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Jan 12. 2022

부스터 샷, 안 맞고 싶습니다만...

백신 후유증일 수 도, 아닐 수 도 있는 얘기

2021년 8월 17일 코로나 1차 백신을 오전에 맞았다. 백신에 대한 각종 증상에 대한 얘기들을 듣고 최대한 좋은 몸 상태에서 맞으려고 전날 일찍 잤고, 맞은 후에는 집에서 일을 했다. 공가를 쓸 수 있어서 쉴 수 있었지만, 쉬고 난 후 다음날 메일함에 쌓인 이메일을 보는 게 싫어서, 휴가 중이어도 잠깐 시간을 내어 메일을 확인하는 편이기에, 백신을 맞은 후에 너무도 아무렇지 않아서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했다. 그렇게 팀원들과 사내 메신저로 업무를 처리하고 이메일을 읽고 답을 하고 전화를 하고 3-4시간쯤 일을 하자 주사 맞은 팔이 뻐근해지고 머리도 아파오는 거 같아서 일을 접고 누워서 쉬었다. 다음날까지 쉬고 나니 괜찮아져서 출근을 했다. 백신을 맞은 후 며칠은 격렬한 운동을 하지 말라고 하여 4일 정도 헬스장을 가지 않고 PT도 받지 않았다. 그리고 백신을 맞은 후 열흘 정도 되었을 때 PT 중 잠깐 가슴이 빨리 뛰는 느낌이 들었는데 숨이 차서 그런 것 같아 심호흡을 몇 번 하니 가라앉았다. 그리고 집에 와서 편안한 자세로 휴대폰을 하던 중에 또 가슴이 빨리 뛰는 느낌이 더 강하게 느껴져서, 바로 누워서 심호흡을 하며 진정을 시켰는데, 안정시키는데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이런 증상이 나타난 처음 며칠간은 '백신 맞고 너무 일찍 운동을 시작해서 이러나?', '코로나 백신에 대한 각종 부작용 뉴스를 너무 많이 봐서 내 심리상태가 불안해진 걸까?' 하면서 곧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8월 30일에 건강검진을 받으면서 심전도 검사를 할 때 증세를 잠깐 얘기하고 검사에 나타나는지 물었는데, 검사 순간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으면 결과에도 나오지 않을 거라는 얘기를 듣고 좀 난감했었다. 원인을 알고 싶었기 때문에. 역시 검사 결과는 정상이었다.


9월이 되어서도 간헐적으로 심장이 빨리 뛰는 느낌이 났는데 사실 정확하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증상이었다. 가슴 중앙 부분에서 목 사이 어딘가가 빨리 뛰는 느낌이어서 맥박이 빨리 뛰는 것도 같고 심장이 빨리 뛰는 것도 같아서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웠다. 부정맥인가 걱정했다가 코로나의 흔한 부작용인 심근염이나 심낭염인가 했다가 너무 피곤하고 잠을 못 자서 그런가 했다가 운동을 너무 했나, 내 정신상태의 문제인가 하면서 간간이 나타나는 증상을 나름 심호흡으로 다스리며 보냈다.


그러다 9월 28일에 2차 백신을 맞았다. 맞아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잠깐 고민했지만, 백신은 2차까지 맞아야 한다는 것과 회사를 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 입장에서 안 맞을 수도 없고, 예약했는데 가지 않아서 그 백신이 남아 쓰지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되어 병원에 갔다. 의사 선생님에게 증상을 얘기하고 문의했는데 "지금은 어떠세요?"라는 물음에 그 순간은 진짜 아무 증상이 없어 "지금은 괜찮다"라고 했더니 맞아도 된다고 하셔서, 또 병원까지 가서 의사 앞에 앉아 있는 와중에 안 맞겠다고 일어날 용기도 없어서 맞았다. 그 순간 의사가 할 수 있는 말은 괜찮다고 안심시키는 말 밖에는 없었을 것이다. 백신 맞으러 온 사람에게 그런 증상이면 돌아가라고 할 의사가 있을까? 백신을 맞고 15분쯤 앉아있다가 가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난 1시간을 앉아있다 왔다. 혹시라도 그 사이에 심장이 빨리 뛰는 거 같으면 말하려고. 그러나 아무 증상이 없었고 2차 주사도 팔을 올리기 좀 불편한 거 말고는, 사람들이 많이 먹었다는 타이레놀도 먹을 필요 없이 머리도 안 아프고 열도 없고 몸살 기운도 없는 등 별 특이사항 없이 보냈다. 2차 때는 운동도 1주일을 안 했다. 1차 때 너무 빨리  운동을 했나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10월에 들어서 심장이 빨리 뛰는 증상이 이전보다 더 강하게 느껴졌다. 1차 백신 이후에는 아주 간간이, 그리고 약하게 느껴졌는데  2차 백신 이후에는 빨리 뛰는 느낌이 더 강하게 자주 나타났다. 운동을 하다가도 편히 누워있다가도 나타났는데 짧게는 수 분에서 길게는 1시간 이상 증세가 지속되어, 시간이 길어질수록 마음까지 불안해졌다. 11월에 들어서는 그 증세가 아침에도 낮에도 시도 때도 없이 너무  자주 나타났다. 대개는 밤 시간대여서 '내가 잠을 못 자 그래'하면서 밤 10시에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다. 아침에는 컨디션이 다시 좋아져서 '내가 건강염려증 환자야', '네 맘이 불안해서 그래'라고 하면서 이런 증상이 나의 심리상태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여겼다.


11월 어느 일요일, 오랜만에 집에서 쉬는데 낮에 또 그 특유의 증상이 느껴지는데 겁이 날 정도로 오래 지속되었다. 그 이전까지는 다른 사람에게 말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의 것이 아니고 그저 나 혼자 심리 컨트롤을 통해 이겨낼 수 있는 문제로 인식했는데, 그날은 몸 전체적으로 기운도 없었다. 이러다 쓰러지면,  운동을 너무 많이 해서, 살을 너무 빼서 그렇다는 얘기를 할까 봐 엄마에게 앞뒤 맥락 없이 말했다. "엄마, 내가 심장이 빨리 뛰는 거 같은데 운동을 해서 그런 건 아냐. 왜 그런지는 모르겠는데 지금 좀 몸이 안 좋아"라고. 그렇게 말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건 '백신 맞고 생긴 증상이야'였다. "엄마, 백신은 안 맞는 게 좋은 거 같아"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며 그제야 머릿속이 정리되는 것이었다. 이 증상은 백신 후유증인 것 같다고.


결정적으로 11월 24일 아침 사무실에서 그 예의 증상이 또 나타나 가슴을 쓸어내리는 동작을 나도 모르게 하고 있었다. 표정은 일그러진 채. 동료가 보더니 어디 아프냐고 물어서 심장이 빨리 뛰는 것 같다고 했다. 조퇴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서 괜찮아질 거라고 했는데 오전 내내 지속되었다. 점심시간에 식사 대신 여직원 휴게실에서 잠을 잤다. 자고 나면 나아질 것 같아서. 어젯밤 새벽에 자서 이런 거야 하면서 진정을 시켰다. 20-30분 자고 났더니 좀 개운해진 느낌이었는데 자리에 돌아와 앉자마자 그 증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급기야 겁이 났다. '진짜 심장에 문제가 생겼나?' 하면서 약국에 혼자 가는 것도 두려워 친한 후배를 불러내 같이 갔다. 우황청심원을 마시고 약사에게 물어보니 백신 부작용 증상은 아닐 거 같지만 병원에 가보고 증상 신고도 하라고 한다.


다음날 병원에서 심전도와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심근염도 심낭염도 없고 심장의 기능은 정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전 왜 이럴까요?"라고 물으니 의사 선생님은 원인을 모르겠으나 스트레스받지 않게 조심하고 뉴스 때문일 수 있으니 마음을 편히 먹으라는, 뻔한 말을 한다. 정 불안하면 24시간 추적검사를 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건 대학병원에서 해야 하므로 추천서를 써주길 원하느냐고 하는데,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아무 이상 없다는 건 정말 정말 다행인데, 이 놈의 증상은 도대체 왜 때문에 그런 것인지 답답했다.


그러다 12월 중순 이후, 어느 날 문득 그 증상이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거짓말처럼 아무렇지도 않다. 백신 이전의 정상적인 느낌을 느낀 지 한 달쯤 되었다. 8월 중순 1차 백신 이후 4개월쯤 지나니 괜찮아진 건데, 루머처럼 들은 내용 중에 백신 후유증이 3개월쯤 지나면 나아진다는 말이 있던데 '그래서 괜찮아졌나?'싶다.


후배 중 한 명은 백신을 맞고 몸 컨디션이 오히려 더 좋아졌는데, 피곤함이 덜해졌다고 한다. 그래서 3차 부스터 샷을 빨리 맞을 거라고 한다. 어떤 사람은 허리 아픈 증상이 한동안 있었다고 하고 어떤 이는 생리 양이 너무 많아졌다고 하고 대부분은 아무런 증상이 없다고 한다. 나의 이 증상도 몇 명이나 비슷하게 겪은 증상인지 모르고, 백신 후유증인지도 증명할 수는 없다. 나의 불안한 심리 문제였을 수도 있고, 번아웃을 느낄 만큼의 스트레스가 많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건강염려증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어쩌면 갱년기 증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몸이 느낀, 겁이 덜컥 나는 증상이 백신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난 3차 부스터 샷을 맞는 게 두렵다. 이제 겨우 안정을 찾은 심장박동이 다시 혼란을 겪을까 봐 걱정된다.


가능하면 맞고 싶지 않은데, 방역 패스를 3차 백신까지 적용시킨다면 생활의 불편함이 생기니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의 안전보다 남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맞으라고 하면 더 갈등된다. 그런 가운데 4차 부스터 샷도 효과 없다는 뉴스도 있다. 백신보다 치료제를 더 빨리 개발, 보급해야 한다는 뉴스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게 된다. 평생 한 두 번 맞고 끝나는 백신이라면 모를까 약효가 6개월인 백신을 매년 이렇게 3차, 4차까지 맞으며 연장시켜야 하는 일은, 나 같이 중증은 아니지만 몸이 예전과 다른 반응을 보이는 증상을 겪은 사람에게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거라고 당당히 말했지만, 회사 생활하는 사람이 맞지 않고 버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갈등 중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