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애프터양' (2022) 리뷰
인간은 기억으로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사랑했던 기억, 활짝 웃으며 가족들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 가장 좋아하는 계절의 어느 날 유난히도 맑아보였던 하늘.
행복했던 기억을 마음에 한가득 담은 채, 그렇게 기억의 편린을 붙잡고서.
우주를 연상시키는 공간 속에서, 별을 닮은 기억의 조각들이 빛나는 연출이 좋았다. 안드로이드 인간 ‘양’의 시선으로 본 세상은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양의 시선이 머문 삶의 기억 속 순간들은 그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 처음 동생에게 인사를 건네던 순간, 햇빛에 반사되어 더욱 반짝거리던 나뭇잎, 벽에 비친 잎사귀의 그림자. 그리고 자신이 사랑했던 안드로이드 인간 ‘에이다’와 함께했던 시간들. 그는 이러한 기억을 꺼내어 몇 번이고 곱씹었을 것이다. 소중했던 순간들을 오래도록 추억하기 위해.
‘양’이 세상을 떠난 이후, 그의 가족은 양의 메모리 뱅크 속 기억을 재생하며 그의 삶을 이해하고 경험한다. 이는 SF 장르인 이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방식의 애도이자 사랑인 것 같다. 가슴이 먹먹했다.
찰나의 순간은 기록함으로써 기억이 되고, 기억함으로써 기록이 된다. 나를 미소 짓게 한 순간들을 기억하기 위해 기록하고, 기록하며 기억해야지. 그리하여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 이별이 다가왔을 때, 마음속에 담아둔 추억들을 두고두고 꺼내봐야지.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조금은 덜 아플 것 같다.
양, 가족들은 잘 있어. 너와의 기억을 마음에 한가득 담은 채, 그렇게 기억의 편린을 붙잡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