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켄슈타인 - 메리 W. 셸리 (1818)
주저리주저리 긴 서문 때문에 이 책을 봐야하나 고민했지만 자꾸 생각나서 읽게 된 소설.
보고 난 소감은 보길 잘했다.
다 보고 나서 마음이 무겁고 슬펐지만 괴물을 통해 인간의 본성을 잘 표현하여 감탄하지 않을수 없었다.
사실 스토리가 현실적이지 않은 부분들도 많고 인물들도 무척 정형화되서 실존할것 같지 않은 느낌이 강하며 이 괴물이 탄생하는 과정은 너무나 축약되어있어서 비판 받을 만한 요소가 많았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본질을 표현한 부분은 큰 공감을 불러일으켰고 주인공의 갈등과 괴물의 모습에 감정이입이 안 될수 없었다.
부모의 큰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유년시절을 지냈던 빅터는 대학생이 되어 새로운 지식을 배워가는 것에 엄청난 성취를 느끼고 광적인 열정에 사로잡혀 스스로 괴물을 창조해낸다. 빅터는 분명 자신이 그 괴물을 만들때 무척 많은 시간 그 모습을 보았고 그것을 세세히 알고 있으며 그 모습과 하나된 것 처럼 살고 있었다. 그런데 그 괴물이 생명을 얻게 되어 태어난 순간 난생 처음보는 악마를 대면하는 것 같은 반응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아무리 끔찍한 좀비같은 모습이라도 생명이 없을 때는 인지하지 못하다가 생명이 들어가 진짜 존재가 되는 순간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되는 모습이 놀랍게 느껴졌다. 그 생명이 들어가자마자 빅터는 자신이 엄청난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그냥 도망감... ㅡㅡ;;;; 진짜 무책임에 극치....
그리고 그 괴물은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엄청난 고민을 하고 자신을 보는 사람들의 공포와 혐오의 반응과 비명을 보며 자신의 끔찍한 외모를 깨닫는다. 그럼에도 그는 인간의 본성을 갖고 있었던 존재였기 때문에 인간처럼 아름다운 자연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평안함을 느낀다.
하지만 사람들을 만나면 안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숨어서 살다가 밖에서 생활하기 힘들다고 느끼고 어떤 오두막의 헛간에서 몰래 숨어 살게 되는데 그 오두막의 가족들은 무척이나 가난하나 서로 진심으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사이였다. 그 모습을 보며 괴물은 인간의 아름다움, 숭고함, 가난함으로 부터오는 어려움, 고난, 그러나 서로를 배려해주는 마음들을 배운다. 그리고 그들이 쓰는 대화를 통해 말을 배우고 글을 읽는 것을 보며 글을 배우고 우연히 얻은 책들을 보며 인간에 대해 더 배워간다. 그들을 보면서 그 괴물은 큰 행복을 느끼고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었으며 그들을 도와주고 싶어서 그들 몰래 나무를 많이 해다 준다. 그리고 정말 그들과 사랑하는 관계로 잘 지내고 싶은 갈망이 커지고 모두 집에 없을 때 장님인 할아버지 앞에 조심히 나가 대화를 시도한다.
사랑이 넘치고 기품있는 가족들의 대화를 통해 말을 배웠기 때문에 괴물은 그런 말투를 쓰면서 자신은 외모가 끔찍하나 정말 친구가 되고 싶다고 진심으로 말하고 할아버지도 그를 거부하지 않고 대화에 잘 응해준다. 그 때 집으로 돌아온 다른 가족들이 그 괴물을 보고 여자들은 기절하고 남자는 그를 세차게 밀쳐 할아버지를 꺼내오며 도망간다. 그 모습에 괴물은 아주 큰 상처를 받고 절망한다. 그리고 그들이 그 집을 버리고 떠난 걸 알게 되고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 그 오두막을 다 태워버린다.
자신은 사람처럼 사랑이 필요하고 누구와 함께하고 싶지만 절대로 그럴수가 없다는 걸 깨닫고 엄청난 절망과 괴로움에 사로잡혀 어찌할줄 모르다가 자신의 창조자를 찾아가 자신과 똑같은 존재의 여자를 하나 만들어달라고 하기로 마음 먹는다.
창조자 빅터를 쫓다가 자신이 숨어있는 곳에 우연히 어린 아이가 왔는데 괴물은 그 아이와 진심으로 대화하고 잘 지내고 싶었다. 하지만 괴물에 놀란 아이는 괴물에게 끔찍한 상처되는 말을 내뱉으며 자신이 빅터와 성이 같은 프랑켄슈타인의 아들이라며 자신을 건들지 말라고 협박을 했다. 괴물은 아이를 조용히 하고 싶어 그의 목을 잡았으나 너무 세게 잡아 아이가 죽었다. 이 아이는 빅터의 막내 동생이었다. 괴물은 죽은 아이 목에 걸린 목걸이를 가지고 가서 주변 헛간에 자고 있는 소녀의 옷에 넣었는데 그 여자는 빅터의 집에서 살고 있었던 서로 아끼며 사랑했던 관계의 착한 소녀였다. 그 목걸이가 그 소녀의 옷에 있었다는 이유로 소녀는 살인자의 누명을 얻어 사형을 당한다.
이렇게 순식간에 빅터는 자신이 사랑하는 두 사람을 잃게 되었고 정황상 자신이 만든 괴물이 죽였다는 것을 알았다.
빅터는 죄책감으로 제 정신으로 살지 못하고 몸이 엄청 망가지고 정신이 오락가락한다. 그러다 산에서 괴물을 마주하고 괴물은 그동안 자신이 겪은 모든 일들을 말해준다. 하지만 빅터는 그의 마음을 전혀 헤아려주지 못하고 그의 존재에 대해 계속 저주를 퍼붓고 악마라고 한다. 조금이라도 동정심이 올라오면 스스로 그 마음을 밟고 그 괴물에게 냉정하게 대했다. 괴물이 너무나 외롭다고 자신과 같은 짝을 만들어주면 다시는 빅터 주변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짝과 함께 사람이 없는 자연으로 들어가서 살겠다고 부탁한다. 만들어주지 않으면 그의 주변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을꺼라는 협박도 한다.
그 협박이 너무나 두려웠던 빅터는 그 작업을 미루고 미루다 더 이상 미루면 위험할꺼라는 생각에 집에서 먼 곳으로 떠나 작업을 한다. 그러다 이런 괴물을 또 만들수 없다며 많은 진전을 이루었던 그 두번째 작품을 갈갈이 찢어버린다. 그걸보고 괴물을 괴로워하며 길길이 날뛰며 분노하고 그가 협박한 대로 빅터가 가장 아끼는 친구를 죽이고 그가 가장 사랑하는 아내를 결혼 첫날에 죽인다. 그리고 그 사랑하는 사람들을 읽은 빅터의 아버지마저 몸져 누워 죽고 만다.
빅터는 이제 분노로 가득차서 그 괴물에게 복수하려는 마음만 가득찬채 그의 흔적을 찾아가며 다가간다. 그 괴물은 빅터를 따돌리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쫓아올수 있도록 최대한 흔적을 남기고 속도도 맞춰주고 먹을 것들도 남겨주면서 북극으로 간다. 그리고 그 엄청난 혹한과 열악한 환경속에 빅터는 죽어가고 그 와중에 만난 모험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기력을 다해 죽는다.
그가 죽자 그 괴물이 모험가 앞에 나타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해준다.
자신은 창조주의 주위의 사랑스러운 사람을 죽인후에 끔찍한 죄책감과 고통속에서 살아왔고 그것에 대한 끝은 빅터의 죽음이었는데 그것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자신도 죽을꺼라고...
그가 얼마나 끔찍하게 살았고 진짜 지옥같이 살면서 자신이 원치 않은 악마같은 삶을 살면서 얼마나 괴로웠는지를 고백하는데 정말 눈물이 났다... 얼마나 가여운지... 그리고 정말 그의 말처럼 모험가에게 어떠한 해도 주지 않고 스스로를 화장하러 북극으로 뛰어들어간다.
정말 사랑스러운 사람들에 쌓여서 멋진 기품을 가지고 있고 훌륭해 보이는 빅터가 악마같은 괴물한테 모든것을 빼앗기고 비참하게 죽은것 처럼 보이는 소설이었으나 내가 느끼기엔 빅터가 악마 같이 보였다.
자신이 그렇게 끔찍한 외모를 만들어 주고 그걸 혐오하는건 무슨 무책임한 모습인가....
그 괴물의 진심을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럴듯한 술수라고 여기며 잔인하고 악마라고 치부하는 그 모습이 얼마나 악마같던지....
인간의 숭고함과 아름다움을 깨닫고 너무나 인간처럼 살고 싶었던 괴물에게 인간은 너무나 잔인했다.
그는 힘든 사람들에게 자발적으로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했고 물에 빠진 사람을 꺼내서 목숨까지 건져주었으나 그 선행에 대한 보답은 총질이었다.
사람들은 그의 순수하고 여린 마음을 전혀 보지 못했다. 그의 끔찍한 외모로 모든것을 판단하고 그가 진짜 괴물인것처럼 대했고 괴물은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으로 진짜 괴물이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그 괴물이 어디서 왔고 어떤 목적을 가진 존재인지 몰라서 오해할수 있었다고 치더라도
그 존재를 만든 창조자가 그들과 다름없이 괴물에게 대하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그는 진짜 괴물이 되어 악행을 행하는 자기 모습을 보며 너무나 괴로워했다.
그냥 죽기엔 그는 자신의 창조주를 닮아 숭고한 사람이었고 자신의 삶의 의미들을 찾는 진지한 영혼이었다.
그래서 그가 정말정말 가여웠다.
어떠한 살인도 정당화 될수 없겠으나 그의 살인은 창조주에게 자신이 살아있다는 걸 알릴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빅터에 대한 안타까움 보다는 괴물이 훨씬 가여웠다.
진짜 괴물은 그 괴물이 아니라 그의 외모만을 보고 그를 괴물 취급한 사람들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