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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를 읽는 AI, 미래 도시를 설계하는 인간

by 정현재 Mar 05. 2025

도시는 끊임없이 변화한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고, 계절이 바뀌면 사람들의 움직임도 달라진다. 어떤 거리는 한때 번화했지만 점차 쇠퇴하고, 예상치 못한 개발로 인해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도 생긴다. 이런 변화를 모두 예측할 수 있을까?


도시 계획은 전통적으로 과거 데이터를 분석하고, 사회적 요구를 반영하며, 도시를 설계하는 전문가들의 경험에 의해 결정되었다. 하지만 이제 AI가 등장하면서 도시를 바라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다. AI는 도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읽고, 미래를 예측하며, 보다 정밀하고 효율적인 계획을 제안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로 떠오르고 있다.


그렇다면 AI는 도시를 어떻게 보는가? 데이터 기반의 도시 설계가 이루어질 때 건축가와 도시 계획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1. AI의 도시 읽기: 데이터 기반의 예측과 최적화


AI는 우리가 낯선 도시에 도착했을 때의 경험과 비슷한 방식으로 도시를 읽는다. 처음에는 거리와 건물의 형태를 관찰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서 점점 더 많은 패턴을 인식하게 된다. 차이점이 있다면, AI는 단순한 관찰을 넘어 데이터를 기반으로 도시의 문제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 도시의 현재를 분석하는 AI


AI는 도시의 움직임을 이해하기 위해 다양한 센서와 데이터를 활용한다. 교통량, 대기 질, 인구 이동, 에너지 사용량 등 도시에서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분석해 도시의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기존의 도시 계획에서는 과거 데이터를 바탕으로 도로를 설계하거나 대중교통 노선을 조정했다. 하지만 AI는 실시간 데이터를 활용해 어느 도로가 언제 가장 혼잡한지, 대중교통 이용자의 이동 패턴은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시간대에 특정 지역의 유동 인구가 급증하는지 등을 분석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를 활용하면 기존의 정적인 교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한 도시 운영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도로에서 정체가 발생할 것을 예측하면 신호 체계를 자동으로 조정하여 교통 흐름을 개선하거나, 대중교통 배차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다.


하지만 AI의 역할은 단순히 ‘현재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AI는 도시의 미래를 예측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도시의 성장을 계획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2. AI 기반 도시 성장 예측: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설계


도시 계획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는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다. 새로운 도로나 주거지가 필요해지는 시점은 언제인지, 어느 지역이 개발되면 도시 전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기후 변화가 도시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일지 등 수많은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1) 인구 증가와 도시 확장의 예측


AI는 과거와 현재의 데이터를 분석해 미래의 도시 성장 패턴을 예측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의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면, AI는 몇 년 후 해당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를 미리 계획할 수 있도록 돕는다. 새로운 주거지 개발이 필요한 시점과 규모를 예측하고, 이에 맞춰 교통, 상업 시설, 공공 서비스 등의 배치를 미리 계획하는 것이다.


이는 단순한 도시 확장뿐만 아니라, 도시 내 균형 있는 성장을 유도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기존의 도시 개발 방식에서는 특정 지역이 과밀화되거나, 반대로 인프라가 부족해져 성장 가능성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AI는 인구 이동 패턴과 경제적 변화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보다 균형 잡힌 도시 성장 전략을 제안할 수 있다.


2) 기후 변화와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


기후 변화는 도시 계획에 있어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폭염, 홍수, 대기오염 등 환경적 변화는 도시의 삶의 질을 좌우할 뿐만 아니라, 도시 인프라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AI는 기후 데이터를 분석하여 미래의 기후 변화가 도시 공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하고, 이에 맞춘 도시 설계를 지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I는 도시 내 열섬 효과를 줄이기 위해 녹지 공간을 최적의 위치에 배치할 수 있도록 제안할 수 있다. 또한, 강우량 데이터를 분석하여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을 식별하고, 배수 시스템을 강화하거나 친환경적인 방재 인프라를 설계하는 데 도움을 줄 수도 있다.


이처럼 AI는 단순한 도시 확장뿐만 아니라,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도시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3. AI와 인간, 함께 설계하는 스마트 도시


AI는 도시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지만, 그렇다고 해서 AI가 도시 계획의 모든 결정을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는 단순한 숫자와 패턴으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이 얽혀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1) AI는 최적의 설루션을 찾지만, 최종 결정은 인간이 한다


AI는 교통 혼잡을 해결하고, 에너지를 절약하며, 지속가능한 건축을 지원하는 등 도시 운영을 최적화하는 데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최적의 해결책’이 항상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 AI가 특정 도로의 혼잡을 줄이기 위해 주변 지역의 도로를 확장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결정이 해당 지역의 보행 환경을 악화시키거나, 녹지 공간을 줄이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AI의 분석을 바탕으로 최종적으로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여전히 인간의 역할이다. 건축가와 도시 계획가는 AI의 데이터를 활용하여 도시의 기능적 효율성과 더불어, 사람들에게 필요한 공간적 경험과 감성적 요소까지 고려하는 방향으로 도시를 설계해야 한다.


2) AI와 협력하여 ‘살기 좋은 도시’를 만든다


도시 계획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4. AI가 읽는 도로, 교통 시스템의 변화


기존 도시는 자동차의 흐름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 넓은 차선, 대규모 교차로, 신호 체계를 통해 차량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계획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은 시간이 지나면서 한계를 드러냈다.


정해진 신호 주기는 특정 시간대에 과도한 정체를 초래했고, 대중교통은 이용 수요와 관계없이 일정한 배차 간격을 유지해야 했다. 새로운 도로를 건설하는 방식으로는 늘어나는 차량을 감당할 수 없었고,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전통적인 방법들은 점점 더 비효율적으로 변해갔다.


AI는 이런 기존의 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새롭게 정의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단순히 차량을 빠르게 이동시키는 것이 아니라, 도시 전체의 이동을 보다 유기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다.


1) 신호 체계의 변화: 실시간 교통 최적화


과거의 신호등은 정해진 시간 간격에 따라 작동했다. 하지만 AI는 실시간으로 교통 흐름을 분석하고, 특정 구간에서 정체가 발생하면 즉시 신호 주기를 조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러시아워 시간대에 AI가 차량 흐름을 감지하고, 가장 많은 차들이 몰리는 방향의 신호를 길게 유지하는 방식으로 정체를 줄일 수 있다. 반대로, 늦은 밤에는 불필요한 신호 대기를 줄여 차량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이런 변화는 단순히 도로 위 차량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는 보행자의 흐름도 AI가 학습하여, 사람들이 많은 지역에서는 보행 신호를 좀 더 자주 제공하는 등 보다 유연한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즉, AI는 기존처럼 고정된 신호 체계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읽고 이에 맞춰 반응하는 ‘적응형 교통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


2) 자율주행과 도로의 재구성


AI의 발전과 함께 도로의 개념 자체가 변화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기존의 도로 설계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된다.


과거의 도시는 자동차를 중심으로 설계되었지만, 자율주행이 보편화되면 도로의 필요 면적이 달라질 수 있다. AI가 차량의 흐름을 최적화하고, 충돌 가능성을 최소화하면 현재처럼 넓은 차선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럽게 보행자 중심의 도로 설계가 가능해진다. 자동차가 차지하는 공간이 줄어들면, 보행자 도로나 자전거 도로를 확장할 수 있고, 도시의 공공 공간이 더욱 풍부해질 수도 있다.


특히 공유 모빌리티 시스템과 결합하면, 자가용을 소유하는 방식이 줄어들면서 도심 내 도로 공간을 재구성할 기회가 생긴다. AI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차량 중심의 도시에서 사람 중심의 도시로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이렇듯 AI는 교통 흐름을 최적화하고, 에너지 사용을 조절하며, 공공시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하지만 결론은 항상 하나로 귀결되는 것 같다. 그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느끼는 공간의 분위기, 지역의 정체성, 문화적 요소는 AI가 판단할 수 없는 영역이 아닐까?라는 질문.


결국, AI는 인간의 조력자이자 도구일 뿐, 도시의 진짜 모습은 사람들의 삶이 어떻게 스며드는지에 달려 있다.


우리는 이제 AI와 함께 미래 도시를 설계해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데이터 기반의 분석이 우리의 도시를 더욱 정교하고 효율적으로 만들 수 있도록 돕겠지만, 결국 그 속에서 사람들은 어떤 공간을 원하고,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어 하는지가 가장 중요한 질문이 아닐까.


AI는 우리에게 답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어떤 도시를 만들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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