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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성 Oct 03. 2024

02화. 엄마가 찾던 남자 구두

우리 엄마는 혼자 살고 계신다. 아빠는 얼마 전에 이혼해서 떠났고, 외동인 나는 18살 때 혼자 미국으로 넘어가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가끔 엄마가 보고 싶거나 걱정될 때면 카카오톡으로 영상 전화를 건다.


"엄마, 통화 괜찮아요? 뭐 하고 있었어요?"

"아들~ 엄마는 그냥 쉬고 있지."

"뭐 하면서요?"

"지금 나솔(나는 솔로) 보는 중인데... (쪼잘쪼잘)"


영상 속 엄마는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평범한 일상 얘기를 열심히 해주신다.

그럼 나도 엄마가 하는 말을 열심히 듣는다.


평상시 같으면 이렇게 10분 정도 통화를 하고 끊었겠지만, 오늘은 좀 달랐다.


엄마가 내게 말했다.


"아 근데, 거실 벽 구석에 곰팡이 핀 거 얘기했었나? 그래서 어제 벽지 수리하러 공사하는 아저씨들이 몇 명 집 안으로 들어왔거든"

"에구, 그랬구나. 고생했네요."

"응, 근데 좀 무서웠어. 아무래도 여자 혼자 사는 집인걸 티 내고 싶지 않았는데."

"저한테 바로 전화하시지. 새벽이라도 받았을 텐데..."

"그래서 남자 구두라도 현관에 꺼내놓으려고 했는데, 우리 집에 남자 구두가 하나도 없더라고? 깔깔깔"


엄마는 결국 남자 구두 찾는 것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차선책으로, 친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과 전화하는 척 연기를 했다고 말했다. 엄마는 뿌듯한 목소리로 아저씨들을 잘 속였다고 자랑했다.


통화를 끊고 나서, 마음이 안 좋았다.

내가 전역했을 때 신은 군화도 있었을 텐데, 엄마는 못 찾았나 보다.

엄마를 혼자 있게 만든 아빠가 미웠다. 당장 옆에 있어주지 못한 내가 미웠다.


다음날 나는 내가 신는 구두를 바로 한국으로 배송했다.

혹시라도 발냄새가 날까 봐 향기로운 커피 원두와 함께 상자에 넣어서 보냈다.


직접 가져다주지 못해서 아쉬울 뿐이었다.


미드 <프렌즈 (Frien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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