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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Jul 20. 2024

우리 집은 순이네 집

우리 집은 순이네 집     

  우리 집은 호칭보다 별칭으로 부르는 별난 가정이다. 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나 따질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성적을 위해 시험에 출제될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마도 막둥이가 25세인 것으로 미루어 짐작하건대 20년 정도의 역사성은 입증되지 않을까? 하는 정도이다. 

순이네의 시작이 막내의 제안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우선 막내가 아빠를 좋아했는데 방법이 아빠 띠의 원숭이를 좋아하게 되었다. 그래서 원숭이의 모형 수집이 시작되었다. 가족은 장소 불문 가격 묻지도 따지지도 아니하고 원숭이 모델상품을 사 모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별칭을 자신의 띠를 사용하여 만들게 되었다. 나는 원숭이라서 몽순이, 아내는 쥐를 별칭 해 탱순이, 큰딸은 돼지를 별칭 해 꾸순이, 막내는 토끼를 별칭 해 또순이가 되었다.      

  

  별칭이 익숙해지고 당연하다 보니 집에서 아빠나 엄마를 들어본 적이 까마득하다. 그래도 위계질서가 무너지거나 아버지로서 권위가 떨어진 적은 없다. 민주적인 가정이라고 아내가 타 가정 사람에게 공 공연이 자랑하듯 우리 가정은 너무 즐겁다. 모든 것이 순아로 시작되고 순아를 찾으면 해결된다. 순아를 찾는 이유는 내가 집에서는 순아로 통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해되지 않는 별칭은 아내의 별칭 탱순이다. 왜 탱인지 지금도 해석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별칭에도 다윈의 진화론이 반영되었는지 또순이는 또찌로 굳어졌고 꾸순이는 꾸이, 탱순이는 탱으로 통하고 나는 몽순이를 유지하는 편이다.      

  

  우리 집 큰딸과 작은 녀석은 16년 차이다. 국가의 부르심에 순종해 아들, 딸 구별 말고 하나만 낳자 의 구호에서가 아니라 경제적으로 빈곤한 삶이 싫었던 나의 궁여지책 발상으로 하나만 낳았다. 돈 걱정하지 않게 키워 내 자녀에게서는 학비 때문에 학업을 포기했다는 소리를 듣지 않겠다고 결심했었기 때문이다. 멋지게 살겠다는 어린 시절 악의 발로라고나 할까? 그러나 딸 하나만 낳고 삼대독자였던 집에서 부모님 눈치를 보면서도 버틴 아내에게는 미안함이 많다. 세월이 많이 지나가고 막내의 태어남은 가난이 극복된 가정경제 회복과 직결된다고 생각한다.      

 큰딸 꾸이는 결혼을 해 딸 하나를 두고 있다. 손녀의 별칭도 당연히 있다. 똥순이다. 아마 똥강아지에서 변천되었다고 생각되는데 이제 사춘기가 되어가니 용띠인 것을 생각하여 새로운 별칭 공모를 해보아야겠다. 늦둥이와 그렇다 보니 13년 차이라 이모, 조카의 개념보다 친구처럼 지낸다. 아니 오히려 똥순이가 더 이모를 동생처럼 챙기고 있다가 표현으로는 맞을 것 같다. 똥순이 역시 태어나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불러본 적이 없을 듯싶다. 몽~~ 탱~~이면 끝이다. 수평적 위계질서는 가정을 화목한 대화의 광장으로 이끈다. 우리 역시 몽과 탱이라 부르는 것에 거부감이 없다. 우리 집은 즐거운 가축 농장이고 제각각의 별칭으로 대화한다. 사위가 결혼 전 우리 집에 인사하러 들렸다가 식구끼리 허물없이 별칭으로 대화하는 것에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결혼 후 들을 수 있었다.     


  세상은 변한다. 나의 별칭에도 변화가 있다. 늦둥이 사춘기에 별칭에 변화를 주었다. 어느 날 “얌순!!” 하며 부르는 것이다. 대답을 하는 사람이 당연히 없었다. 그런데 막내가 독립선언을 하듯 선언을 했다. 몽순이를 앞으로 얌순이 라고 할 거란다. 당황해 물어보니 기분 좋지 않을 때 “야! 몽순이”를 줄여서 얌순이로 부르기로 했단다. 

“좋아 그렇게 하자” 

흔쾌히 동의해 지금까지 막내 또찌는 두 가지를 혼용해 부른다. 늦둥이의 고유권한이자 횡포다. 그렇지만 아직 나에 자부심은 막내 말고는 감히 얌순이 라고 나를 부르는 가족은 나타나지 않아 가장의 권위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고맙게도 막내도 일반적 대화에서는 몽순이라고 불러준다. 단지 급하거나 기분이 별로이면 여지없이 얌순이라 부른다. 

아무렴 어떤가? 막내인 또찌와 난 절친 사이로 20년 지기이다. 우린 공동체처럼 한마음이다. 날 진심으로 챙겨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늦둥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리며 이 밤도 서로 잘자 하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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