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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루 Sep 01. 2024

지우개가 갈라졌다.

잊고 싶었던 기억까지도


조그맣던 금이 끝내 벌어져 생긴 일이다.


원체 작은 지우개라, 일 년 반 만이다.


그동안


부끄러운 실수도


서러웠던 순간도


잊고 싶은 기억도


말끔히 지워냈구나.




연필로 꾹꾹 눌러 쓴 글씨는 지워도 자국이 남는다.


그만큼 뒤에 쌓인 지우개가루는


기억을 지우는  또다른 기억의 편린이자


그동안의 상처가 쌓여서 뭉쳐진 기억 덩어리.


기억은 기억으로 잊는 거지. 




새 지우개를 샀다. 이전보다 큰 걸로.


나름 고민해서 골랐다. 새하얘서 조심히 다루지 않으면 확 눈에 띈다.


새로운 기억을 맞이할 준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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