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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현재 Jul 31. 2024

초고층 건축물 설계

기본설계, 코어 그리고 파사드

오늘은 초고층 건축물 설계에 대해서 간단히 이야기해볼까 한다. 내가 처음으로 이 분야를 접한 것은 대학원 초고층 세미나를 통해서이다. Ex-SOM 이셨던 교수님은 구조설계가이자 건축가이시다.


우선 우리가 생각하는 초고층 건축물이란 무엇일까? 롯데타워? 현대 GBC? 부르즈 칼리파? 기본적으로 그 정의는 건축물의 높이에서 나눠진다. 통상 250미터 전후를 기준으로 고층과 초고층(Super Tall)을 구분하는데 그 기준에 따라 지상 그리고 상공에서의 방화구획설계, 시스템 설계, 구조 설계, 수직동선, 내진 설계등에 관한 법률이 바뀌기 때문이다.


어렵고 복잡한 건 잠시 뒤로 미루고 초고층 디자인 할 때 건축가들이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정말 다양한 접근이 있겠지만 나의 경험에서 처음으로 중요하게 보는 것은 (1) 건축물의 배치, (2) 형태 (3) 방향이다. 건축물의 배치가 중요한 이유는 운영적인 접근성, 그리고 건축물이 만들어내는 주변 환경에의 영향 (그림자 등) 그리고 건축주가 원하는 프로그램 (호텔, 오피스, 주거)에 맞는 시선과 경험이다. 이에 대한 기본적인 고려와 합의가 이루어진 후(그리고 지속적으로 디자인을 리뷰) 생각할 것은 고층건물의 세 가지 디자인 스코프인 (1) 평면 (2) 코어 (3) 파사드이다. 비전공자분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겠지만 평면이란 이 건물이 정사각형인지, 타원형인지, 팔각형인지, 비대칭인지를 말함이고 평면 그대로 올라가는 매스가 있는 반면 높이 올라갈수록 좁아지거나 계단처럼 테라스가 있는 건물도 보셨으리라 생각한다. 디자이너의 미학적인 선택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결정에는 다 이유가 있다



코어는 초고층 건축물의 심장이자 건축가들의 전문적인 지식과 역량 그리고 법규 모든 결심들을 망라한 Supertall 설계의 가장 중요한 디자인이다. 전 글에서 말했듯이 높이에 따른 방화구획, 수직동선 계획은 다 연결되어 있다. 우리가 100층 짜리 건물에 들어간다고 상상해 보자. 과연 우리는 100층을 어떻게 올라가야 할까?


그 넓이에 따라 인전법규도 다르기에 필요로 하는 피난 계단의 개수, 앞에 말한 수직동선의 개수(통상 400m 초고층의 경우 저층에서 엘리베이터 샤프트만 24개 정도 된다), 각종 전기 설비공간 로비공간등 모든 레이아웃을 섬세하게 구성하는 작업이 초고층 건축물 설계의 시작점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코어 레이아웃에는 얼마나 많은 형태들이 있을 것인가? 십자형, 사각형, 타원형, 분산형, 마름모꼴 등 수학적인 형상 그리고 이에 맞춘 평면이 대지와 매치가 되는가, 디자인의 연장선에서 그리고 기술을 담는 그릇으로 합리적인가를 밤새 고민한다. 보통 현상설계를 할 때 적게는 10개 많게는 60개에 달하는 평면 형태를 고민하는데 이에 맞는 코어디자인도 같이 하는 편이다. 여기에 구조설계, MEP, Sustainability에 더하여 사용자 편의와 최적의 프로그램 배치안까지 고려한다면 그날은 야근이다.


유별나게 초고층 건물을 설계할 때는 그 규모와 경제성으로 인해 “아이콘”이 될 건축물에 도시의 상징성을 부여하길 원한다. Mile High Tower, 더 높은 건물을 짓기 위한 경쟁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지만 (kingdom tower 등 설계안을 보면) 사실 600m 이상부터는 사람이 살기에도 비효율적이고 그래서 대다수가 450-550m이 랜드마크이다. 난 최근에 중국 수저우에 457m 타워 실시설계에 참여했는데 세 개의 타워가 3개의 브리지로 연결된 형태의 디자인이었다. 심플하게 60m x 60m의 정사각형의 건물이 있다면 한 면에 27000m / 27km x 4면 을 하면 거이 100 제곱 킬로미터에 달하는 광활한 면적을 유리와 철로 덮어야 하는 거대한 사업인 것이다. 뉴욕의 허드슨야드 사업에는 11개의 고층 건물이 계획되었는데 차라리 유리공장을 인수하는 게 저렴해서 진행시켜! 했다는 이야기도 농담이 아니다. 이런 외벽을 건축사들은 파사드라고 부른다.


파사드(Facade) 디자인은 전문가의 영역이다. 수직으로 올라가는 초기의 고층건물과는 다르게 오늘날 초고층 설계 디자인의 미학에서 보이는 것은 Slenderness 얼마나 가늘게, 그리고 스카이라인에 그려지는 유려한 곡선일 것이다. 그리고 규모의 경제를 위한 Modular 반복적인 모듈을 사용한 커튼월인데 통상적으로 파라매트릭 기법을 이용하여 각 사의 컴퓨테이션 전문가들이 설계에 참여를 하게 된다. 단순한 사각형의 모서리가 아닌 3차원 곡률까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나는 입사했을 때부터 친한 버클리 출신 T와 함께 일했는데 이 친구는 대만의 랜드마크 설계에서 3만 개가 넘는 파사드 패널들을 그룹화, 최적화하여 20개의 모듈 타입으로 정리하는 일들을 했다. 재밌는 건 이 프로젝트의 Peer Review는 삼성 엔지니어링 팀에서 했는데 실현가능성과 비용, 최적화기법등을 같이 검토하는 전문가 집단이 국내에도 존재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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