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차 퍼실리테이터 & 프로덕트 매니저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가능하면 다 해결하는 문제 해결 전문가가 되고 싶어요. 현장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게 생길지 모르고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그걸 해결하는 재미가 엄청나거든요.
함께 일하는 동료들이 저를 표현하는 세 가지 가치가 건설적인 연애, 다른 사람에게 도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랑할 애(愛)자에 받들 봉(奉)자로 애봉이라고 지어줬어요.
프로덕트 매니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만들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배려라는 것이 사람들이 일을 하게 만들고 뭐가 되게 만드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 같다는 거를 저를 보면서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오늘 에피소드 주인공 난철님입니다. 자기소개 한 번만 부탁드릴게요.
저는 한 8년 정도 직장생활을 한 난철이고요. 초반에는 디자인 씽킹(Design Thinking) 퍼실리테이터(Facilitation)라는 약간 생소한 이름으로 일을 했었고 최근 3~4년 정도는 기획자 겸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퍼실리테이터를 몰라서 구글에서 검색을 해봤어요. 교육 커리큘럼 설계하고 기획하고 이런 일을 하는 걸로 봤는데 맞나요?
맞아요. 그런 일도 많이 했었고 원래 전통적으로 퍼실리테이터라고 하면 회의를 도와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것 같아요. 회의가 보통 이야기가 산으로 가거나 결말이 안 나고 목소리 큰 사람 말하고 그러기가 쉬운데 그것을 좀 더 여럿이 편하게 말을 하고 결과물을 원하는 걸 도출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중립적으로 도와주는 그런 사람이 퍼실리테이터인데 제가 했던 거는 그런 퍼실리테이터의 기법을 활용해서 디자인 씽킹을 사람들한테 알리거나 가르쳐주거나 또는 디자인 씽킹으로 결과물 만드는 과정을 설계해서 진행하거나 그런 것들을 주로 했습니다.
서비스 기획자나 PM들이 하시는 거랑 거의 비슷하네요. 어떻게 IT 업계에 오게 되셨는지 궁금했어요.
학부 전공은 기계공학인데 석사 전공은 서비스 디자인을 했어요. 석사 전공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랑 되게 비슷하죠. 그런 걸 하다 보니 석사 전공 살려서 할 수 있는 일을 어쩌 어쩌 찾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는 게 IT 업계에서 할 수 있는 게 많더라고요. 그렇게 해서 퍼실리테이터 했던 것도 IT 업계에서도 했다가 완전 제조업 기반 기업에서도 했다가 하다 보니 그냥 할 수 있는 일을 하다 보니 IT 업계에 자연스럽게 머무르게 됐다.
학부는 기계공학 전공하셨다고 했잖아요. 이유가 있나요?
대학교 갈 때부터 기계과를 갈 생각은 없었고 1학년 때 공학 계열이었어요. 자연계 였고 고등학교 때 이것저것 거르다 보니 남는 게 공대밖에 없어서 일단 공학계열을 갔는데 저희 학교는 1학년 때 공학 계열 수업 들은 다음에 2학년 때 전공을 정하거든요. 그때 보니까 기계가 기름 냄새나고 재미없는 건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재밌어 보인다라는 오해를 하고 전공 진입을 하게 되었죠.
대학을 갈 때는 공학 전공으로 갔는데 2학년 때 기계공학으로 공부하고 석사 때 서비스 디자인은 어떻게 하게 됐어요?
1학년 때 들었던 설계 과목 중에 창의적 공학 설계라는 게 있었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너무너무 재밌는데 창공 과목을 만든 분이 기계과 교수님이래요. 그래서 기계과 가면 이런 거 하는구나 하고 가봤더니 나는 산업공학을 가는 게 더 잘 맞았겠다 싶었는데 저희 학교에 창공 만드신 교수님들이 한 두 분이 계셔서 창공의 아버지, 창공의 아들이 계신데 창공의 아들 교수님 연구실에 학부 연구생으로 갔어요. 3학년 때 갔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제가 했던 그런 재미있어 했던 걸 하고 있었고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정부 과제를 하고 있어서 그거를 하다 보니 너무 재밌는데 제가 학교 졸업할 때쯤 서비스 디자인 프로세스 만든 것으로 석사학 박사 과정을 연다는 거예요. 그래서 이건 운명인가 내가 안 그래도 석사 기계과 갈 생각했는데 마침 내가 좋아하는 내용으로 과가 생기면 그걸로 석사해도 되겠다 해서 그렇게 갔죠. 그때 연구실 선배들이 야 너 거기 가서 굶어 죽으면 어쩌려고 그런 데 가냐 그냥 우리 학교에서 기계과 학사 석사 하면 현차가고 잘 가는데 너 왜 그런 데 가냐 했는데 망하면 고향 가서 포도 농사지어도 되고 그런 생각으로 재미있어 보이는 걸 하고 싶어서 그렇게 서비스 디자인까지 전공을 했죠.
IT 쪽에서 서비스 디자인이라고 하는 것과 난철님이 석사에서 전공했다는 그 서비스 디자인이 개념적으로 다른 건가라는 생각이 들어서 여쭤봤어요.
조금 다를 수 있는 것 같아요. IT쪽에서 서비스 디자인은 좀 더 UI/UX에 더 많이 집중돼 있는데 제가 했던 거는 엄청 넓었어요. 예를 들면 은행 업무가 ATM기로 됐다 그런 느낌으로 조금 더 모니터 바깥을 많이 보는 그런 걸 저는 전공했었죠.
갑자기 퍼실리테이터를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여러 가지 회사를 거쳐왔는데 최근에 와서야 제가 조금 더 나의 흥미, 나의 재미로 회사를 선택하고 있고 예전에는 재미라는 기준도 있기는 하지만 먹고 살기 급급해서 했던 것도 있었어요. 예를 들면은 제가 SAP 코리아에 인턴을 하게 됐을 때 인턴으로 반년 일을 하게 됐는데 반년 동안 제가 의미 있게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더라고요. 그럼 여기서 내가 배울 수 있는 게 뭘까를 하다 보니 그때 CSR 활동으로 테디라는 별명을 가진 분이 디자인 씽킹 워크숍을 학생이나 민간 단체를 대상으로 하고 계셨는데 그거를 쫓아다니면 배울 수 있는 게 있는 거예요. 제가 실질적으로 하다 보니 이거 뭔지 모르겠지만 이거라도 배워가자 하면서 쫓아다니면서 워크숍은 저렇게 진행하는구나 그런 거를 배웠고 어쩌다 보니 거기서 인턴을 1년을 하게 되면서 워크숍 운영하고 진행하는 거죠. 실무를 배운 상태로 다시 석사 와서 하고 그렇게 좀 하다 보니 이거 할 수 있으니까 또 어디서 이거 해달라고 부르고 하다 보니 또 조금 잘하게 되고 그런 식으로 계속계속 이어졌어요.
퍼실리테이터를 할 때 재밌어 하셨을 것 같은데 또 갑자기 방향을 틀었어요. 어떤 계기가 있으셨어요?
두산에서 한창 행복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일이 너무 의미 있어서 예를 들면 중공업에서 화학 관리를 하는데 더 좋은 일하는 환경 만들고 인프라 코어에서 신제품 만드는 워크숍 참여하고 너무 재밌는데 그들의 일을 해주고 나니까 약간 아쉬운 거예요. 나도 저기에 포함이 돼서 쭉 같이 하고 싶다. 내가 직접 하고 싶다 그런 생각이 점점 커져가지고 그럼 나도 메이커로 일을 하고 싶은데 내가 메이커로서 할 수 있는 게 뭘까 하다 보니 아까 디디가 말씀하신 것처럼 퍼실리테이터로서 제가 했던 일이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가 하는 일이랑 결이 비슷하다 보니까 이거를 좀 잘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그렇게 틀게 됐죠. 너무 오래 하다 보니 나도 내 일 하고 싶다. 나도 내 거, 내 제품, 내 서비스 만들고 싶다 해서 제가 두산 다닐 때 친구가 자랑을 하는 거예요. 내가 이런 앱을 만들었는데 그 친구가 개발자들하고 셋이서 뚝딱뚝딱 만들어서 스토어에 올렸더니 소문도 안 냈는데 한 사람 한 사람이 자기네들끼리 입소문 내면서 점점 쓰고 있다고 그래서 그만둘 수가 없고 계속 운영을 하고 있다. 자랑을 하는데 너무 재미있어 보이는 거예요. 그래서 친구네 회사에 반년 정도 일요일마다 가서 제가 도와줄 수 있는 영역 도와주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너무 커져서 에라 모르겠다고 두산 때려치우고 친구들 회사로 가서 온갖 일을 했었죠.
퍼실리테이터 때는 기업이 먼저 요청해서 난철님이 요구를 대응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요구하는 거를 내가 골랐다는 느낌이 드네요.
석사 졸업하고 회사를 한 7개월 다녔는데 그 회사에 있다가 나가야지 하면서 UX 디자인을 하고 싶어서 서류 내고 면접 준비하고 있다가 그때 SAP에서 다시 연락 온 거예요. 디자인 씽킹 진행할 사람 필요한데 와줄래? 해서 나는 UX 하고 싶긴 했는데 일단 저기 가서도 할 수 있겠지 하고 또 잘못된 판단을 하고 갔어요. 갔는데 계약에 문제가 생겨서 1년 정도 후에 제가 월급이 빵원이 생긴 거예요. 그래서 어떡하지 하던 중에 또 두산에 가서 무슨 일 할지 잘 모르겠지만 디자인 씽킹 할 사람 찾는다고 일단 가보자 생각 했다면 이제는 진짜 재밌어 보이는 거 그런 식으로 더 많이 생각하고 찾는 것 같아요.
이번 이직이 의미 있으셨겠어요. 이직 과정도 한번 들려주세요.
6월쯤부터 본격적으로 준비했던 것 같아요. 지금 회사에 2년 반 정도 다닌 상태에서 거의 진짜 오랜만에 포트폴리오 정리하고 이력서 다듬으면서 서류를 뿌리기 시작했는데 면접 보러 갔다가 떨어지고 좌절을 하다가 커리어 컨설팅 하는 분까지 찾아가지고 이력서 첨삭을 한 번 쫙 받고 나서 추석 연휴 한번 싹 갈아엎었어요. 갈아엎고 그 분한테 보냈더니 또 첨삭해 주셔서 또 갈아엎고를 하고 9월에는 서류를 갈아엎으면서 다시 자존감을 챙기다가 10월은 진짜 죽이 됐든 밥이 됐든 10월이 지났을 때는 만약에 내가 아무 데도 못 가도 나는 할 만큼 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만큼 해보자 그렇게 좀 결의를 다지고 했는데 10월에 몇 십 군데 서류를 내서 그중에 가고 싶었던 회사가 너무나 다행히 합격을 해가지고 속전속결로 최종 합격 연락 오고 나서 하루 만에 연봉 협상이랑 오퍼레이터 사인까지 다 끝내버리고 그날 밤에 회사 대표님께 나가겠다고 말씀까지 던지고 그렇게 되었어요.
이번에는 어떤 도메인이에요?
건설 장비 임대 솔루션을 만드는 스타트업인데요.
학부 전공을 살리시는 걸 수도 있겠네요.
저도 두산 다니면서 인프라 코어랑 일할 때 생각도 많이 나는 거예요. 제가 두산을 안 다녔으면 인프라 코어에서 그런 현장 얘기를 안 들었으면 감히 못 갔을 느낌이 확실히 들어요.
그 회사 입장에서는 너무 귀한 인재네요.
제가 원했던 거는 IT 기획자로 일을 더 하고 싶다. 기획자 또는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을 하고 싶다. 그리고 원하는 것은 도메인이 조금 더 모니터 바깥 세상을 많이 보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어요. 처음 면접 볼 때였던가 대표님이 우리 회사는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용인 현장으로 외근도 간다고 살짝 걱정스럽게 말씀하셨는데 저는 오히려 좋다 그렇게 외근 가고 현장 가는 거 좋다 뭐했던 거다. 그래서 지금 면허도 따려고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갈 때 법인 차량 타고 간다는데 인원수가 좀 적거든요. 제가 맨날 얻어타고 갈 수는 없고 혼자 갈 일도 있겠다 싶어서 좀 쉬는 동안 면허도 따려고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모니터 바깥 세상의 일을 더 많이 하고 싶어진 계기가 있으세요?
올해 진지하게 진로 고민, 이직 생각하면서 나는 뭘 하고 싶지 그런 걸 하다 보니까 결국에는 나중에는 문제 해결 전문가가 되고 싶다라고 항상 생각은 하는데 그냥 제 눈앞에 보이는 문제를 가능하면 다 해결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 거예요. 제가 직접 해결하든 아니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사람을 모아서 같이 해결하자고 만들든 근데 그렇게 할 때 제가 좀 더 마음이 많이 가고 관심 가는 거는 결국에는 모니터 바깥 세상에 더 많이 눈이 가는 것 같은데 업무적으로 몇 년 동안 계속 모니터 앞에만 앉아 있다 보니까 점점 안 그래지는 것 같다. 그래서 좀 더 의도적으로 이 다음 회사는 중간다리쯤 되는 일을 하고 싶다 했는데 너무나 운 좋게도 이렇게 건설 현장에 가는 일을 하게 되어서 기대가 많이 됩니다.
구직 과정에서 이력서 첨삭 받았다고 하셨는데 효과가 있나요?
저는 있다고 생각했어요. 확실히 서류 합격률이 달라요. 원래 한 25% 정도였는데 바꾸고 나서 한 47% 정도로 서류 합격률이 좋아졌고 제가 친한 동료들한테 말을 했거든요. 나 냈는데 이런 애가 대충 듣더니 확실히 이력서 바꾸고 나서 입질 속도가 좀 달라진 것 같다고 입질 오는 속도가 더 빨라진 것 같다 하고 주위 사람들도 느낄 정도였어요.
이력서를 보내면 첨삭해서 보내주는 게 아니고 1시간 동안 뭘 하는 건가요?
원래는 커리어 카운셀링인데 시작하자마자 저는 이런 상황이다 했더니 그분이 듣더니 원래는 카운셀링을 해주려고 했는데 당신한테 지금 필요한 거는 이력서 첨삭 같다. 지금 이력서 화면 공유해달라 링크 보내달라고 해서 제가 그전에 이미 보내드리기로 했거든요. 1시간 반 동안 여기는 이렇게 하고 앞에는 뭘 적고 이렇게 요약을 하고 그런 식으로 봐주시는 거예요. 이력서 제일 위에 저의 강점, 핵심 역량 그런 것들을 요약해서 쓰면 좋겠는데 그분이 그 자리에서 저를 인터뷰하듯이 막 얘기를 끄집어내서 이거 적으면 좋겠다 하고 초안도 써주고 나중에 고쳐서 저 보내주시면 또 한 번 더 참석해 드리겠습니다 하고 그거는 원래 해주는 건 아닌 것 같은데 약간 좀 서비스로 해 주신 것 같아요.
좋은 상사나 동료, 후배는 내가 성장할 기회를 만들어주는 사람이라고 하셨어요. 그런 사례가 있으셨나요?
아까 말했던 7개월 정도 있었던 회사에서 부서장님이 그런 분이었어요. 내가 시니어가 된다면 저런 사람이 되고 싶다 했는데 일단 그분은 UX 디자인에서 경력이 되게 많으신 분이었고 그래서 UX 디자인은 이렇게 하는 거야 하는 실무적인 뭐랄까요? 방향성, 지침도 엄청 많이 알려주시고 제가 그때 완전 주니어로 입사를 했는데 같이 입사했던 친구들 저 포함 셋이서 팀플 하듯이 몰입해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준다던가 그런 식으로 다양하게 실무 역량도 쌓을 수 있으면서 또 본인이 감정 공동체를 만들고 싶다 하는 욕심 있는 분이셔서 팀 운영도 너무 재밌게 하시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도 영감도 많이 받았어요.
감정 공동체라는 게 뭐예요? 종교 단체인가요?
저도 그거를 아직 정확히 이해를 못한 것 같은데 제가 이해하기로는 지금 우리 넷이 앉아있잖아요. 우리 넷이 한 팀이라면 일만 같이 하는 게 아니고 서로서로 이 사람 상태가 어떻지 계속 터치할 수 있는 그런 사람들이 되길 바라는 것 같다 싶었어요. 금요일마다 프라이데이 런치 데이트라고 해서 2, 3명씩 랜덤으로 조를 짜주면은 둘이서 같이 식사를 하고 미션을 수행한다든가 짝을 지어서 서로서로 이번 주 바이오리듬 어떤지 점수 체크하고 그거를 인터뷰한 사람이 기록을 해주는 거예요. 그걸 또 구글 시트에 적어 놓으면 그래프로 보여서 나중에 봤을 때 이때는 내가 엄청 상태가 좋았구나 그런 걸 사람들이 다 보고 새로 회사 들어갔을 때 몇 주 일을 하고 나면 어떤 사람인지 파악되잖아요. 그 상태에서 또 2명 3명이서 모여서 신규 입사자를 데리고 인터뷰 하듯이 너는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 세 가지가 뭐야를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사람한테 세 가지를 문장으로 표현해서 문장에 있는 단어들을 조합해서 호를 만들고 그래서 호랑 그런 영혼의 동물 같은 거를 만들어서 서로서로 호로 부르거나 했어요.
그렇게 감정 공동체가 된 팀에서 일한 난철님은 만족스러웠나요?
전 너무너무 좋았어요. 일단 저는 사람하고의 관계에서 에너지를 받기도 하고 잃기도 하고 좀 많이 영향받는 사람이라서 그거를 신경 쓰는 대상이 있는 곳이 저한테는 좀 맞는 것 같다 하고 느꼈어요. 서로서로 챙겨주는 거 그런 분위기가 아닌 곳에서도 저는 이 사람 상태가 어떻지 이 사람은 지금 일 잘할 수 있나 그런 걸 본다든가 계속 신경을 쓰고 있는데 애초에 그런 걸 하라고 판을 깔아주는 곳이니까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좋은 상사네요. 난철님 입장에서는. 난철님 호는 뭐였어요?
전 애봉이었습니다. 그 애봉이 아니고 애정과 봉사. 제 세 가지 가치가 건설적인 연애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이었거든요. 그래서 사랑할 애(愛)자에 받들 봉(奉)자로 지어줘서 저는 처음에 너무 싫었거든요. 왜냐하면 다른 사람들은 부흥, 다담 되게 멋진 호를 가지고 저는 애봉하니까 장난치는 거 아닌가 싶었는데 근데 그 호를 지어준 두 명이서 애봉 주고 갔는데 발음도 편하고 귀여워요. 그때 회사 사람들은 저를 만나면 아직 애봉이라고 해요.
배려도 스킬이 될 수 있다는 피드백을 들으셨다고 하셨는데 그게 정확히 어떻게 말을 들으신 건가요?
너무 표현이 멋있어서 인상이 남아 있는데 제가 이직 준비를 몇 달 했다 했잖아요. 친한 직장 동료한테 얘기하면서 특히 다른 직군의 개발자한테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PM은 어떤 PM이냐, 나는 어떻냐 그런 걸 물어보고 다녔거든요. 그 과정에서 저랑 올해 프로젝트도 오래 같이 하고 친하게 된 개발자분한테 들은 얘기가 그 표현이었어요. 그분이 저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굳이 따지면은 착하다, 나쁘다 중에서는 착한 사람인데 착한 건 그냥 사람의 특성인 거지 이거를 일에서 큰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는데 이분도 그 비슷한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착하다라고만 표현할 수는 없겠지만 배려하는 것이 결국에는 특히 프로덕트 매니저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제품을 만들게 하는 사람이잖아요. 그 과정에서 배려라는 것이 생각보다 사람들이 일을 하게 만들고 뭐가 되게 만드는 데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것 같다라는 거를 저를 보면서 느꼈다고 하더라고요.
그 개발자는 언제 그런 배려를 느끼셨대요?
그 얘기를 했던 거랑 연결되는 건지 모르겠지만 저는 원래 퍼실리테이터를 했잖아요. 퍼실리테이터는 사람들이 말하는 거를 종합을 해서 잘 보이게 하고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만들고 이 사람이 말한 거를 내가 되게 존중해서 너의 말 여기 잘 수렴했어가 보이게 하는 그런 게 좀 몇 년 동안 있다 보니까 지금 일하면서도 그런 게 있거든요. 그래서 개발자분들이 비슷하게 말하는 게 제가 일할 때 얘기를 하면은 한 번 더 안 물어봐도 괜찮다라든가 예를 들면 당신은 이 진행 상황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냐 제가 체크한 다음에 그럼 거기에 맞춰서 설명을 하고 질문한다든가 그런 걸 하다 보니 오늘도 저한테 배려가 스킬이 될 수 있는 것 같다라고 말해 준 분이 퇴근하는 길에 가지 마세요 하면서 저랑 같이 일할 때 너무 일하기 좋았다 편했다 그런 말을 하시더라고요. 약간 그런 맥락이지 않을까
개발자인 남편분과 만나게 된 러브 스토리 들려주실 수 있을까요?
재미없게도 소개팅인데 소개팅을 하게 되는 과정이 조금 재밌는 것 같아요. 저는 소개팅으로 사귄 게 처음이거든요. 제가 예전에 난생 처음 일했던 회사에서 같이 일했던 언니가 결혼한다고 청첩장을 받았어요. 보통 한 번 받고 끝이잖아요. 근데 그 언니가 회사 사람들하고도 다음 주인가 또 청첩 모임이 있다는 거예요. 그래서 그럼 나도 그 회사 사람들 오랜만에 보고 싶고 나도 또 가도 되냐 해서 굳이 또 청첩장 받으러 갔어요. 청첩 모임을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두 테이블에 앉았거든요. 근데 저쪽 테이블에서 오빠 한 명이 다른 여자분한테 우리 회사에 되게 똑똑하고 착한 개발자 있는데 소개팅 해볼래 라고 하는데 그 여자분이 싫다고 했단 말이에요. 제가 옆에 있다가 저한테 묻지도 않았는데 손을 번쩍 들면서 오빠 제가 받을래요 하고 저는 그때 연애할 생각도 없고 그냥 남자랑 데이트 하고 싶어서 오랜만에 남자랑 예쁘게 입고 맛있는 거 먹어야지 그런 생각으로 소개팅을 했는데 만나서 얘기를 했는데 너무너무 신기한 게 제가 살면서 만난 남자 중에 말이 제일 잘 통하거든요. 너무 좋아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때 29살이었거든요. 근데 나는 29살 여름부터 겨울까지는 진짜 완전 솔로를 즐기면서 살아야지 하고 마음을 단단히 먹었는데 지금 이 남자가 너무 괜찮은거에요. 저는 항상 예전에는 뭔가 좀 에라 모르겠다 마음이 확 불타올라서 연애를 질렀다면 그때는 연애를 진짜 하기 싫은데 머리로 판단했을 때 이런 남자 또 만날 수 있을까 확률이 얼마나 될까 하다가 사귀었거든요. 그러고 나서 점점 불타오르게 되고 지금 6년 좀 넘었는데 너무너무 행복하게 잘 만나고 있어요.
난철님은 사람들하고 대부분 좀 얘기가 잘 통하실 것 같은데요.
그렇죠 대부분 통하는데 저는 대부분 남자애들하고 잘 만났었거든요. 그러니까 남자애들하고 잘 얘기를 했었거든요. 근데 진짜 이 사람처럼 잘 통하는 사람 처음이었어요. 대화를 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는 노력을 하고 에너지를 써야 되잖아요. 그런 거 필요 없이도 너무너무 술술술 잘 나왔어요. 소개팅 하는 분들이 한 세 번 만나고 고백이잖아요. 그때 그분도 한 서너 번 만나고 고백을 했는데 제가 아직 연애하기가 싫어서 거절했거든요. 근데 진짜 엄청 정중하게 자기 마음을 다시 어필을 진짜 마음이 막 동해가지고..
일하면서 도전적인 거는 내 역량보다 살짝 더 어려운 일을 멋지게 해내서 내가 성장했을 때를 좋아하신다고 해서 인상 깊었어요.
제가 SAP라는 회사에서 1년 동안 인턴을 했었고 학교로 돌아갔다가 다른 회사에 일하다가 나중에 연락을 받아서 다시 돌아가서 하게 된 일이었어요. 제가 이전에 인턴 할 때는 보조 역할을 주로 많이 하고 진행을 직접 하는 거는 학생 대상이거나 좀 그런 분 뭐랄까요 살짝 망해도 괜찮은 대상으로 해줬는데 제가 다시 SAP로 가고 나서는 항상 메인으로 서야 하는데 대상이 아무리 만만해도 SAP 고객사인 거예요. 제가 아직 덜 여물었는데 어떤 대학교 교수님들을 대상으로 워크숍을 하게 돼 가지고 진짜 빡세다. 감히 그분들 앞에서 내가 뭐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일이니까 해야 되잖아요. 너무너무 무섭고 걱정됐는데 어떻게 할까 하다가 저를 세뇌시키면서 했던 말이 디자인 씽킹은 교수님보다 내가 더 잘 알잖아 그냥 그 생각으로 밀어붙였어요. 저분들보다 대부분의 면에서 모자라겠지만 이거는 내가 제일 잘하니까 그런 마인드로 하자 했고 어떻게든 꾸역꾸역 해냈어요. 제가 잘 할 수 있는 거 내가 아는 거에만 집중을 해서 그거를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고 노력을 했고 솔직히 말하면 교수님들이 많이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러니까 딱 봐도 어려 보이는 친구가 앞에서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너무 그렇게 까내리지 않아야지 하는 게 또 느껴지는 거예요. 그때 한 번 하고 나니까 제가 느끼기에도 약간 성장했다 그런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래서 그 뒤로는 더 부담스러운 고객사를 만나도 사실 더 돈 많이 더 부담스러운 고객사들이 있었는데도 저는 그때 그 경험이 제일 강렬하게 남아 있어요.
두번째 이야기도 들려 주세요.
정자역에 두산 신사옥은 두 건물이 올라가서 위에서 합체가 되는데 합체가 되는 층이 24층이에요. 24층이 한 900평 정도인가 되는 되게 넓은 공간인데 두산그룹 CEO였던 두산 디지털 이노베이션 사장님이 여기를 창의 혁신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 그렇게 의견 냈던 것 같고 두산 신사옥에 들어가는 두산 계열사가 다양했거든요. 입주를 안 하더라도 이용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 관련된 사람 많잖아요. 어느 한 계열사의 이야기만 가지고 여기를 꾸밀 수 없잖아요. 그래서 계열사 임원분들의 합의를 다 받아야 된다 그래야지 이걸 진행할 수 있다 하는데 높으신 분들 사장님들 임원분들을 하루 종일 잡아놓고 워크숍 할 수도 없잖아요. 근데 그거를 어렵게 잡아서 만들어진 시간이 2시간 반 정도 있었어요. 이 2시간 반 만에 합의를 해야 된다.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하지 해서 최대한 그전에 1대 1 인터뷰를 다녔어요. 사장님 인터뷰하기 전에 직원들 의견 먼저 들었어요. 직원들은 그래도 조금 더 긴 시간 낼 수 있어서 한 몇십 명을 반나절 정도 워크숍 해가지고 우리가 원하는 거, 우리가 필요한 거, 리서치한 거 다 종합을 해가지고 임원분들 1대 1 인터뷰할 때 직원들 이런 거 원한다. 이런 방향 하려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떠냐 그런 느낌으로 인터뷰를 미리 했고 1대 1 인터뷰에서 받았던 내용들을 종합을 하고 워크숍을 준비를 했어요. 다행히도 완전 생뚱맞은 소리를 하는 분들은 없고 많이 의견이 모아져서 크게 나온 주제들을 4가지 정도 문장을 크게 써놓고 정리된 문장 쓰고 또 퍼실리테이터 할 때 중요한 것 중에 하나가 그 사람의 말을 그 말투 그대로 옮겨야 되는 게 있어요. 내가 퍼실리테이터 말로 바꿔서 쓰는 게 아니고 그래서 요약한 문장은 제가 정제한 문장이지만 거기 말 풍선으로 사장님들이 했던 말을 약간 그 말투 그대로 녹여내서 써놨거든요. 그래서 이걸 보시게 했더니 한 바퀴 쭉 보면서 제가 기대했던 바는 보면서 속으로 이거 내가 했던 말이네 알 거 아니에요 그러면 좀 더 워크숍 자리에 호감도 가져질 거고 내 의견 괜찮은 것 같네 하는 것도 있을 거 아니에요 그런 걸 기대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잘 되지 않았을까 싶고 게임도 진행했어요. 지금부터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거를 임원분들을 데리고 가위 바위 보 해가면서 제 말에 따라서 그분들이 앉고 탈락을 하고 엄청 재밌게 진행을 했었는데 결국에는 화기애애하게 결론이 났어요. 신사옥 공간을 기획하고 진행하는 TF가 계속 일을 쭉 추진할 수 있게 되었고 그래서 제가 했던 워크숍 중에 정말 성공적으로 잘 진행됐던 아까 했던 그 교수님들 같은 경우는 사실 교육용이거든요. 그래서 디자인 씽킹 강의가 주된 거였으니까 사실 그렇게까지 실패할 일은 많이 없어요. 근데 이거는 진짜 실시간으로 누구 하나라도 뭔가 좀 이상하게 되면 안 되는 건데 어떻게든 잘 합의가 된 방향으로 갔었던 그런 경험이었어요.
그것보다 서비스 기획이 더 좋아요?
솔직히 말하면 그게 더 재미는 것 같아요. 나중에는 그런 일을 하고 살고 싶거든요. 지금 말하다 보니까 생각이 났는데 제가 아까 기획으로 튼 이유가 나도 직접 하고 싶다가 있었잖아요. 그것도 맞긴 한데 또 한 가지는 제가 디자인 씽킹을 전파하는 사람이었잖아요. 근데 나는 디자인 씽킹으로 안 만들어보고 이걸 해도 되는가 진정성이 없는 게 아닌가 그런 생각도 엄청 강하게 들었어요. 나도 내 거 쭉 하고 싶다 그게 좀 복합적으로 있었어서 직접 만드는 거 뛰어들고 싶다. 나중에는 그렇게 하고 싶고 현장에서 어떤 예상치 못한 게 생길지 모르고 그때그때 그 자리에서 그거를 해결하는 재미가 엄청나거든요. 그런 것도 즐기고 싶어요.
그걸 재미있다고 느끼시는 게 천직이신 것 같은데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이 생겼을 때 난철님의 감정은 어때요?
어느 정도로 심각하냐에 따라 다를 것 같은데요. 난이도가 상중하라고 했을 때 중하 정도면 특히 하는 좀 재미있을 것 같고 중은 약간 조금 긴장되지만 재밌을 것 같고 상은 좀 건드려보고 좀 풀릴 것 같은데 하면 또 재밌을 것 같아요. 그래서 상하니까 떠오르는 게 예전에 어떤 대학교 교직원분들을 몇 주에 걸쳐서 디자인 씽킹 교육하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중에 첫날 첫 시간부터 엄청 저분은 혹시 끌려온 건가 하기 싫은데 하는 느낌을 주는 분이 있었거든요. 근데 포기하면 안 되잖아요. 그분하고 같은 조가 돼가지고 계속 소통을 하고 일대일로 얘기도 하고 이렇게 했는데 나중에 그분이 제일 열심히 하는 분이 된 거예요. 나중에 교육과정 끝나고 만났을 때 제 생일이라고 선물 주시고 몇 년을 챙겨주시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너무 감사하다. 약간 그런 거 보면은 역시 힘든 거일수록 극복이랄까요 해결했을 때 더 보람 재미가 더 큰 것 같아요.
요즘 자주 쓰는 서비스가 착(CHAAK), 뭐 하는 앱이에요?
처음에는 클로즈라는 앱으로 시작을 했거든요. 폐쇄형 SNS로 시작을 했어요. 친구 20명까지 초대를 했는데 거기서 너무너무 운 좋게도 인터뷰 기회를 얻었거든요. 제가 지금 회사에 회고 모임이 있는데 회고 모임 멤버들이 다 이걸 했었어요. 회고 모임 멤버가 소개해줘서 했거든요. 아까 그 베려도 스킬 되는 것 같다고 말한 그분이 이거를 알아와서 이거 한번 써보자 해서 같이 쓰는데 너무 재밌는 거예요. 하다가 한 분이 인터뷰 기회를 얻어서 그분이 인터뷰를 했는데 그분이 우리 회고 모임 얘기했더니 그럼 그룹 인터뷰도 할 수 있냐 해서 그룹 인터뷰도 했거든요. 그래서 그때 이게 재밌는 이유를 어필했던 것 중에 하나가 스티커 붙이는 게 너무 재밌다. 인스타 스토리는 남의 거 보면은 좋아요를 누르지만 사실 누가 뭘 눌렀는지 아무것도 안 보이고 저 사람이 올리고 보는 게 끝인데 이거는 남의 사진에 막 스티커 붙이는 게 너무 재미있는 거예요. 제가 새 옷 샀는데 누가 머스타드 스티커를 제 옷에다가 뿌리고 너무 재밌어서 했더니 그런 말을 한 사람이 많았는지 이름도 아예 클로즈에서 착으로 바꿨더라고요. 그러니까 스티커를 착 붙이는
마지막으로 오늘 소감 한 마디 들어봐도 될까요?
최근에 이직 준비하느라 면접 많이 보고 다녔잖아요. 그래서 면접에서 했던 얘기를 많이 하게 될까 그런 상상을 하고 왔는데 생각보다 오래전에 있었던 그리고 최근에 생각 안 했던 예전에 제 모습들을 끄집어낼 수 있는 시간이라서 너무 재미있었어요.
아아티백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참여 독려하는 한마디 해주세요.
처음에는 내가 가서 말을 잘할까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질문지를 주시니까 아무 생각 없이 신청을 해도 괜찮겠다. 말할 거리를 만들어 주시니까 마음 편히 참석만 하면 되는구나. 그리고 정말 예상치도 못했던 내 이야기들을 끄집어내면서 좋은 한 시간을 만들 수 있으니까 많이 많이 참석하시면 좋겠어요.
CREDIT
글 오잉
인터뷰 디디, 뚜까, 오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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