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하굣길에 오며 가며 마주치던 소나무 한 그루에 대한 이야기.
작업자 두 명이 하늘로 높게 뻗은 사다리차 바구니 위에 올라타 소나무 가지를 솎아낸다. 그들이 서로에게 무어라 소리치지만 지상의 나로서는 그저 바람의 속삭임으로 느껴질 뿐이다.
작업자들을 태운 사다리차 바구니는 그들이 움직일 때마다 좌우로 심하게 휘청인다. 위험해 보였으나 그들은 신경쓰지 않고 작업에 열중한다.
가위질 몇 번에 늙은 가지와 어린 솔방울들은 높디높은 소나무 꼭대기에서 연거푸 떨어진다. 동시에 솔잎으로 풍성했던 소나무는 금세 초라해진 채 아파트 단지를 내려다본다.
날카로운 가위날에 반듯하게 잘려 드러난 가지 단면이 묘하게 쓸쓸해 보인다. 자연에서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어색하고도 인위적인 단정함이었다.
곧이어 소나무 향이 바람을 타고 퍼진다. 차분하면서도 상쾌하다. 떨어져 나간 소나무의 묵은 상처들은 우리에게 싱그러운 향을 선물한다.
다음 날, 같은 장소를 지나다 솔잎과 솔방울이 가득 달린 가지 무더기를 발견했다. 갈색으로 바랜 솔잎들 사이 푸르스름한 어린 가지들이 눈에 띈다. 단지 미화를 위해 멀쩡한 가지도 함께 잘라낸 것이다.
사람들은 만족을 위해 또 다른 생명의 일부를 잘라낸다. 인류는 전에 없던 지능을 가지고 탄생했지만 모순적이게도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
자연은 본래 지구 생물들을 감싸는 존재였으나 그 포근하고도 너른 막을 인간이 스스로 부수고 있는 것이다.
항상 드는 어쩌면 진부한 생각이지만, 인간의 이기심을 조금만 덜어낸다면 우리의 삶이, 지구의 모든 생명들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