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클로즈' , '너와 나'_짧은 리뷰
1년 만에 다시 찾은 부산국제영화제. 애정하는 영화제를 다시 찾을 수 있어 행복했고, 잊지 못할 순간들을 가득 안고 돌아올 수 있었다.
뱃지 판매 부스 앞의 인파, 다음 영화를 보기 위해 영화의 전당에서 롯데시네마까지 먼 거리를 뛰어다니는 사람들. 그 순간을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10월 8일부터 10일까지. 3일간 총 6편의 영화를 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을 꼽으라면 클로즈, 본즈앤올, 그리고 너와 나. 클로즈, 너와 나에 대한 짧은 기록을 남긴다.
#클로즈
목 끝까지 잠겨오던 서러움을 애써 삼키다 결국 터뜨리고야마는 울음엔 얼마나 많은 감정들이 섞여있는가. 어느 날, 문득 닥쳐온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진작에야 꺼냈어야하는 말들은 죄책감이라는 무거운 덩어리가 되어 당사자의 가슴속에 침전해버린다.
감독은 “다정함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그 다정함의 상실이 끼치는 영향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한다. 10대 시절 꼭 붙어다니던 두 소년 레오와 레미. 둘은 점차 멀어지게 되고, 결국엔 어느 것 하나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나이가 듦에 따라 잃게 되는 것, 잃어버리고야 마는 것. 레오와 레미의 우정이, 사랑이,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무너지는 과정이 마음 아팠다. 그 시절에 존재하던 다정함이 이제는 무형의 것이 되었기에. 레오가 꽃냄새 자욱한 벌판을 뛰어다니다가 뒤를 돌아봐도, 레미는 그곳에 없을 것이기에.
두 배우의 연기가 인상깊었던 영화. 눈빛에 담긴 섬세한 감정선이 탁월하다.
#너와 나
삶과 죽음, 우정과 사랑. 그 사이를 유영하는 소중한 마음에 대해.
떠난 누군가를 향한 그리움을 고이 접어 날리면 그것은 꿈이 되어 내게 돌아온다. 너와 내가 함께였던 순간으로. 그렇게 우리가 해맑게 웃고 있던 순간으로. 추모와 애도의 물결을 반대편의 어딘가로 계속 보내다보면, 어느새 그곳에 닿아, 그리운 누군가가 그때 그 순간의 모습으로 내 앞에 서있을 것만 같다.
너와 나의 이야기 이면엔 우리 사회의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수학여행, 고등학생, 안산. 특정 사건이 떠올라 가슴이 미어졌다. 세상의 수많은 존재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섬세한 손길로 그것들을 어루만지는 영화. 괜히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벌써부터 내년의 부산국제영화제가 기다려진다. 그땐 해운대 밤바다를 거닐다가, 좋아하는 감독님과 배우를 우연히 만날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