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IMIN Nov 12. 2024

『201』

Part 8. X-X-72

---------------------------------------------------------------------------------------------------------------------------

---------------------------------------------------------------------------------------------------------------------------

   ‘Rude’(나는 이 단어를 ‘무례함’이라고 번역하고 싶지 않다. 이 앨범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본래 ‘유혹’과 잘 어울린다. 그게 천진난만한 ‘어설픔’과 태그를 짜고 활약한다면 상대방에게 200퍼센트 통한다. 이 앨범은 그 세 가지가 너무나 잘 담긴 앨범이다. ‘피부 속으로 숨겨’달라는 표현에 잠시 웃는 동안, 이 앨범은 ‘씨발 나 어떡하냐’는 말로 청자에게 신선한 충격을 준다. 때로는 갑자기 자존심을 높이며 ‘알아두라고’라고 경고한다. 한국 대중음악에서 유혹의 제스처를 그대로 청자에게 어프로치하는 앨범은 이 앨범이 유일하다. 도발적이지만, 천진난만할 정도로 단호하다. 그래서 이 앨범은 차라리 펄펄 뛰는 사춘기가 음악을 직접 만든 것 같다.


  「Antifreeze」나 「Avant Garde Kim」이 단순한 외국인의 지엽적인 비판을 넘어 강력한 트랙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개인적인 맥락과 ‘유혹의 도발’이 앨범 내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때문이다. 이 앨범의 유혹은 (신디사이저 편곡이 훌륭한) 「Antifreeze」의 팔세토 창법으로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우”겠다는 조휴일의 보컬이 지닌 다짐을 강화하고, 「Avant Garde Kim」의 Bullying(이 역시 ‘놀림’이라고 번역하고 싶지 않다.)을 무마시킨다.      


  「좋아해요」의 인트로를 장식하는 (칩튠 팝에서나 들을 법한) 전자음으로 시작하여 훌륭한 기타 팝을 선보이는 조휴일의 태세 전환은 빠르고 정확하며 또한 효과적이다. 「Dientes」나 「Kiss and tell」에서 보이는 코러스 편곡 또한 해당 곡의 비교적 단순한 구조와 ‘간절한’ 유혹이라는 테마에 더할나위없이 잘 어울린다. 


  재밌게도, 이 앨범의 스탠스는 이런 단순한 곡에서도 그대로 유지된다. 「Kiss and tell」의 훅에서 시치미를 떼는 대목을 조휴일은 아주 천천히 들려준다. (기타 리듬의 미묘한 변화로 곡의 정조를 한껏 살리는) 「강아지」의 중간 브릿지에서, ‘무서워서 그런 거’라고 말하는 조휴일의 보컬은 약간 흔들린다. 「Tangled」의 미안하다는 말에도 그는 욕설을 담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이런 스탠스가 이 앨범이 말하는 사랑은 훨씬 더 아슬아슬한 종류의(그러면서도 특별한) 감정으로 거듭나게 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미국 이곳저곳을 떠돌며 만들었음에도, 앨범 전체 사운드는 흔들리지 않았다. 조휴일이 이 앨범의 사운드를 완벽하게 파악하여 장악한 덕분이다. (정말이지 충실하게 제작된) 개러지 록이나 뉴욕 펑크의 영향이 짙음에도 불구하고, 이 앨범은 조휴일이 작곡한 곡의 독특한 코드 워크나, 편곡이 먼저 귀에 들어온다. 「상아」의 인트로를 차지하는 (탬버린과) 드럼이나, 백마스킹 기법을 사용한 「Le Fou Muet」과 같은 곡, 「Stand Still」의 댄서블한 리듬의 록 세션은, 해당 곡이나 장르에 영향을 끼친 밴드보다, 곡이 주는 세련됨이 먼저 들린다.

     

  이 앨범은 조휴일이 직접 꾸린 유혹의 관능미로 가득하다. 색소폰 멜로디가 인트로를 장식하는 「Kiss and tell」는 미국인 친구들의 수다를 그대로 들려주는 대목으로 끝난다. 일종의 소모임에서 비롯된, 한국과 미국 사이에 놓인 사운드의 간극을 아무렇지도 않게 붙이는 이 앨범의 신묘한 사운드는 진심(섞인 욕망)이 닿을 수 있는 색다른 깊이를 순식간에 도달한다. 무의식적인 도덕률도 개의치 않는, ‘Rude’해서 더 섹슈얼한 작품이 바로 이 작품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Life is Strang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