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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머쉬룸 Aug 02. 2024

블루머쉬룸 일기 - 2

블루머쉬룸의 마스코트, 치돌이

 


 블루머쉬룸은 애견 동반이 가능한 와인바다. 그 이유는 이미 가게에 강아지 한 마리가 있기 때문이다. 귀여운 장모 치와와 한 마리, 바로 치돌이다.

 치돌이는 와인을 좋아하진 않지만 바에 오는 손님들을 정말 좋아한다. 경계심이 전혀 없는 강아지라 누구에게나 꼬리를 흔들며 달려간다. 아마 치돌이는 도둑이나 간첩도 환영할 것 같다.


 블루머쉬룸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에는 들어왔다가 치돌이를 보고 놀라서 나가는 손님들도 있었다. 내 눈에는 너무나 귀여운 강아지인데... 아마 나간 사람들 중에는 도둑이나 간첩이 있었던 것 같다.



 이제는 블루머쉬룸에 강아지가 있다는 것이 소문이 났는지 강아지를 좋아하는 손님들만 온다.


 치돌이는 가게 안을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이 손님 저 손님에게 안겨 있기를 즐긴다.

 여러 번 내 와인바에 발걸음을 한 손님들은 이미 치돌이와 친해져 “치돌아!”라고 외치며 들어온다.



 한 번은 치돌이가 속이 안 좋았는지 자신의 배변판이 아닌 가게 한복판에서 변을 본 적이 있었다. 녀석은 장운동을 촉진하기 위함인지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도는 습관이 있다. 치돌이가 팽이처럼 돌기 시작하자 손님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이윽고 앙증맞은 장모 치와와가 개 특유의 변을 보는 자세를 잡자 모두가 한 마음으로 치돌이에게 외쳤다.

 “치돌아! 안돼!”

 모두의 탄원과 탄식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치돌이는 자신이 시작한 일을 꿋꿋이 끝까지 해냈다.



 나는 블루머쉬룸을 내가 좋아하는 것들로 채웠다. 오래된 책들과 향기로운 와인들, 그리고 시간이 담긴 빈티지 가구와 소품들. 하지만 무엇보다 치돌이의 탁탁 거리는 발걸음, 그것 이소리야말로 블루머쉬룸을 완성시키는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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