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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20. 2024

알러브 티

2024. 11. 19


오래간만에 일에 집중한 하루였다. 꼼짝하지 않고 키보드와 마우스에 손을 얹고 있었더니 어깨가 아파왔다. 어깨를 로 쑥 올렸다가 내리는 동작을 반복하며 아픈 어깨를 풀었다. 이렇게 집중이 잘 되는 날 진도를 나가야 한다. 미적대며 느리게 진행하던 일을 마쳐야 할 시간이 이번주 금요일로 다가왔다. 갑자기 조급해지며 속도를 높였다. 덕분에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잠시 숨을 돌리기 위해 차를 렸다.


사무실에 여러 종류의 차를 갖다 놨다. 커피를 마시지 않기 때문에 각종 허브차를 좋아한다. 홍차와 녹차는 40대 중반까지 즐겨 마셨지만, 카페인 때문에 자제한다. 자주 마시는 차는 국화차다. 향이 좋고 마시면 차분해진다. 올봄에 태국의 치앙마이 원주민들이 사는 마을에서 카모마일 차를 사 왔는데 여행 짐에 눌려서 꽃잎이 다 바스러졌다. 맛을 잃은 건 아니어서 가끔 우려 마신다.


후배가 선물해 준 쑥차는 마시면 몸이 더워지는 느낌이라 좋아한다. 쑥향은 말할 것 없이 향긋하다.  눈에 좋다는 메리골드차는 향이 강하지 않고 우려내는 시간이 좀 걸린다. 유리병에 담긴 것을 다 마셨는데 눈에 좋은 건 잘 모르겠다. 비트, 브로콜리, 버섯 등을 말려 만든 차는 디톡스차라고 하여 샀는데 차를 우리면 붉은색이 너무 예쁘다. 비트 때문에 그 색이 나오는데 마시면 몸의 독소가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해당화차는 장미향이 나고 말린 꽃모양이 장미처럼 보여 헷갈린다. 항산화 효과가 있다고 한동안 마셨는데 효과는 모르겠다. 후배가 사놓고 안 먹는다고 말린 우엉차를 줬다. 맛이 구수하다. 받은지 10개월이 넘어가고 있길래 얼른 마셔 없애려고 다른 차에 비해 자주 마시는 차다.


한의사가 생강차가 몸을 따뜻하게 만든다고 매일 마시라고 했다. 거의 매일 마셨더니 좀 질리는 기분이라 잠시 쉬는 중이다. 생강차 때문에 다른 차를 마실 시간이 없었는데 덕분에 좋아하는 차를 번갈아 마시고 있다.


스타벅스는 주로 쿠폰이 생겨 가는 편인데 좋아하는 차가 있어 좋다. 히비스커스, 페퍼민트, 카모마일 차 맛이 좋다. 좀 많이 먹었다 싶을 때 페퍼민트 차를 마시면 속이 편안해진다. 히비스커스는 상큼한 걸 먹고 싶을 때 마시면 좋다. 신맛과 단맛이 적절하게 입안을 상쾌하게 만든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차는 홍차에 우유를 넣은 밀크티와 말차 라테다. 그런데 카페인 때문에 잘 마시지 못한다. 잠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마시고 몇 시간 후에 소화가 안 되는 것처럼 가슴이 답답해지고 두근거린다. 7년 전쯤 나타난 증상인데 그때는 식은땀까지 나고 가슴이 너무 답답해 숨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지금은 식은땀은 나지 않지만 가슴이 울렁대며 좀 답답해진다.  우유에 따라 증상이 더하거나 덜할 때가 있는데 커피점 여기저기 것을 마셔본 결과 그나마 덜한 곳은 스타벅스 말차 라테와 공차의 블랙 밀크티다.


한때 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얼그레이, 다즐링 등 홍차맛을 구분할 정도로 좋아했는데 더 이상 즐겨 마실 수 없는 현실이  속상하다. 나이 들면 좋아하던 음식, 음료, 술 등을 먹을 수 없게 된다더니 나도 그렇다. 더 이상 자주 마실 수 없어서 어쩌다 한 번, 정말 마시고 싶을 때는  두 눈을 꼭 감고 주문한다.  라테와 밀크티 모두 칼로리 폭탄에 내 몸에 좋지 않지만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 좋아지는 마음으로 스트레스가 줄어드니 서로 상쇄될지도 모른다며 스스로 위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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