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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홀 Nov 19. 2024

밋 더 평화

2024. 11. 18


어제부터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추워졌다. 오늘은 영하로 내려가 패딩이 어울리는 날씨였다. 어제 좀 춥게 입고 나갔더니 저녁에 집에 올 때 턱이 덜덜 떨려 치아가 부딪힐 정도였다. 떨리지 않게 진정시키려고 했지만 잘되지 않았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털옷 외투에 스카프, 모자, 장갑까지 만반의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차가운 기운이 느껴지는 하늘(12:42, 12:43, 12:51)

오늘은 일이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날이었다. 일하기 싫은 마음에 더 그랬다. 할 일이 많은데 급히 끝내야 하는 일이 아니어서 미적 미적댔다. 금방 보고 넘길 수 있는 자료를 두, 세 번씩 봐야 이해되었다. 그 와중 어두워지는 창 밖을 우연히 봤다. 보랏빛 하늘이 아주 아름다웠다. 하늘이 예쁘다고 외쳤지만 다들 컴퓨터 화면에 눈을 고정시키고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키보드를 치며 일에 집중했다. 나만 하늘이 예쁘다고 감탄하며 창밖으로 사진을 찍었다. 실내 불빛이 반사되지 않게 각도를 잘 맞추면서.


매일 하늘 사진을 찍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나도 쳐다보지 않았을 거다. 아직도 하늘 보는 일이 습관화되지 않아 가끔 오후에 문득 사진 한 장 찍지 않았다는 걸 깨닫는다. 그럴 때는 화장실이라도 가는 양 슬그머니 일어나 부리나케 엘리베이터를 타고 밖으로 나간다. 회사 빌딩 주변을 한 바퀴 돌며 의무감으로 성의 없이 몇 장 찍는다.


어떤 날은 예쁜 하늘을 정성껏 찍고, 매일 똑같아 보이는 하늘을 만나는 날은 대충 찍는다. 오늘 저녁처럼 노을을 만날 때는 그 멋진 광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보라, 주황, 빨강, 갈색이 뒤섞인 모습이 신비롭다. 억지로라도 하늘을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기분 전환이 된다. 아주 잠깐 고개만 방향을 틀면 평화를 만날 수 있다.

 연필로 낙서를 한 듯한 하늘(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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