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홀 Feb 22. 2024

살고 싶은 동네

통계청에서 운영하는 통계지리정보 서비스가 있다. 그곳에 '살고 싶은 우리 동네'를 검색하는 서비스가 있다.

살고 싶은 지역(특별시, 광역시, 도)을 정하고 본인의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면 살기 좋은 지역을 추천해 주는 서비스다. 일테면 서울에 살고 싶고 신혼부부라고 선택하면 어느 구, 어느 동에서 살기 좋은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이들은 아파트에 살 확률이 높고 편의시설, 대형마트, 유치원 등 보육시설, 의원수가 많은 지역을 선호할 것이라는 지표가 정해져 있다. 아마 조사를 통한 결과로 지표를 정했을 것이다. 살기 좋은 동네는 그런 지표에 따라 알려준다.


그런데 신혼부부는 "육아에 열중하는 신혼부부"로 정의되어 있다. 가족의 형태는 자식이 있는 가구 혹은 반려동물이 있는 가구로 구분된다. 아마도 '간편 분석' 메뉴에 각양각색의 라이프스타일을 모두 반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통계적으로 보편적인 경우를 뽑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단순한 분류가 좀 아쉽다. 픽토그램도 성인지감수성 교육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사람이 본다면 아쉬울 부분이 있다.


간편 분석에서 제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맞지 않다면 상세분석에서 내게 맞는 성향을 선택할 수 있다. 자연, 주택, 지역인구, 안전, 생활편의교통, 교육, 복지문화 등 7개 분야마다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자연을 누르면 대기질 (미세먼지, 일산화탄소), 여름철과 겨울철 체감온도, 녹지비율, 1인당 도시공원 면적 항목을 선택할 수 있다. 주택은 아파트, 단독주택, 빌라 등의 비율, 자가점유 비율 등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선택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7개 지표마다 세부 선택 항목들이 있다.


통계청의 이 서비스는 어디서 살고 싶은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일종의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꼭 따르지 않아도 재미로 해볼 만하다. 이런 킬링 콘텐츠로 방문자 유입을 이끌 것이다. 하지만, 역시 한번 눌러보는 수준에서 머물기가 쉽다. 100인 100색의 취향을 다 담을 수 없는 한계가 명확하므로.  이 서비스는 아마도 빅데이터에 기반한 것일 텐데, 사람의 마음은 몇 가지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 당장 지표가 제시하는 항목 중 선택하고픈 항목이 없는 지표도 있었으니까.


내가 살고 싶은 동네가 어디로 나오는지 궁금하여 선택해 봤다. 7개 지표, 총 10개 항목을 선택하게 되어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항목을 신중히 골랐다. 추천 동네가 9위까지 나왔는데, 아쉽게도 평소 살고 싶은 동네는 그 안에 없었다. 추천받은 동네는 평소에 살아볼 생각조차 하지 않은 곳이었다. 마치 시험문제 정답을 맞히지 못한 학생처럼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서 살고 싶은 동네가 나오려면 어떤 지표를 선택해야 하는지 유추하며 눌러보다가 부질없는 짓임을 깨닫고 관두었다.


어른들이 흔히 이런 말을 하신다. "인연이 다 따로 있다고."

사람의 인연뿐 아니라 학교, 직장, 집, 동네도 인연이 있다고 믿는다. 시험을 잘 본 것 같지 않은데 운명처럼 합격하는 학교와 직장이 있다. 집 구하러 다니다 보면, 유독 마음이 끌리는 집이 있다. 동네도 그렇다.

우리 동네에 이런 게 있으면 좋겠고, 이런 곳이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은 있지만, 그것이 꼭 없어도 정 주고 마음 준 동네는 뭔가 좀 부족해도 괜찮다.  


통계청에서 제시하는 결과와 일치하지 않아도, 내 마음속 살고 싶은 동네가 있어 좋다.

 

통계지리정보서비스 (https://sgis.kostat.go.kr/view/house/houseAnalysisMap)


매거진의 이전글 원인 불명의 증상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