같다. 나는 그냥 내 그릇에 맞게, 내 템포를 따라서 꾸준히 하고 싶은 얘기를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15일간 매일 글을 쓰면서(하루 빼고) 얻은 것은, 자신감은 아니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글솜씨로 언젠가는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울리고 웃길 글을 쓰게 될 날이 올 것이라는 꿈을 놓지 말자는 마음이다. 지레짐작으로 포기했던 것은 이, 삼십 대에 했던 것으로 족하다. 그때 덮어두었던 글 쓰고 싶은 욕구를 이제 겨우 꺼내 들었는데, 또 미리 예단하는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글 잘 쓰고 부지런하고 통찰력 있는 작가들이 무수히 많다고 해도. 나는 나대로 하면 된다. 무언가 쓰고 싶은 욕구가 강렬한 한, 이 꿈은 언제가 이루어질 테니 말이다. 꾸준함, 성실함의 힘을 경험했으므로, 그 경험을 믿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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