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ynn Jan 05. 2025

전언(前言)

천국으로 가신 아빠는 내게 똑같은 말씀을 두번 하지 않으셨다. 평생 아버지는 같은 톤으로만 조용하게 말씀을 하셨다. 아빠는 고등학생인 내게 그날도 그렇게 낮고 곧은톤으로 전언을 하셨다. 인생은 마라톤 같은거라고.. 나는 그말의 의미를 다 알수는 없었지만 왠지 롱런을 햐야한다는 강한 자각을 하게 되었다.

그렇다.인생은 아무리 쉽지 않아도 일단 계속해서 뛰고 볼 일이다.포기할 필요는 없는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끝까지 뛰어야 한다. 그 결과를 아무도 잘 알수는 없지만 중도포기는 아닌것이다.


나는 소위 중화권 명문대를 졸업을 했다. 입학과 더불어 졸업까지 공부가 너무 힘이들고 방대한 공부량에 압도되어 거의 매일 눈물을 연신 흘려가며 유학을 하였다. 자랑이 아니라 그곳의 똑똑한 브레인들 속에서 졸업이란 생존을 나자신에게 외쳐가며 오로지 졸업을 할수 있는것이 나의 목표였다. 그런 나에게 아빠의 그 한마디는 잊혀지지 않는 내 마음의 명중의 화살이였다.

고마워요 아빠.


그후에 내인생에 또 한가지의 챌린지의 시간이 왔으니 자녀교육의 문제였다. 내 자녀들은 북경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냈다. 인터내셔널 스쿨이라는 중화권안에 또다른 영어권이 있었으니 그야말로 우리집은 자녀교육을 위해 집에서 3개국어를 가르쳐야했다. 바이링걸(bilingual) 어려운데 한국어까지 해야했으니 우리 아이들은 대단한 도전을 단단히 만난것이였다.나는 부족한 영어로 애들 숙제를 돕느라 진땀을 흘려야했고 아이들이 외출을 하면 자기권리와 뜻을 현지인과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중국어를 가르쳐야 했고 또 앞으로 부모와의 깊고 넓은 소통을 위해 한국어도 알려줘야 했다.

나의 30대는 그렇게 거의 매일 주말이면 아이들을 데리고 서점으로 가기에 바빴다. 돌이켜보니 왜그리도 열심이였을까?아이들에게 한편 미안하기도 하다.

지금은 장성한 두 아들은 성인이 되어 또다시 중화권에서 유학중이다. 어떻게 보면 감사하지만 그때는 정말 나는 하루하루 체력의 한계를 느끼며 자녀교육에 힘을 쏟았던것 같다. 오랜동안 영어를 배웠으면서도 여전히 부족함을 끊임없이 알려준 인터네셔널 스쿨이 가져다준 환경에 감사해야 할까?

나에겐 또다른 세계였고 학교의 교사들과 가벼운 인사뿐 아니라 5분 대화라도 하기 위해서 나는 영어학원을 반년은 다닌것 같다.

워낙 상황이 도전적이라 나는 그져 아빠의 말처럼 인생이란 마라톤 레이스의 필드에서 매일매일 또다시 일어나 뛰기위해 새벽을 달려야 했던 기억이 난다.

사실은 엄마도 힘이 들었다고 이제는 두 아들애게 말해줄수 있을것 같다. 하지만 날 중도탈락하지 않게 붙잡아 주는 강한 믿음이 있었으니 그것은 평소 아버지가 내게 보여준 딸을 향한 한결같은 사랑의 전언이였다. 아버지는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4개국어를 하시는 분이셨다. 나에겐 지금도 절대로 내가 따라갈수 없는 영역에서의 삶을 사신 분이셨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남편은 지난 10년전 어느날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남편은 눈물을 보이진 않았지만 남편의 검은머리가 희머리가 될때까지 가족을 위해 애써온 남편의 어깨가 무거워 보였다.

여보 괜찮아? 내가 하루에도 몇번씩 남편에게 건네는 대화이다. 뇌의 흑질세포의 파괴로 말미암아 도파민 분비가 부족해서 근육이 힘들어 하기 때문이다.

남편은 하루에도 몇번씩 스트레칭을 해줘야 근육이 굳지를 않는다. 그런 남편을 보며 나는 맘이 쨘하여 몰래 마음의 눈물을 흘린다. '여보 수고했어요 고마워요.

이제 내가 차례인가봐. 내가 당신을 잘 돌볼게요'

체력도 별로 없는 나는 맘만 앞선다.

남편이 복용하고 있는 약은 치료약이 될수없는 근육경직의 이완과 파킨슨질병의 속도를 조금 늦춰주는 약이다. 내게는 이제 이 질병이라는 챌린지를 만나고 있다. 남편 혼자가 아닌 아내인 내가 그리고 우리 두 아들과 함께 우라는 이 질병과 맞서려고 한다. 싸우려는 것이 아닌 남편 혼자 이 무거움을 짊어지지 않도록 우리 가족은 그렇게 남편을 도울것이다.

하지만 남편은 얼마나 힘이들까.. 남편이 아플때는 한마디만 한다.'몸이 힘들어'


나는 또다시 아버지의 전언을 생각해 본다. 42.195km라는 인생의 마라톤을 나는 또다시 뛰어야만 한다. 언젠가 감동적인 영상을 본적이 있다

휠체어를 타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특수 제작된 그 휠체어를 밀고 마라톤 경기에 임하게 된다. 이것은 실화였다.그 무명의 아버지와 함께 마라톤 경기의 레이스를 끈이 닿는 그 순간..나는 그 짧은 영상의 감동과 눈물을 사랑한다. 남편은 지금 휠체어를 타는것은 아니다.그러나 약에 의존해야 걸음이 자연스러울 약시간이 정해져있다.

가끔 남편은 이런 이야기를 한다. '내가 나중에 휠체어 타면 어떻게 하지?''여보 그럴일 절대 없을거야'나는 이렇게 말하며 웃어버린다. 맘이 아프다 사실은..


이렇듯 인생에는 때마다 그 시기마다 챌린지라는 구간을 만나게 된다. 그러나 내게는 맘속 깊은 전언이 조용하지만 강하게 남아있다.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나는 여전히 햇빛을 담은 내인생을 사랑할것이다. 때로는 어두운 길을 걷는것 같아도 나는 여전히 신(神)이라는 존재를 믿으며 부족하여서 완벽할수 없음을 인정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타적인 사랑을 추구하기를 멈추지 않을것이다.

겨울에도 햇빛은 모두를 비춰주기를 거절하지 않는것처럼 나는 그렇게 오늘도 내게 비춰주는 그 따스한 햇빛을 사랑할것이다. 그리고 내 아버지의 전언처럼 인생이란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또다시 뛰려고 한다. 감사해요 아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