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잘하는 사람들은 타고 난 걸까요?
사실 어느 정도 타고나긴 했습니다.
특히나 사람을 좋아하고 어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서나 자신감이 넘치죠.
설사 말재능을 타고나지 못했더라도 대화 자체를 즐기는 성향이다 보니, 말할 기회가 많아요.
많이 해보니 시행착오를 겪을지 언정 실력은 빠르게 향상되겠죠.
하지만 그건 일상적인 대화를 주고받는 상황에서죠.
편안한 사이에서 농담은 늘었을지 몰라도 업무적인 자리에서 논리적인 이야기에는 여전히 구멍이 많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성향의 사람들이 말을 더 잘할까요?
당연히 이들은 논리적으로 반박하거나 설득하는 데 뛰어나겠죠. 정말 상대방이 할 말이 없을 정도로 논리적으로 완벽할지도 몰라요. 그럼 완벽한 걸까요? 만약 감성이 필요한 상황이라면요?
한 때 유행했던 "나 우울해서 빵 샀어"라는 말을 듣고 "우울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너의 시간만 망칠 뿐이야. 지금 네가 해야 할 것은~"이라고 대답해 버린다면 어떨까요. "너 티발씨야?"란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닐 거예요. 아! 지성은 여기서 "우유랑 먹을래? 커피랑 먹을래?"라는 말을 해서 많은 분들이 감탄하더라고요.
(그런 다정한 멘트는 배우면 늘 수 있을까요? 일단 접수!)
그렇네요. 논리가 강한 사람은 상대적으로 감성적인 대화는 약하겠네요. 우린 둘 중 하나만 하면서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리고 만약 논리적이고 분석적인데 엄청나게 내성적인 성격이라면 어떨까요? 내용은 충실히 준비했지만 사람들 앞에 섰을 때 긴장한 나머지 준비한 내용을 제대로 말하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저도 나름 말을 잘하는 편이에요. (하하) 애초에 말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고, 현재 직업도, 이전 직업도 말을 업으로 하는 일이죠. 지금은 기업에서 스피치와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하고 있고, 이전에는 아나운서와 입찰 프레젠터로 활동했거든요. 그만큼 저는 말도 좋아하고, 이론적으로도 빠삭한 편이고, 실제로 경험도 많아요.
그럼 전 항상 말을 잘할까요?
그렇지도 않아요. 저도 실패할 때가 많아요. 공적인 자리는 물론이고 심지어 사적인 자리에서도 그렇죠.
언제 그러나 생각해 보면 제 몸과 마음이 지쳐있을 때 그래요.
부드럽게 말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지만, 예쁘게 말이 안 나가더라고요. 괜히 삐딱하게 말하게 되죠.
잘 들어주는 방법도 알고 있는데, 피곤하니까 상대방의 말이 듣기도 싫어요.
그러고 보면 대화가 잘 안 되는 상황의 상당수가 '방법을 몰라서'보다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요.
여러분은 어떤가요?
정말 방법을 몰라서 못 했나요,
아니면 그날따라 그랬나요?
말을 잘하는 스킬은 분명히 있어요.
그 스킬은 정말 잘하고 싶은데 도저히 방법을 모르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거예요.
하지만 무엇보다 내 마음의 여유가 가장 중요해요.
내가 스트레스가 없어야 해요. 내가 행복해야 해요.
그래야 예쁘게 혹은 잘 말할 생각이라도 들거든요.
그러니 내 마음을 돌봐주어야 해요.
강의에서 질문을 많이 받아요.
커뮤니케이션 강사는 집에서 안 싸우냐고.
그럴리가요 엄청 싸웁니다 하하
그러다 보니 남편이 한 번씩 놀리면서 말하죠
"맞다 여보 커뮤니케이션 강사였지...!"
여기엔 속뜻이 숨어 있죠.
"아니 커뮤니케이션 강사인데 왜 그따위로 말하는 거야?!"라는.....
왜 남편이랑 유독 대화가 안 될까요?
내가 만들어 놓은 기대치가 있어서 그래요.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니 서운함이 생기죠.
이미 감정이 상한 상태이니 예쁘게 말이 나갈 리가 없습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예쁘게 말해야지 이렇게 말하면 대화가 잘 될 수도 없어!'머리로는 알고 있어요.
하지만 '이 와중에 내가 예쁘게 까지 말해야 하는 거야?!' 하고 마음이 이깁니다. 생각하다가 혼자 더 화가 나 버리고 말죠.
이미 가시가 가득 박힌 말을 전달해 버리면 상대방이 예쁘게 돌려주기란 쉽지 않습니다.
예쁘게 돌려주려면 상대가 온전히 그 가시를 뽑아내야 하는데, 상대는 상처가 가득해지겠죠. 결국 어느 날 지쳐 쓰러질지도 몰라요. 가시 가득한 말 들이 오가면, 대화가 될 수 없습니다. 서로 가시에 찔리진 않을까 가시에 집중하고 있는데 상대의 진심이나 내 진심 따위를 제대로 들여다볼 여유가 없죠. 그러다 보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서운했어. ~해 줘"인 아주 간단한 말인데 정작 현실은 돌고 돌아 저 먼 곳에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는 왜 그 모양이라~~~~"
대화를 잘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내 마음의 여유입니다. 그때 스킬도 잘 적용할 수 있어요.
그래야 한 번 더 생각해 볼 수 있고, 한 번 더 물어봐줄 수 있고, 좀 더 진심을 담을 수 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