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나에게 - 그 시절, 가을로의 시간여행
글, 사진 @연결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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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집에만 있을 거야? 구름이 이렇게 예쁜데?
살랑살랑 간질간질 애교쟁이 말투로 옆구리에 팔을 끼고 졸라대는 가을바람의 귀여운 징징댐이 딸아이 같다.
몸에 배인 것만 같던 열대야에 잠 못 이룬 일상의 피곤함은 까슬대는 한기에 툴툴 털어 환기를 시키고, 뭐에 홀린 듯 무작정 집을 나서본다.
엄마, 하늘 좀 봐! 구름모양이 장난 아니야~
높아진 하늘을 따라 날아가기라도 하듯 딸의 목소리가 한껏 들떠있다.
텁텁한 짜증기 쏙 빠진 이렇게 상쾌한 외출이 얼마만인가.
자기야, 근데 지금 어디로 가는 거야?
어디로 가볼까?
... 민속촌 어때? 멀지도 않고, 거긴 벌써 가을일 거야.
아빠, 나도 좋아! 가서 큰 그네도 타야지.
집에서 그리 멀지 않고, 여유롭게 걸으며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 한국민속촌.
이리 오너라~
복식호흡 담은 큰 호령 한 번에 '아이고 마님~ 오셨습니까요' 하고 주르르 달려 나올 듯한 대문을 지나, 솜뭉치를 살살 찢어내 뿌려놓은 듯한 파란 하늘 한번 목이 꺾어져라 바라본다.
오래전 여름방학이면 몇 주일씩 살다오곤 했던 외갓집 시골동네가 생각나는 정겨운 풍경.
"할머니~~ 저 왔어요!"
"오이야~ 왔나?"
딸아이가 제일 좋아했던 천연염료로 손수건 염색하기 체험. 잘 말려서 가지고 왔다. (아쉽게도 무료 아님)
"엄마, 저 조롱박 꼭 책에서 본 고려청자 같이 생겼다, 그치?저거 하나 따가고싶다~"
친정에서 그냥 동그란 박은 많이 봤지만, 요런 호리호리한 '호리병박' 은 처음이라 검색해 봤더니 호리병박을 본떠 만든 청자가 정말 있다.
(상단 우측 이미지: 청자 모란 넝쿨 무늬 호리병 모양 주전자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날씨가 많이 선선해졌지요? 이 쪽으로 앉으세요.
가을볕이 좋아 문을 활짝 좀 열어두었어요."
남편과 나는 어릴적 시골에서의 추억을 떠올리며 슬쩍 뒷짐을 지고 느리게 걷는 여유를,
놀이공원을 좋아하던 딸도 오늘만은 평소와는 조금 다르게 가을내음 물씬나는 계절의 시작을 누릴 수 있어 더 없이 행복하고 정겨운 하루였다.
입구에서 쪼르르 달려나온 청솔모도 봤는데 아쉽게도 사진을 못 찍었다.ㅠㅠ
"엄마! 오늘은 예쁜 구름도 많이 보고, 청솔모도 보고 진짜진짜 재밌었다. 그치?"
그 시절 가을로의 여행은, 우리 가족이 또 한 계절을 즐기며 살아낼 수 있는 행복한 기운을 내어주었다. 지금의 일상들도 먼훗날 누군가 계절의 시작을 느낄 수 있는 사소한 기쁨이 될거라 생각하니 괜히 흐뭇해진다.
가을, 이리 오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