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지정석처럼 되버린 큰 창이 있는, 가장 바깥쪽 맨 앞자리가 나의 자리다.
여름의 창가에는 낮의 열기가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그것도 이제 곧 사라질 것이다.
저녁 7시에 시작하는 수업에 늦지 않기 위해 늘 10분쯤 일찍 와 자리를 잡는다.
아무리 애써도 유연해지지 않는 뻣뻣한 몸을 조금이라도 풀어 수업에 맞는 상태로 만들기 위해, 여러 가지 몸풀기 동작을 하는 것이 오래된 나의 루틴이다.
고관절을 풀고 햄스트링을 서서히 늘려주고 몸안의 열기가 서서히 달아오르도록 몸을 움직인다.
수업이 시작되기 직전, 무릎을 꿇고 몸을 풀며서 거칠어진 호흡을 정리한다.
깊게 들이마신 숨은 코를 지나 허파에 잠시 머물다 아랫배로 스며들 듯 내려간다.
들뜬 호흡이 차분히 가라앉으며, 수업을 위한 준비가 비로소 끝이 난다.
오늘의 수업은 비틀기부터 시작된다.
파리브리따 수카아사나.
정자세에서 왼손을 오른 무릎에 가볍게 올려놓고, 오른손은 등 뒤 바닥을 짚는다.
좌골이 균등하게 바닥을 누르는 감각을 유지하며, 등을 곧게 세운 채 서서히 척추를 비튼다. 가늘게 뜬 눈앞에 첫 번째 통창이 보인다.
조금 더 비틀면 두 번째 창이,
더 비틀면 가까스로 세 번째 창이 시야에 들어온다.
세 번째 창 너머로는 교회 첨탑이 보인다.
‘안녕, 하느님.’
속으로 조용히 인사한다.
그 즈음이면 몸속 근육들이 비틀린 틈에서 비명을 지른다. 그럴땐 호흡으로 달랜다.
‘괜찮아. 위험하지 않아. 경계하지 않아도 돼.’
속삭이듯 다독이면, 비명은 점차 잦아들며 고요 속에 머문다.
하지만 곧 힘이 풀리면, 눈앞의 첨탑은 스르륵 밀려나 시야에서 사라진다.
다시 한 번 ‘안녕, 하느님’ 하고 작별을 고한다.
풍경은 두 번째 창으로 옮겨가더니 이내 첫 번째 창으로 되돌아온다.
엷은 구름 사이로 해넘이의 빛이 스며들며, 창밖은 금빛 풍경으로 바뀌어 있다.
짧은 감탄이 새어나오고, 창 밖으로 달아나려는 마음을 가라앉히려 눈을 감는다.
하늘은 아름답고,
나의 몸은 아직도 아름답지 못하다.
하느님은 여전히 첨탑 위 십자가에 머무르고 계실까.
문득 비틀린것은 나의 몸만이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이제 반대 방향으로…”
아득히 멀리서 들려오는 지시어가, 질정없이 달아나려는 나의 생각을 붙든다.
비틀린 것은 나의 몸뿐이 아니라는 것,
아름답지 못한 것은 육체만은 아닐 것 이라는 것, 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