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하늘 떠오른 하이얀 구름이
소름 끼치도록 정교한 건물의 창에 부딪혀
산산이 조각난다.
날카로이 피부를 겨누는 햇살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도로 한가운데 정류장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이 설렘을 온전히 느끼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부러 버스의 뒷자리에 앉아 버스기사가 핸들을 돌릴 때마다
꿈틀하는 차체를 실감했다.
전철 타는 것을 좋아한다.
빠르게 지나가는 풍경을 큰 창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좋다.
스크린 도어 앞에 서서
날 스치는 몇 그루 나무들과 뻥 뚫린 8차선 도로 위 차들을 눈으로 좇는다.
공항이다.
올 때마다 매번 설레는 곳.
사실 여행지에서 보낼 날들보다
그날들을 손꼽아 기다린 시간들이
우리를 더욱 고양시키는 걸지도 모른다.
끝없이 펼쳐진 활주로
북적이는 사람들과 저마다의 여행 가방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창 너머 보이는
줄 맞춰 선 항공기.
그것에 혹해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이제 날아오를 시간이다.
기체가 크게 진동한 후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어느새 나는 어린아이처럼 땀이 어린 손으로
비행기 창만 뚫어져라 응시한다.
비로소, 나는 흐드러진 구름과
잠시나마 얼굴을 맞대었다.
다시 한 번, 거센 진동과 함께 몸이 앞으로 쏠린다.
땅이 시야에 들어오고 나서는 이미 비행이 끝난 뒤였다.
벌어진 날개 틈 사이로 새어나오는
활주로의 경광등이 마음을 간지럽혔다.
내 마음도 색색으로 빛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