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장
전우가 복귀한다.
토요일 오후 2시 35분 AA 항공편으로 SFO 국내선에 도착할 예정이다.
“여기 샬럿이야, 갑자기 탑승 게이트가 바뀌어서 B에서 A로 이동했고 이제 탑승하고 30분 후에 출발할 거야”
“그래, 여기 시간으로는 몇 시에 도착 예정이라고 나와?”
“쓰여있기는 43분이라고 되어있어”
“알았어, 난 1시에 출발하면 되겠다. 그럼 이따 봐요”
지난 7월 말에 집에서 떠났으니 와이프는 거의 3개월 만에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
사건사고도 있어서 3개월 동안 외지생활은 순탄하지 않았다.
첫째 아이의 학교입학을 위한 주거와 교통 및 생활 안정을 온몸으로 지원하고 오는 길이다.
외지로 나가야 하는 첫째를 위해 와이프는 기꺼이 동행했고 충분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아이 혼자서 했다면 엄청난 스트레스가 왔을 것이다.
그로 인해 학교생활을 적응하는데도 큰 어려움이 있었을 것은 자명하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와 사고처리를 위해 보험사와 경찰서에 연락하고 마음 졸인 일,
3류 호텔에 머물며 안전하고 쾌적한 거주지를 학기 시작 전에 찾아야 해서 피곤한 상태로 돌아다닌 일,
학기가 시작되었지만 집 렌트계약이 늦어서 침대도 없이 매트리스만 깔고 바닥에서 지낸 일,
침대와 책상을 이케아에서 주문 배달을 시키고 핸디맨을 불러 조립을 이틀간에 걸쳐했던 일,
학교에서 이상한 애(?)를 선의로 도와주다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어 정신적인 고통을 당했던 일,
밤새워 공부하는 첫째를 위해 같이 밤을 새우고 문답도 함께하며 공부를 도와주었던 일,
몸이 피곤한 상태로 환절기 감기까지 걸린 첫째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고 약을 준비했던 일,
떠나오기 전전날에 집안 청소를 하려고 냉장고 위 먼지를 닦다가 어깨 회전근에 부상을 입은 일등이 지난 3개월간 있었다.
“여보, 어디야? 나 도착했고 5번 짐 찾는 곳으로 와요. 어깨가 아파서 짐을 내릴 수가 없어”
“벌써 도착했어? 35분이잖아? 이제 곧 101 타니까 조금 기다려요”
도착 예정시간보다 거의 10분 일찍이긴 하지만 원래 시각에 도착했다.
토요일 오후인데도 고속도로에는 제법 차량들이 많다.
감독판 자율주행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마음이 바빠 자율주행을 풀고 직접 액셀을 밟는다.
차는 총알처럼 튀어나가고 차선 변경을 하며 차량들을 앞지른다.
국내선 주차장에서 A와 B 사이의 1층 주차장이 AA 항공사의 도착지와 가장 가깝다.
B1 기둥에 주차를 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입구로 향한다.
계단을 이용해 지하로 내려가서 통로를 통해 라운지로 발걸음을 재촉한다.
다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가고 짐이 내려지는 컨베이어 5번을 찾는다.
5번 컨베이어 주변엔 벌써 이용자들이 떠났는지 사람들이 몇 명만 보인다.
5번 컨베이어 주변으로 와이프를 찾으며 걷는데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오빠!”
오른팔을 의료용 팔걸이로 고정을 시킨 모습으로 와이프가 부른다.
다가가 점잖게 포옹을 한다.
반가움이 묻어 있다.
“짐은 어떤 분이 내려줬어, 보고 싶었지?”
“매일 영상 통화하는데 뭘”
“그래도 반갑지 않아?”
“그래, 반갑지. 잘 왔다. 그동안 수고 많이 했어”
오랜 전우가 어려운 임무를 잘 마치고 돌아와 품에 안겼다.
먼 거리에서 말로 지원해 주는 일은 쉽지 않다.
직접 발로 뛰고 함께 생활하며 몸으로 뛰어준 와이프의 지원은 큰 힘이 되었으리라.
와이프의 그러한 노고 덕분에 첫째는 잘 적응하고 있다.
앞으로 눈이 많이 와서 운전하는 게 걱정이라고 한다.
겨울방학을 보내려 12월 5일에 집으로 올 예정이라 그때까지만 눈이 많이 내리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