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8. X-X-96
미니멀한 힙합 비트와, 기타 사운드로 강조되는 풍부한 사운드가, 뚜렷한 대비를 이루는 「Pretty Girl」이나, 베이스 비트가 인상적인 「Kick」,(바로 전 곡인 「Kick」보다는 상대적인) 정현파의 신디사이저 음과 디스코의 그루브를 가미한 「Signal」에 이르러서도 이 풍부한 코러스와 보컬은 전혀 위축되지 않는다. 도리어 그들의 보컬이 곡의 가사를 더 잘 들리게 한다.
「Step」의 파티 음악을 뒤로 한 채, (엠버의 자작곡인) 「Goodbye Summer」가 차분하게 열기를 식힌다. 정수완의 어쿠스틱 리듬 기타를 바탕으로 디오와 크리스탈의 듀엣이 이어지는 이 곡은 음계를 미묘하게 달리하는 각자의 멜로디로 인해, 그냥 함께 부르는 것보다 도리어 더 입체감이 있는 텍스트로 거듭났다.
이 앨범의 숨은 걸작인 「Airplane」은 멜로디의 낙차를 비행기의 아슬아슬한 비행으로 멋지게 치환한 작품이다. 메인보컬인 루나와 리드보컬인 크리스탈이 저음으로 하나의 벌스를 각각 부를 때, 서브보컬인 설리와 크리스탈이 상승 멜로디의 훅을 가볍게, 반복하며 부른다. 두 번의 추락과 두 번의 도움닫기로 ‘비행기’는 (중간중간 짧은 가사를 디딤돌 삼아) 이륙한다. 훅에 이르러 리버브를 씌운 보컬은 이러한 상승 멜로디를 부르는 보컬을 강조한다. 브릿지에서 훅으로 진입하는 구간은 급작스럽지만, 곡의 감정을 말하는 그들의 목소리는 차근차근하다.
날렵한 사운드와 풍성한 하모닉스가 조화롭게 얽힌 「Toy」와 두왑을 현실적인 소재와 더불어 사용한 「여우 같은 내친구(No More)」, 재즈와 신스팝을 영리하게 묶은 「Snapshot」을 지나, 앨범은 「Ending Page」에 이른다. 이 곡은 정수완이 적재적소로 사용하는 기타 연주도 인상적인 이 곡은 기존에 이들이 사용한 미감을 줄이면서도 비교적 정갈하게 그들의 이야기를 전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가지런하게 이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앨범은 바로 그 가지런함 때문에 의도에 맞는 깊이는 물론이요, 그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깊이까지 비교적 수월하게 획득했다고 생각한다. 그게 우연이나 요행에 의해 얻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앨범의 고른 완성도가 증명한다. 이 앨범은 ‘새로운 경험’을 차근차근 풀어낸 그들의 음악이 무지개처럼 피어있다. 세상의 모든 일을 비즈니스로 보는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을 그런 찬란한 무지개.
열등감에게 양심을 판 사람이 소위 ‘정의 구현’하는 ‘썰’을 나는 너무 많이 들었다. 귀 안에 딱지처럼 들러붙은 그 ‘썰’을 빼내기 위해, 나는 오늘도 ‘새로운 경험’에 귀 기울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