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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하루 Dec 31. 2024

휘날리는 겨울이란

한 해의 마지막에 서서


길의 눈은 다 녹아 없고


제 할 일을 마친 제설제와 질퍽해진 웅덩이만이 발에 채일 뿐이다.


나도 모르게 눈이 펑펑 내리던 그날을 회상했다.




눈밭에서 어린아이처럼 뛰어노는 사람들을 보니


분명 눈에는 우리들의 어린 시절이 담겨 있으리라.


길고도 무더운 여름에 쌓인 한탄이


후회 없이 휘날리나 보다.




일 년의 마지막이라는 게,


이대로 나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마음에,


발이 쉬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히 희게 쌓인 눈을 흙투성이 운동화로 짓이기고는


터덜터덜 집으로 향했다.


패딩을 껴입고 장갑을 끼었는데도


마음은 왜 이리 시려오는지.




마지막은 또 다른 시작이니까,


나는 이번에도 새로운 한 해를 향해 한 발 내딛었다.


따사로운 햇살이 세상을 녹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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