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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Jul 17. 2022

어르신의 한 말씀

온 국민이 아는 사람의 뉴스는, 마치 나와 밀접한 관계에 있던 사람의 소식처럼 주의를 끈다. 특히 부고 소식은 남의 일 같지 않다. 대화는커녕 만나본 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하늘나라로 갔다는 소식은, 마음을 슬프게 한다. 나와 하등 관계없는 사람임에도.


송해 할아버지의 부고는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예상하고 있던 소식일 것이다. 아흔이 넘은 나이였으므로. 그의 소식이 알려진 당일에 바로 여러 방송국에서 추모 방송을 내보낸 걸 보면, 미리 준비하고 있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국민 대부분이 그를 알고, 그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애도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그는 복 받은 인생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송해 선생의 실물을 본 건 2019년 장충체육관에서 열렸던 한 포럼에서다. 강연자로 나선 그는 그의 인생 얘기를 들려주었는데, 처음에는 '이 포럼의 주제와 무슨 상관이 있다고 연예인을 섭외했나?'라며 주의 깊게 듣지 않았다. 그러다가 '배울 점은 누구에게나 있다'라는 어느 현자의 말이 떠올라 '기왕 이 자리에 왔으니 집중해서 들어보자'하며 귀 기울였다. 강연 말미, 그가 지루했던 자신의 얘기를 끝까지 들어줘서 고맙다고 하면서 이런 말을 했다.


"재미없는 얘기를 끝까지 들어주는 사람들이 훌륭하게 되더라"


그는 자신의 강연이 그리 훌륭하지 않았고 지루했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이런 농담을 하면서 강연을 마무리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그 말에 묘한 수긍이 갔다. 재미없는 얘기를 들으려면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중간에 상대의 말을 끊지 않으려는 자제력도 있어야 한다. 재미없어 미치겠다는 표정을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감정을 조절해야 한다. 이런 참을성, 자제력, 감정조절 능력 등을 갖춘 사람은 훌륭하게 될 자질이 충분하므로 훌륭하게 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생각에 미치자, 그 포럼에 그가 강연자로 참석한 것은 참 적절해 보였으며 다른 많은 강연자의 얘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한마디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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