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자리에 대해 고민하기
※ 본편은 밀란 쿤데라의 소설과는 관련이 없으며 제목만을 빌려 왔습니다. 또한 우울한 감정과 생각에 대한 정리이므로 좌충우돌 우당탕탕 피렌체 라이프를 보고싶으신 분께서는 읽지 않고 스킵하시는 편을 추천합니다.
일주일에 한 번은 글을 써야겠다 다짐하고 꼭 열흘만에 돌아왔다. 열흘만에 돌아온 이유는? 글쎄, 뭐....그간에 큰 일이 없기도 했다. 방구석에 박혀서 하루 한 끼 라면만 먹으며 그냥 있었다. 라면만 먹은 이유는 식비를 아끼기 위해서. 우리 동네에서 라면 한 봉지는 1.7유로정도 한다. 2유로가 3000원이니 2500원 언저리인 모양이다. 한국에 비하면 저렴하진 않지만 하루 식비 3000원이라고 생각하면 아주 나쁘지도 않다. 일에 대해서는, 뭐, 그냥 있었던 건 아니고...내 나름의 노력을 하기도 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는 없었다. 이 글을 쓰는 순간도 인터뷰 결과를 두 개정도 기다리고 있는 중인데 이것도 뭔가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는 기대가 되지 않는다. 패배주의에 찌들어서인가? 난 뭘 해도 실패하는 사람이라서 그 어떤 행운의 여신도 나의 편을 들어주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다고 내가 나태하진 않은데.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고 있는데....
친구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눌 때 그냥 으레 입버릇처럼 잘 돼야지, 우리 다 잘 돼야지. 하는데, 이제는 그런 말들조차 아무 의미가 없이 느껴진다. 로또처럼? 우리 모두 로또 당첨을 원하고 됐으면 좋겠다, 당첨되면 그 돈으로 뭐도 하고 뭐도 하고....그렇지만 다들 안다. 로또에 당첨되는 일이란 건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임을. 내게 희망찬 미래 역시 그렇게 멀게만 느껴진다. 사실은 희망까진 바라지도 않고 그냥 평범하기만이라도 했으면 좋겠는데. 뭘 해도 안 되니까 시도해야겠다는 의지도 점점 사라진다.
시내의 젤라떼리아에서 일하면서 여행온 나의 최애 아이돌 여자친구 유주를 우연히 마주치는 그런 운명같은 판타지는 뭐......그거야 처음부터 그냥 판타지였지만.
요즘 들어 드는 생각은 한국에도, 이탈리아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그냥 내 자리가 마련되지 않은 세상에 억지로 비집고들어온 사람처럼.
오늘도 꾸역꾸역 하루를 버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