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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윰글 Nov 20. 2024

영화 '프리즌'을 보고

후배의 추천과 한석규 배우의 따뜻한 연기를 평소 좋아했기에 이 영화를 찾아보았다. 범죄 영화답게 전반적으로 어두운 화면 구성과 묵직한 음악이 인상적이었고, 영화의 시작부터 깊이 몰입할 수 있었다.


이 영화는 2017년에 개봉한 범죄 액션물로, 상영 시간은 125분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공간적 배경은 ‘감옥’이다. 첫 장면부터 잔인한 살인 현장을 보여주며 강렬한 시작을 보였다. 요즘 미디어에서는 살인, 폭력, 갈취 등이 빈번히 묘사되는데,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나로서는 이런 표현들이 조금 더 순화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어쩌면 이 또한 직업병일지도 모르겠다.


낮에는 감옥 생활을 하고, 밤이 되면 범죄자의 본모습으로 돌아가는 사람들. 그 중심에는 익호(한석규)가 있다. 그의 무리들은 마치 ‘백조왕자’처럼 낮과 밤 사이에서 극단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이들이 범죄를 통해 해소하려는 것은 무엇일까?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들의 내면적 동기를 고민하게 되었고, 이런 이야기를 풀어낸 감독의 의도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또 다른 주인공 유건(김래원)은 검거율 100%를 자랑하던 전직 경찰이다. 감옥으로 이송된 그는 익호와 처음 마주한 뒤, 일명 ‘신참 신고식’을 치르게 된다. 이런 의식은 어딜 가나 존재하는 걸까? 이후 유건이 위기 상황에 처한 익호를 구하면서 둘 사이에 우정 아닌 우정이 싹트기 시작한다. 익호는 유건의 단단한 눈빛에서 신뢰를 느끼고, 둘은 점차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진다.


익호(한석규): “너 뭐 좋아하냐? 뭐든 좋아하는 게 있으면 말해.”


남자들 사이의 우정 어린 대화는 매력적이지만, 익호의 말 속엔 진심이 없었다. 그는 유건을 단지 자신의 범죄 작업에 이용할 장비 정도로 여겼다. 유건이 이를 몰랐을 리 없다. 하지만 익호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하며 그의 마음에 들고자 했다.


유건: “이 교도소, 은근 내 스타일인데요.”

익호: “똘아이 같은 새끼야. 너 나가서 사람 하나만 찾아올래? 찾기만 해도 1억이야.”


익호의 제안을 받아들인 유건은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며 점점 익호의 신뢰를 얻는다. 그러나 둘의 마음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다. 유건은 자신이 추적하던 미제사건의 범인을 잡는 데 열중했고, 익호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며 감옥 내 입지를 강화하는 데 몰두했다.


유건: “목숨 바치겠습니다.”

익호: “지랄하네.”


익호는 점점 유건에게 다정한 모습을 보였고, 어느새 둘 사이의 관계는 미묘한 신뢰와 긴장으로 얽히게 되었다. 병원 응급실에서 나란히 누운 두 사람이 나누던 대화가 불길하게 느껴졌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감옥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묵직한 음악과 살벌한 장면들로 긴장감을 유지한다. 익호의 날카로운 눈빛에서 살기가 느껴지는 반면, 유건은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집요함을 감추고 행동한다. 감옥 내 재소자들이 익호를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은 마치 조직의 수장을 따르는 회사원들처럼 보였다. 그들은 그렇게라도 살아남아야 했을까? 영화 속 감옥은 실제와 얼마나 닮았을까 궁금증이 생겼다.


아래에 적힌 익호의 대사는 특히 인상 깊었다.


“안이나 밖이나 똑같아. 안 죽고 버티려고 악을 쓰면 그게 점점 죄가 돼. 사는 게 그래. 어쩔 수 없는 거야.”

“넌 이 세상이 저절로 굴러가는 것 같지?”

“난 이 안에서 그 새끼들을 내 손안에 넣고 굴릴 거다.”

“넌 이제 나만 믿고 따라와. 그럼 돼.”


감옥은 죄를 지은 사람을 격리하고 교화의 기회를 제공하며, 재사회화를 통해 사회를 안정시키는 곳이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 속 인물들은 이에 부합하지 않았다. 교화는커녕 새로운 범죄를 계획하며 자신의 이익을 좇는 모습은 묘한 아이러니를 자아낸다.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이런 아쉬움이 남았다.


'난 이 안에서 세상을 굴릴 거다.'


이것은 영화 속 익호의 핵심적인 사고방식이다. 그는 왜 이런 결심을 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이런 마음은 그의 머릿속에 언제부터 자리 잡았을까? 감옥 안에서 그는 어떤 방식으로 자신의 입지를 유지해 나가는 걸까? 이 영화는 과연 시청자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려 했을까?


익호의 생각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의 악의 근원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의 머릿속은 온통 악으로 물들어 버렸을까? 그의 성장 과정이 궁금했지만, 영화는 그 부분을 끝내 다루지 않았다. 그저 현재의 익호만을 보여줄 뿐이다. 결국 나는 그가 단순히 사회에 반항하는 파괴자로만 느껴졌다. 하지만, 그렇게 처절한 악마로 등장하는 그의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유건의 손에 오랜 시간 풀리지 않았던 미제사건의 주동자가 최후를 맞이한다. 그러나 유건이 개인적으로 입은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현실 속에서도 그와 같은 인물이 있을까? 누군가는 그를 어리석다고 비웃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는 현실을 넘어서서 비현실적인 시원함을 제공하기에 충분하다. 권선징악이 실현되는 공간이 바로 미디어 속 세계다. 덕분에 또 다른 누군가는 정의와 사랑을 꿈꾸게 될 것이다.


두 남자 주인공의 연기 조화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잔잔하면서도 묵직한 음악, 그리고 실상 잘 들여다볼 수 없는 '감옥'이라는 공간이 영화 속에서 생생히 그려졌다. 특히 '버틴다'라는 단어가 마음에 깊이 남았다. 그들은 감옥에서, 우리는 감옥 밖에서 각자의 삶을 버텨내고 있다. 영화를 보며 범죄와 범죄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익호의 당당하면서도 위협적인 행동은 두려움을 불러일으켰다. 스릴러나 범죄 영화를 볼 때 느껴지는 섬뜩함을 이 영화에서도 경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아닐 거야."라는 생각을 품으며 끝까지 영화를 지켜봤다.


범죄자의 심리를 탐구하고 싶은 사람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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