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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일 Nov 07. 2024

말 한마디가 인생을 바꿀 수 있다.

 강원도 태백이라는 지역이 생소했다. 동해에서 태어나 바다를 보고 살았기에 산골은 상상해 보지도 않았던 곳이다. 오징어 명태는 알고 있었지만 고사리, 머루 다래는 알지도 못하고 살았었다. 그런데 제7광구 열풍으로 자원 개발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졸업도 했다. 결혼을 약속한 사람이 있으니 직업을 가지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현실이 선택의 폭을 좁게 했다.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고 갈만한 광산을 정해야 했다. 입학할 때 석유가 나온다고 뻥쳤던 뉴스는 더 방송에서 나오지 않았다. 졸업 후 처음엔 배운 걸 포기하고 물류 회사를 택했다. 그러나 신생기업이고 새로운 공법을 개발하기 위해 인재를 뽑는다는 지도 교수의 말에 한보 탄광으로 새롭게 직장을 결정했다. 탄광은 말로는 들었고 방송에서 가끔 보았을 정도다. 그곳에서 우리 가족이 생활하리란 생각은 해 보지 않았었다. 하지만 우리는 태어난 지 보름 된 지혜를 안고 태백으로 향했다.

 

  첫째를 초등학교에 보내야 할 시점에 서울로 탈출을 시도했다. 광산 생활이 싫다기보다 자녀에게 좀 더 나은 환경을 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이 결정에 우선순위가 되었다. 광산 생활을 정리해 보면 광산에서 무거움 침목을 요령 없이 들다 골절상을 당해 병원 입원 치료도 받았다. 전차를 몰다 떨어져 깔릴 뻔하였고 암석이 떨어지면서 허리를 쳐 중상을 당할 뻔도 하였다. 하지만 안전하게 광산을 벗어날 수 있었고 나름 잘 버티어내었다. 이 모든 과정은 입사 당시 현장소장의 말 한마디

“아직 현장 경험이 없으니 종업원부터 시작해 보면 나중에 관리자로서 쉬우니 그렇게 해 보는 게 어때” 이렇게 시작된 광부 생활이었다. 함께 졸업한 동료들은 직원으로 채용되어 감독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늦게 입사했고 그나마 광부라는 직종으로 시작했다. 현장소장이 바뀌면서 3년을 광부로 생활했다. 자존심도 상해 보고 낙심도 많이 했다. 현장에서 사정을 이야기하고 감독 추천 서류를 올렸을 때 그룹 회장의 “어떻게 사병이 장교가 될 수 있냐"라는 말을 했다고 하면서 유보되었을 때 억울하고 사기당했다는 생각에 앞이 캄캄했었다. 그러나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버텨 직종이 바뀌고 감독이 되었고 퇴직 전까지 작업자들에게 가장 신망을 받는 감독자가 되었다. 광산을 떠날 때 송별회를 여러 번 했다. 그중 기억 남는 한마디는 

“김 주임 내가 광산 생활 27년인데 당신같이 우리를 사람대우하는 감독 처음 봐 ”였다. 

사람대우가 어떤 것인지 지금도 정확히 모른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사람을 사람같이 대하지 그럼 다른 것도 있는가?’이다. 

 

  살아가면서 듣는 말 중 자신을 믿어주는 말을 상대가 해줄 때 가장 힘이 나고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서울에서 난 토목회사의 대형현장을 지휘하는 현장소장으로 변했다. 처음 입사했을 때나 건설회사의 꽃이라는 현장소장이 되었을 때나 한결같이 현장 작업자를 먼저 생각하려고 애를 썼다. 송별회 때 들었던 노 광부의 진심을 마음에 담고 살고 싶었다. 그렇게 일하고 생각하고 행동하고 결정했다. 건설회사 특성상 현장에서 목소리 크게 내고 욕을 하고 쌍소리가 없으면 연약한 지도자가 된다. 그리고 아우성을 치고 사무실이 시끄러워야 실적이 있다고 믿는다. 작업자는 관리자보다 무식하고 잘 모른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리고 토목회사 특성상 일일 목표치 달성은 매우 중요하다. 실적이 곧 돈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더 중요한 것을 잊고 있다고 생각했다. 실적을 이루어내는 도구는 기계가 아니라 사람이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이다. 감정은 마음에서 결정되는 것처럼 보이나 결국은 뇌에서 지시하는 대로 움직인다. 지시에 순응하며 행동하는 것이 동작이고 양심이다. 양심껏 행동하게 만드는 건 신뢰일 것이다.

 

  광산에서 터득한 사람 관계 형성 비법으로 토목회사에서 승리했다. 어느 현장에도 잘 적용했고 실적으로 증명되었다. 장소가 어디든, 직종이 무엇이든, 직업에 상관없이 사람은 역시 사람이다. 사람은 사람같이 대우받기를 원하고 자신이 사람으로 대우받고 있다고 마음이 전달하고 뇌가 결정하면 성실하고 충성을 한다. 난 이 원리로 현장마다 승리했고 당연히 사업주에게도 신뢰를 얻게 되었다. 칠십 평생을 살면서 노 광부의 말 한마디가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다. 그것을 실천하며 결과로 얻은 말 한마디가 또 있다.

“김 소장이 추천하면 이력서 볼 것 없어 학교 학벌 보지 말고 뽑아”

토목건설 회사를 근무할 때 사장이 인사부에 지시했다는 말이다. 

  사람을 믿고 신뢰할 수 있다는 것은 상대의 진심을 확신하고 있다는 사인이다. 말이 앞서지 않게 행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행동하게 만드는 말 역시 더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래를 춤추게 하는 행동도 칭찬으로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것 역시 말이다. 내가 던진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밝은 햇살처럼 웃으며 한마디 말에도 진심을 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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