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문고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최초의 대형 서점 브랜드이다. 1980년 광화문 인근에 교보생명 사옥이 건립된 이후 당시 최대 규모의 서점 <교보문고>를 사옥 지하 1층 전체에 걸쳐 조성하였다. 당시 뛰어난 입지적 이점으로 수익성이 높은 쇼핑 및 식음공간이 탄생할 것이란 예상과는 다른 행보로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이는 독립운동가 출신 신용호 전 회장의 확고한 의지가 반영된 것인데, 이를 계기로 대중들이 책을 쉽게 접하게 됨으로써 지적 수준을 향상시키고 궁극적으로 국가적인 발전을 기원한 것이다.
이곳은 일본의 <츠타야 서점>에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 “물건을 파는 곳이 아닌, 물건을 구매하는 곳”이라는 철학*에 감명받아 교보문고에도 적극 차용하였다. 실제로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오랜 시간 동안 편히 볼 수 있는 공간을 적극 배치하였는데, “돈 안 내고 앉아서 책만 보는 손님들에게 눈치를 주지 말라”는 신 회장의 일화로도 유명하다. 이러한 경영철학은 현재까지도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다.
*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마드다 무네아키’의 <지적자본론>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그러나 이러한 서점 운영은 현재 수백억 대 적자만 쌓이는 사업이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으로 책을 구매하는 시대에 접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독서를 하는 인구 자체가 줄어들기도 하였다. 또한 영상매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현대인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도 한몫한다. 물론 수익성 개선을 위해 온라인 시장으로도 사업을 확장하긴 하였지만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여전히 오프라인 사업을 철수하지 않고 있다.
교보문고는 다른 경쟁사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많은 장르와 이에 맞는 다양한 도서를 항시 구비해두고 있다. 이는 국내에 국한되지 않고 흔히 접하기 쉽지 않은 다양한 국가의 해외 도서까지 포함된다. 실제 구매로 이어지진 않더라도 원하는 도서를 찾지 못해 빈손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하여 고객들에게 마지막 인상이 긍정적으로 기억되도록 한다. 이는 사람들이 본인에게 필요한 도서명을 특정하고 서점을 방문하기보다 관심 있는 분야의 다양한 도서를 비교한 후 구매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찾는 사람이 더 많은 점을 고려한 결과이기도 하다.
한편 교보문고는 오래전부터 문화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였다. 도서류 이외에도 문구류와 같은 생활용품은 물론 음반까지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전 연령층이 시간 날 때마다 부담 없이 찾는 공간으로 변모함으로써 책을 쉽게 접하게 되고 독서와도 친숙해지도록 하였다. 특히 현재는 세계적인 K-POP의 부흥으로 국내 팬덤뿐만 아니라 해외 관광객들도 찾는 필수 관광코스로 자리매김하여 한국 문화를 홍보하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최근에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다양한 문화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지하 1층 스타벅스 바로 맞은편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되는 황금 같은 장소에 <교보 아트 스페이스>를 조성해 다양한 전시를 주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시민참여형 전시로 소셜 미디어를 통해 다양한 사람들이 간편하게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교보문고는 물론 책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또 한 번 유도하고 있다. 현재는 올해로 제10회를 맞은 <교보 손글씨 대회> 수상작을 전시하고 있는데, 책 속에서 감명받은 문장을 자신만의 개성 있는 손글씨로 적어 뽐내고 있다. 이러한 전시는 한글날과도 맞물려 한글의 위대함을 알리는 역할도 겸하고 있다.
이렇듯 민간기업인 교보문고가 현재까지 지켜온 사회적 가치는 현재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 차원에서도 실현되고 있다. 이곳에서는 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되는데, 지난 4월부터 현재까지 <광화문 책마당>이라는 공공 야외 도서관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누구나 무료로 방문하여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교보문고과 많은 점이 유사하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바로 옆에 위치한 교보문고를 방문하게 되는 동기도 부여하는 등 모두에게 좋은 결과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렇듯 적지 않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교보문고가 현재까지도 지속될 수 있었던 것은 사회적 가치 실현과 더불어 대중들에게 교보 그룹을 알림으로써 얻게 되는 홍보효과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오랜 기간 동안 사회공헌사업의 일환으로 쌓아온 긍정적인 이미지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독서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에 교보문고 역시 정상적인 경영궤도에 정착함으로써 공공을 생각하는 경영철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