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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16. 2024

맛있는 밥

2024. 11. 15

점심 회식을 했다. 한식당이었는데 방에서 먹으려면 코스로 먹어야 된다고 하여 홀에서 먹었다. 식당 모양이 특이했다. 홀이 직사각형인데 한쪽은 사람들의 왕래가 있는 쪽으로 유리로 된 벽이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반대편은 방이 쭈욱 들어섰는데 방으로 오가는 사람들을 못 봐서 신기했다. 서빙하는 직원들이 방을 드나든 걸 보면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인데.  내가 방을 등지고 앉아 못 봤을 수 있다. 홀에 있는 식탁은 기다란 원목이었다. 스무 명은 족히 앉을 수 있는 식탁인데 손님이 몇 명이든 그 식탁에 나눠 앉을 수 있어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테이블이었다.


수저는 방짜유기인지는 모르겠지만 놋쇠로 만든 것이었고 물 잔은 예술품처럼 디자인이 심플하고 아름다웠다. 잔에는 물이 아니라 차를 따라주었는데 재스민 차인가 싶었지만 맛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직원에게 물으니 제주산 홍차라고 했다. 식당 분위기에 맞는 차(tea)였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나는 한우 떡갈비 비빔밥을 시켰는데 돌솥에 나왔다. 대개 돌솥밥은 바닥이 뜨거워 밥이 눌어붙는다. 나는 눌어붙기 전에 국물이나 물을 조금 부어 얼른 숟가락으로 밥이 눌어붙지 않게 떼내는 편이다. 그 후 밥을 비빈다. 비빔밥이라 눌어붙은 밥을 누룽지로 먹을 수 없고 바닥에 지저분하게 붙어 있는 밥을 보는 게 싫기 때문이다.


원래 주어진 몫의 밥을 다 먹어 버릇해 밥을 남기지 않았다. 운동에 입문한 후 먹는 양을 조절하기 위해  밥을 남기기 시작했는데 보기에 너무 지저분해 보이지 않으려 신경 쓴다. 밥에 반찬이 묻지 않게 남긴다. 돌솥비빔밥 바닥에 붙기 시작하는 밥을 미리 다 떼내어 비비면 밥을 남겨도 바닥이 보여 덜 지저분해 보이고 설거지 하기에 편하다.


오늘 먹은 곳은 돌솥이 아주 뜨겁지 않았다. 적절한 온도였다. 밥 위에 각종 야채와 떡갈비가 올라간 모양을 젓가락으로 헤집어 바닥을 봤는데 밥이 눌어붙지 않았다. 밥을 떼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었다. 신기했다. 이렇게 절묘하게 온도를 맞추어 돌솥밥을 내올 수 있다니 괜히 고급식당이 아니구나 싶었다. 비빔밥은 짜지도 싱겁지도 않게 내 입에 딱 맞았다. 먹다 보니 밥 한 톨 남기지 않고 싹 먹었다. 반찬도 다 먹고 아주 깨끗한 그릇만 남겼다.  저녁을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많이 먹었다.


후식으로 12곡 라떼를 마시며 더 배를 채웠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오후에 졸음이 몰려와 잠을 깨려고 하릴없이 탕비실을 왔다 갔다 했다.

비가 오는 듯 마는 듯했던 아침(08:45)
빨래판 모양의 구름과 달 (08:45, 21:53)
맛있는 밥상(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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