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작 싸인 (Sign)
사라지지 않는 나의 싸인의 무게
세부를 이야기 안 할 수가 없다.
이름도 참잘 지었다. 세부.... 하지만 이름값만큼 다 하는 건 아니다.
누가 지었는지 필리핀 지명중에서도 이름을 제일 잘 지은 것 같다. 이름대로 된다더니...
나의 제2의 홈타운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는데...
글쓰기를 하며 모든 것이 주마등처럼 지나간다. 아니 내 안에 아직도 각인되어 있다. 아직 놓지 않았기 때문이란 걸 난 잘 안다.
생소한 직업이며 사업이라 사람들은 잘 이해하기 어렵워 한다.
유학원을 했다는 건가요? 학교? 어학원? 등등을 묻는다. 이젠 설명하기도 힘들고 귀찮다.
글을 쓰기 시작하며 누군가 본인의 인생작을 써보라고 한다.
사실 굳이 뽑을 만한 내 인생작은 없다. 그럼 좋아하는 거 또는 애착 가는 걸 찾아서 써 보라고 한다. 애착물건이라... 그런 건 더더욱 없다. 학교, 자동차, 학교책, 명품, 요리조리 쥐어짜며 생각해 봤지만 없다.
굳이 찾으라면 명품?? 참 좋아한다. 하지만 그것도 이젠 다 부질없다는 걸 깨달은 나이이다.
명품사고 좋은 기분도 이젠 1주일도 안 간다. 그렇게 내가 아끼는 게 뭐가 있지 생각을 하다 끝내 한 글자도 쓰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애착이 가는 물건도 하나 없구나” 하며 나 자신에게 핀잔을 주며 하루하루를 그냥 살아 내고 있던 어느 날이었다.
문득 내가 학교 수료증에 해 주던 싸인이 갑작스럽게 울컥하며 생각의 주먹이 명치를 친다.
그것도 평범한 일상 중에 갑자기 훅하고 왔다.
학교에서 어학연수를 마치면 최종 프로그래스시험(Final Progress Exam)을 치르고 본인들의 영어 레벨이 찍혀있는 증명서를 받아간다.
그리고 내가 학교졸업장에 직인을 찍고 마지막 사인을 해주는 내 싸인!
“사인하시라고요” 멀리서 소리가 들린다. 계산대 여직원이 재촉한다.
순간 내 싸인이 생각났다. 아주 선명하게....
이 싸인이 오랜만에 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 싸인은 학교를 대표하고 우리 학교의 증빙이 되는 싸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그때는 몰랐다. 사인할 게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다고 하면서도 즐거워했다.
“그 학생 진짜 이레벨 나왔어요?”
“시험 본 거랑 인터뷰 1회 2회 서류 다 가져와봐요!”
철저하게 확인했던 내 모습과 기다렸다 금딱지를 붙이고 딱딱한 증명서 케이스에 담던 분주했던 우리 직원의 모습이 생각난다.
나는 이제야 나의 애착과 나의 인생작을 깨달았다. 나의 인생작은 내가 설립해 세운 우리 학교 수료증 위에 해주던 싸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