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어나니 당나라 (4)

타임슬립물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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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배화교도 거상의 저택을 치워드리는 날이다.

배화교도는 회회인들에게 별 좋은 대접을 못 받기 때문에 재산을 정리하여 고향을 떠나 당나라에 눌러 산다고 했다. 듣자하니 높으신 분들에게 수시로 선물을 바친다고 들었다.

집안의 하인들은 눈이 움푹하고 코가 큰 서역 사람들과 당나라 사람들이 반반이었는데, 이들을 관리하는 청지기는 당나라 사람이었다.

“늦지 않게 왔구먼, 주 서방!”

마당에 들어서자 청지기가 하인들 여럿을 뒤에 병풍처럼 배치하고 나타났다.

“청지기님 덕에 잘 먹고 삽니다, 헤헤.”

“헌데 저자는 누군가?”

“소인의 처조카입죠.”

그 다음에는 수문장에게 했던 이야기가 그대로 이어졌다.

청지기는 근엄한 표정을 유지하고서 묵묵히 듣더니

“알았네! 일을 시작하게!”라고 말을 끊었다.

주영치는 곧바로 입과 코를 가리는 두꺼운 수건을 쓰더니, 주인 나리 전용 변소부터 치우기 시작했다.

마대산도 하인들도 비슷한 수건을 쓰고서 주영치를 돕기 시작했다.

주영치는 먼저 변소의 대소변이 떨어지는 구덩이 주변의 흙을 고무래로 조심스럽게 긁어내어 작은 항아리에 조심스럽게 담았다. 그런 다음에 마대산과 하인들에게 구덩이 속을 퍼내게 했다.

그렇게 모인 똥오줌덩어리가 차곡차곡 나무통들에 담기고 수레에 실리는 걸 주영치가 감독했다.

그 일이 다 끝난 뒤에는 변소 주변의 흙을 고무래로 조심스럽게 긁어내 아까처럼 따로 항아리에 담았다.

그런 식으로 저택 내의 변소들에 이어 마구간들의 청소까지 이어졌다.

중간에 다른 하인들이 양고기죽이 담긴 큰 솥을 갖다주었고, 주영치와 하인들은 아무렇지 않게 퍼먹었다.

하지만 마대산은 구역질이 나서 도저히 식사를 할 수 없었다.

“퇴비영감의 처조카는 이런 일 처음 해보는가?”

여물통에 구토하는 마대산을 바라보며 하인들 중 가장 늙은 사람이 물었다.

“글공부를 하던 아이라서요. 처남 집이 망하지만 않았어도….”

“정말 딱하구먼. 망한 집 자식의 신세란 게 저렇지.”

“흥, 망하지 않고 과거에 급제해 높으신 분이 되었다면 이런 짓도 안 하고 살았겠지!”

“그러게, 어차피 우리한테 떵떵거리셨을 분이 아니신가!”

“다들 시끄럽다! 밥이나 먹어라!”

노인이 윽박지르자 다들 자신의 왼손에 쥔 작은 그릇의 내용물을 조용히 젓가락으로 긁어먹어댈 뿐이었다.

“퇴비영감도 처조카 아이 덕에 한시름 던 것 같으이.”

“저도 이젠 좀 쉬어야지요. 게다가 저 아이는 평생 글만 보고 산지라….”

“그래야지. 나이가 있어 보이는데, 올해 몇인가?”

“서른 되었습니다. 처자식을 잃은 뒤 혼자 살아왔지요. 머리를 깎고 중이 되려던 걸 소인이 데리고 나왔지요. 절에서 도 닦지 말고, 똥 푸면서 도 닦으라면서요.”

“잘했네. 어차피 다시 시작하면 될 일인데 말이지. 무에 죽은 사람처럼 살려는지….”

“헌데 난리가 났는데… 이 집은 별고 없으신 겁니까?”

주영치는 주변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노인은 눈을 감고 입을 다문 채 고개를 한 번 휘젓고서 탄식하듯이 말했다.

“자신의 그 커다란 똥배에 든 게 충성심이라던 안록산이 하루아침에 역적이 되어서인지, 저놈들도 딴 생각을 하는 것 같으이. 그 때문인지 나리께서도 장사 일을 핑계로 파촉(쓰촨 성)으로 가실 것 같네.”

“파촉이라면 곡식은 물론 소금과 비단도 많이 나잖습니까. 아마 새 판이라도 벌이시겠죠.”

주영치의 조심스러운 물음에 노인은 한숨을 내쉬고 말없이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그럼 대인도 나리를 모시고 함께 가시지요?”

“난 너무 늙었네. 태어난 뒤 장안을 벗어난 적이 없어. 죽어도 여기서 죽어야지. 하지만 아들놈들과 사위놈들은 제 가족들과 함께 나리를 모실 걸세. 자네 말대로 새판을 함께 짜겠지.”

“곧 꽃불약을 완성시킬 겁니다! 그리 되면 고선지 장군께서 안록산을 박살내실 거고요!”

“그래, 이 늙은이도 자네가 그러기를 바란다네.”

건성으로 하는 말임을 주영치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조롱을 당하는 것보다는 나았다.

청소를 다 끝내니 과연 노새가 끌고 갈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분토(糞土)가 쌓였다. 여기에 좁쌀과 말린 콩꼬투리까지 몇 섬씩 받았더니 주영치와 마대산이 수레를 뒤에서 밀어주어야 할 지경이었다.

냄새를 숨길 수 없어 주영치가 작업 후 다니던 샛길로 이동했다.

“이번에는 네가 말한 대로 배합해보자구나, 대산아.”

중국은 밀가루를 많이 생산하나요?

비단길의 주인공: 소그드인의 상업네트워크와 중국에서의 생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