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피하지만 괜찮아
그러나, 실명이 아닌 필명으로 글을 쓰고 최대한 직업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애쓰고 특히 나이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는 마음을 알아차리고 나니 친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지 않을 수 없다. 글을 쓰면서 가치관, 주관적인 생각들이 드러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여겼기에 내 글을 공개하는 것에 별다른 두려움이 있지는 않다. 그러나 개인 신상에 해당하는 나이, 이름, 직업은 가능하면 알리고 싶지 않다. 이름은 사실 알려져도 괜찮다. 주위에 알만한 지인들은 내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는 걸 알고 있기도 하고 필명이지만 본명이 섞여 있기에 찾으려고 마음먹으면 아주 쉽게 내 존재를 찾을 수 있다. 직업은 무슨 일을 하는지 정도의 것은 드러나도 상관없지만, 회사 이름까지 알려지는 건 원하지 않는다. 여기에 글을 쓰고 올리는 건 완전한 나의 사생활이기 에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같은 회사 사람들이든 업계, 학계, 파트너사의 사람들이든, 혹시라도 그들이 알게 되어 내 글을 읽는다면 어떤 보호막이 벗겨지는 느낌일 것이다. 인스타그램을 하고 있지만 회사 직원, 일로 알게 된 사람들의 인스타를 팔로우하지 않듯이(아주 친한 사람의 것은 팔로우한다), 개인생활은 그것대로 보호받고 싶다. 가끔은 우습게도 그들 중 몇몇 사람들에게는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음을 말하는데 주로 흘려듣거나(대체로 영혼 없는 리액션을 보인다), 읽을 것 같지 않은 사람들에게 말한다. 대화 주제를 가볍게 이끌고 가야 할 때 취미를 얘기하는 건 좋은 소재 중의 하나이고, 내 취미와 관심사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게 가볍게 얘기하기 좋기 때문이다. 그 순간만큼은 "오~ 정말 멋지네요"와 같은 영혼 없는 반응을 들으며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보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내심 한편에는 "글을 쓴다"라고 뽐내고 싶은 마음이 조금 있다는 걸 부정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읽히기를 원하는 건 아니다. 내 글은 나를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읽어주기를 바란다. 어떠한 선입견과 편견 없이 글로만 공감하고 좋아해 주기를 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나이는... 완전히 비공개되기를 원했다. 왜냐하면 비판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친구가 말한 두려움은 내게 "나이"가 해당된다. 쓰고 싶은 글이 있어도 나이가 드러날까 봐 안 쓴 것들이 있다. 소위 "나잇값"을 못한다는 비판을 들을까 봐 두려웠다. '그 나이에 이런 유치하고 어린 생각을 한다고?', '덜 성숙한 사람이구나!'와 같은 말을 들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일로 만난 사람들에게는 더욱 들키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사회생활하고 있는 나는, 다 자란 성인을 넘어서 나이 든 어른이므로. 그러나 글을 좀 더 본격적으로 써보기로 결심하고,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 지금 이 두려운 요인을 극복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안다. 평범한 삶이지만 남들과는 다른 인생길을 걷고 있는 나 자신이 아직도 스스로에게 당당하지 못하기 때문임을. 겉으로는 당당한 듯 말하고 행동하지만, 속으로는 움츠러드는 마음이 여전히 있다. 움츠러드는 마음이 쫙쫙 펴지게 스스로를 더 사랑해야 이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을텐데, 나를 더 사랑하는 방법 중의 하나는 이렇게 글로 나를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하고 싶은 말, 들려주고 싶은 얘기, 공유하고 싶은 것들을 나이에 구애받지 말고 보여주기.
질문 - 넌, 자신을 드러내도 괜찮아?
1단계 - 창피하지만 괜찮아!
2단계 - 아주 괜찮아!
지금의 단계는 1단계. 1단계지만 써보려고 한다. 그렇게 적응하게 되면 언젠가는 2단계가 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