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상에 불어온 새로운 이슈. 글방에 들어온 것이다. 모임 앱을 통해서 취미 삼아 글을 쓰기 위해 글방이라는 모임에 들어왔다. 책처럼 정제된 글은 주변에서 흔하게 볼 수 있지만 누군가 갓 쓴 글을 볼 기회는 흔치 않다. 내 기억에 친구들의 취업을 위한 자기소개서가 마지막이다. 여하튼 남이 쓴 글을 읽어보는 것도 낯설지만, 내가 쓴 글에 대해 수정사항을 받을 일도 참 드문 일이다. 여하튼 이렇게 두 가지 재미를 볼 수 있으니 한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앱에서 글쓰기 모임을 두 개 저장해 두고 분위기를 살폈다. 첫 번째는 새로 생겨서 모임장만 있는 모임, 두 번째는 이미 꽤 활성화가 되어 보이는 모임. 두 개 다 할 생각은 없고, 사실 이렇게 고민만 하다가 둘 다 안 할 수도 있다. 그렇게 1주일이 좀 안되게 고민하다가 회원이 한 명 생겨서 바로 들어갔다. 근데 이 신입 회원이 바로 사라지는 거 아닌지 걱정돼서 사실 조금 기다렸다가 들어왔다. 필명도 정하라고 뜨는데 '우주글방'에 최대한 결을 맞추고 싶어서 머리를 약만 굴렸다. 우주니까 로켓.. 어 내가 아는 유명한 로켓은 '나로호'다 그래서 나로로 지었다. 나로호 아는 사람 내 동년배 조용히 연필 들어.. 주세요 (여기서 놀라운 사실 하나, 첫 번째 회원은 모임장의 지인이었다)
며칠 후, 첫 번째 정기모임을 가진 날, 모이는 사람이 없어서 파하기로 했다는 채팅을 봤다. 카페 올라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어떡하지? 괜찮다. 태블릿이 이미 있으니 혼자 카페에서 간을 보내면 되는 걸. 준비물이 노트북인 것에 감사했다. 그런데 밑에 있는 채팅 발견. 답장이 없어서 모임장님 혼자라도 오신다고 했다. ‘휴 다행이다.’
첫 모임이 기대됐지만 온라인으로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약간 부담스럽긴 했다. 나는 사람을 눈이랑 글을 보고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모임장은 이미 브런치에서 글을 써온 분이었다. 글은 SNS에 짧게 올라오는 콘텐츠랑은 또 달라서 퇴고를 아무리 한들 한계가 있다. 온라인 치고는 훨씬 빠르게 사람을 파악할 단서가 주어진 것이다.
직업이랑 취미가 모두 글쓰기랑 연관이 있던데 글쓰기가 무척 즐거우신가 보다. 공식적인 첫 모임이니 음료를 한 잔 사주신다는데 키오스크 앞에서 괜찮습니다를 두 번 정도 말하다가 머리에 느낌표가 떴다. '아 이거는 받아야 돼.' 냉큼 환영의 의미로 받기로 한다. 이때 무슨 생각했더라 "음료수 사주셨으니까 열심히 써야지 헤헤."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머릿속은 점점 단순해진다.
모임이 진행되고 글의 개요에 대해 설명해 주시는데, 개요라는 단어도 오랜만에 들어서 새로웠다. 초안은 모두 엉망이라며 퇴고를 통해 글이 완성된다고 하셨다. 이어서 "10년 차 선배의 초안을 보면---" 나는 이어서 나올 말이 자신의 것과 비교된다고 할 줄 알았는데 "정말 별로예요"라고 해서 마음속으로 2초는 웃은 거 같다. 조곤조곤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뭔가 열정이 있어 보이 신다. 친목을 기대했다면 아쉬울 거라고 하는데 오히려 이런 모임 초보자의 고민을 한결 덜어준 것이다. 지금 내가 이렇게 오락가락 생각하고 있는 걸 아실지 모르겠다.
나눔을 하고 각자 글 쓰는 시간을 가졌다. 서로 아무 말도 안 하고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만 들리는데 이런 구도가 업무 이외에 오랜만이다. 열심히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데 초조하지 않다. 같은 작업을 하지만 상대방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예상할 필요 없는 묘한 평화로움을 느꼈다.
한 한 시간 정도 글을 썼나. 정기모임이 마무리되기 전, 카페가 먼저 마무리될 것 같아서 급히 해산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글방 들어오길 잘했네'라고 생각했다. 새로운 사람을 보는 것도 오랜만인데 용기 있게 보이기도 하고, 사람이 참 즐거워 보였다. 좋아하는 것을 누군가와 같이할 모임을 만드는 게 마음이 참 어려울 것 같다. 아직 많은 생각은 없지만 같이 글을 쓰면 무엇이 좋은지 알아가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