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용산에 들어서며 지역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높고 거대한 유리 빌딩이 아닌 독특한 형태를 선보였는데, 세계적인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 David Chipperfield>가 설계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더욱 주목을 받았다.
일반적으로 오피스에 조성된 리테일은 주중에는 항상 손님들로 붐비기 마련이다. 같은 건물로 출근하는 직장인은 물론 인근 직장인들까지 풍부한 배후수요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점심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위해 이곳저곳을 찾아 떠난다. 그런데 엄청난 수요에 비해 식당은 한정적이고 시간제한까지 존재하다 보니 장사가 안 되는 것이 어려울 지경이다. 물론 주중에 한정해서 말이다.
오피스 리테일의 가장 큰 걸림돌은 바로 주말이다. 가장 큰 매출비중을 차지하는 직장인들이 출근하지 않아 가게를 찾는 발길이 뚝 끊기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게를 열어도 손님이 없다 보니 대부분 주말 영업을 하지 않기에 매 주말마다 적막감만 맴도는 공간으로 변한다.
이와 유사하게 아모레퍼시픽 사옥 역시 지하와 지상에 대규모 리테일이 조성되어 있는데, 앞서 언급했듯 주중에는 엄청난 인파로 항상 붐빈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주말에도 대부분의 매장들이 영업하며 많은 사람들로 활기를 띈다는 점에서 큰 차이를 보인다. 어떠한 이유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였을까?
우선 1층 로비를 포함해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공공에 무료로 개방하고 곳곳에 리테일을 배치하였다는 점이다. 지하의 경우 직장인들의 점심 수요를 충족시켜 주는 다양한 F&B로 채워졌으며 소문난 맛집들도 다수 입점하였다. ‘T’ 자 형태의 단순한 구조로 특별하진 않지만 매장 앞 통로에 놓인 테이블과 이곳을 이용하는 사람들로 지하임에도 활기차다. 지상에는 대규모 아트리움 로비를 중심으로 <오설록>, <이니스프리> 등 아모레퍼시픽이 선보인 다양한 브랜드 스토어가 배치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을 함께 조성함으로써 사람들에게 주말 방문동기를 부여한 점이 가장 크다. 엄선된 전시 기획으로 고품질의 관람경험을 제공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이는 사람들이 점차 문화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현재는 방문객들의 지속적인 증가로 미술관 입장시간을 나누어 티켓을 판매하고 관람객 무료주차시간 혜택까지 조정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시 관람을 마친 관람객들은 곧바로 돌아가지 않는다. 독특한 사옥의 내부 공간에 이끌려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일쑤이다. 지상에서는 브랜드 스토어를 둘러보거나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고, 지하에서는 색다른 음식을 먹으며 잠시 쉬어가기도 한다. 이로써 아모레퍼시픽이라는 회사 이미지는 물론 다양한 자체 브랜드까지 대중에 노출됨으로써 얻는 홍보효과 역시 엄청나다. 공공에 공간을 개방함으로써 발생하는 손해를 월등히 뛰어넘어 값을 매길 수 없을 정도로 더 큰 실익이 되어 돌아온다.
한편 아모레퍼시픽 사옥이 들어서며 주변 지역까지 활기를 띠게 되었다. 건물 내에서 빈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들이 다른 가게를 찾아 건물 밖 거리로 떠났기 때문이다. 주중 주말 상관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리며 인근 지역의 가게들이 반사이익을 얻게 되었고 지금의 <용리단길>이라는 이름으로 대중들에게 각인되었다. 또한 주변의 낙후된 건물들 역시 활발히 재건축되며 더욱더 많은 사람들을 흡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띄게 되었다.
이렇듯 문화시설이 끼치는 영향력이 확인되자 현재 이를 도입하는 오피스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모레퍼시픽이 시초라고 볼 수 있으며, <그라운드 시소> 등 많은 사랑을 받는 오피스 미술관이 점차 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