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락 더 마켓>은 부산 민락동에 위치한 F&B 특화 상업시설이다. 벽돌로 마감된 박공지붕 건물 3개가 붙어있는 형태로 주변 건물들 사이에서 유독 눈에 띈다. 2개층 규모이지만 1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하기에 사람들이 실제로 이용하는 곳은 2층이 유일하다.
이곳은 준주거지역으로 용적률 450%까지 크게 개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곳을 설계한 건축사사무소의 인터뷰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와 시행사의 반대를 무릅쓰고 설득을 통해 용적률 70% 수준으로 과감하게 규모를 축소하였다고 한다.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기 위해서 말이다.
중앙에 위치한 거대한 에스컬레이터를 통해 2층으로 올라가면 수많은 F&B 매장들이 반겨준다. 내부는 순환동선 구조로 방문객들이 이용하기에 편리하다. 반대편으로 쭉 걷다 보면 이곳의 꽃인 계단식 좌석과 아트리움이 나타난다. 거대한 커튼월 너머로는 광안대교와 연안 부두가 보이는데 중앙에는 이를 배경으로 하는 작은 스테이지가 있다. 또한 양옆으로는 팝업 스토어를 위한 전용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을 온전히 즐기려면 저녁에 방문하여야 한다. 해가 질 때쯤 간이 테이블이 설치되며 7시가 되면 팝업 스토어들도 영업을 시작한다. 커튼월 너머 야외에도 테이블이 펼쳐지며 상업공간이 외부까지 확장된다. 계단식 테이블에 앉아 가벼운 음식과 술을 곁들일 수도 있으며 공연이 개최될 경우 동시에 관람도 가능하다.
사실 큰 기대를 안고 이곳을 방문하였으나 실망감이 더 컸다.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점 형식의 매장이 많아 문을 열지 않은 곳이 많다는 것이다. 상업시설을 방문하였음에도 돈을 쓸 곳이 매우 제한적이다. 이로 인해 주간에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게 되고, 주점 외 다른 매장들의 매출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그나마 스타벅스 정도만 활발히 운영되는데, 다른 상점들은 장기간 영업이 지속될 수 있을지 많은 걱정이 되었다. 이를 반증하듯 현재 공실도 적지 않다.
궁극적으로 이곳을 복합문화시설이라고 칭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많은 의구심이 든다. 즐길 거리가 너무나도 명확하게 음주와 공연에 한정된다. 또한 이곳을 나이트 엔터테인먼트로 포지셔닝하였다면 많은 사람들이 접근하기 쉽고 가장 활성화되기 쉬운 1층 전체를 주차장으로 할애할 필요도 없다. 음주를 목적으로 방문한다면 대부분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방문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2층에서 바라보는 뷰가 훌륭하다고 보기에도 애매하다. 바다와 광안대교가 보이긴 하지만 근거리의 부두와 여기에 정박한 배들만 눈에 들어온다. 오히려 개발 규모를 키워서 사업성도 확보하고, 계단식 아트리움을 3개층 이상에서 모두 즐길 수 있도록 배치하였다면 정말 대체 불가한 명소가 되지 않았을까?
과감한 공간 브랜딩 및 마케팅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하지만 1회성 방문에 그치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