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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지 않은 길에 대하여: 홍콩대학교 방문

펭귄 표류기 : 홍콩편 EP6

by 펭글

숙소 바로 앞에서 멈춰서려는 18번 버스를 발견했습니다. 완차이에서 홍콩 섬 서쪽으로 향하는 버스였는데, 일단 뒤뚱거리며 올라탔죠. 타고 나서 종점을 확인해보니 그 끝에는 제가 다닐 뻔했던 홍콩대학교가 있더군요.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만약 그때 이곳에 왔다면 펭귄은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요-?


남극의 빙산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높은 지대에 자리 잡은 캠퍼스는 접근성이 매우 좋지 않았습니다. 후미진 곳에 위치한 산골짜기 같은 이 대학이, 이 나라 최고의 대학이라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힘들게 찾아오는 만큼 이곳에서 배우는 것들도 값진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캠퍼스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후드티에 백팩을 매고 캠퍼스를 누비는 학생들과 여유롭게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 저는 그 경계에 서서, 양쪽 모두를 바라보았습니다. 마치 바다와 땅 사이의 경계에 선 펭귄처럼 말이죠. 제게는 '만약'이라는 가정이 묻어있는 공간이라 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저널리즘 스쿨이 있다는 엘리엇홀을 찾아가는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만약 입학했다면 많은 시간을 보냈을 건물은 학교의 중심부에 꽁꽁 숨겨져 있었거든요. 수많은 계단과 구불구불한 통로를 지나는 동안, 길치인 저는 몇 번이나 포기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걸음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마침내 도착한 엘리엇홀에서 깨달았습니다. 제가 진정으로 원했던 건 어쩌면 이 대학교에서 저널리즘 공부를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저 유학 경험 자체, 즉 새로운 바다에서 헤엄치고 싶었던 게 아닐까요-? 다른 나라에서 공부하는 경험은 마치 먼 바다로 떠나는 여행 같겠지요. 언제 그 기회가 올지는 알 수 없지만, 아직 제겐 시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캠퍼스를 나서며 마지막으로 뒤돌아보았습니다. 지하철을 타고 센트럴로 향하는 동안 계속 생각했죠. 모든 선택에는 대가가 따르고, 모든 결정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입니다. 어쩌면 중요한 건 어떤 선택을 하느냐가 아니라, 그 선택을 통해 배우는 것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원하는 건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입니다.


당장은 유학이라는 선택지를 접어두더라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닫아버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언젠가 다시 그 문을 열어볼 수 있다는 희망을 간직한 채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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