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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IMIN Dec 12. 2024

『HEAVY METAL SINAWE』

Part 9. 55-32-34

  이 앨범은 헤비메탈을 하겠다는 간절함이 한국 최초의 헤비메탈 앨범로 승화한 앨범이다. 헤비메탈이 아닌 다른 음악 장르는 듣지도 보지도 생각하지도 않으며 만든 듯한 이 앨범은 발매 과정서부터 여러 버전을 남겼다. 여전히 듣는 내내 숱한 시행착오와 어눌한 녹음 상태가 앨범 곳곳에서 들린다.      


  신대철의 기타 연주는,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진행된 이 앨범의 ‘열악한’ 레코딩 세션과 레코딩의 상태를 감안해도 충분히 빛난다. 다소 단순한 진행으로 인해 헤비메탈의 기타 사운드 메이킹 과정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는 「크게 라디오를 켜고」는 이 앨범이 무엇을 만든 것인지를 차근차근 설명한 일종의 소명서라고 생각한다. 여기서도 신대철의 기타는 정교한 태핑 주법을 적극 활용하여 간주를 채우며 청자에게 말한다. 이 앨범은 하드록의 사운드나, 개러지 록의 사운드가 아닌 헤비메탈의 사운드로 채워졌다고. 마지막 곡이지 숨은 명곡인 「하루해 마냥 떠나고」에 이르기까지 압도적인 연주를 한 그는 연주곡인 「1월」이나 훌륭한 록 발라드인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에서도 충분히 감정적인 연주를 들려줄 수 있다는 점을 증명했다.       


  박영배는 (앨범의 전반부에서도 훌륭한 연주를 들려주지만,) 「잃어버린 환상」이나, 「아틀란티스의 꿈」 그리고 「하루해 마냥 떠나고」와 같은 곡에서 상대적으로 좀 더 풍부한 표현력을 지닌 연주로 곡이 지닌 텐션에 적절한 리듬을 부여한다. 그의 굳센 베이스 솜씨는 「남사당패」에서 신대철의 기타와 임재범의 보컬이 지닌 에너지를 단단하게 서포트한다. 필인 연주마저도 묵직하기 이를 데 없는 강종수의 드럼 연주는 「아틀란티스의 꿈」이 지닌 복잡한 리듬 파트를 무람없이 연주하는 저력을 발휘하며 앨범의 비트와 저음부를 확실히 책임졌다. 김형준의 키보드 연주는 무척이나 다채로운 구성을 지닌 이 곡에서, 밴드가 미처 챙기지 못했던 스케일을 챙긴다. 하나의 주제를 일관되게 관철하는 연주곡 「1월」에서도 그이의 키보드 솜씨는 빛난다.      


  그러나 임재범의 보컬로 인해 이 앨범은 (개러지 록이 아닌) 진정한 헤비메탈 앨범으로 거듭났다고 나는 생각한다. 「젊음의 로큰롤」에서 임재범이 ‘그대’는 ‘진실한 음악’을 모른다고 외친 호기 넘치는 일갈 또한 쉽게 고개를 끄덕거릴 수 있을 정도다. 그이는 이 앨범이 자칫 누락할 수도 있었을 중저음 파트를 (박영배의 베이스도 제 역할을 다했지만) 자신의 안정적인 보컬 베이스를 통해 보완하는 동시에, 완성했다. 때로는 그이의 보컬이 지닌 댐핑이 밴드의 사운드가 지닌 결함을 보충하는 대목도 많이 들린다. 「하루해 마냥 떠나고」를 부르는 그이의 보컬은 곡의 속도에 어울리는 필링으로 곡을 서포트하며, 「잃어버린 환상」을 부르는 그이의 보컬은 곡의 처절함을 한층 배가한다. 「아틀란티스의 꿈」과 같은 대곡 지향의 곡을 드라마틱하게 부르는 그이의 보컬은 왜 그이가 당대의 보컬인지를 확실하게 증명한다. 「남사당패」에서 내지르는 그이의 보컬은 당대의 록 보컬이 획득하지 못했던 파워풀함을 지녔으며, 「그대 앞에 난 촛불이어라」에서 그이의 보컬이 서정적인 멜로디를 소화하는 대목은 경이롭다.        


  한국 헤비메탈의 문을 활짝 열겠다는 자신감과, 헤비메탈의 소리를 사수하려는 처절함이 똘똘 뭉쳐 고체(Solid)를 이룬 이 앨범은, 한국 록이 새로운 소리의 영역에 진출했다는 사실을 당당히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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