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장보단 발행하기
제목 그대로이다. 저장해둔 주제만 10가지가 넘고, 완성에 가까운 글은 3개 정도 된다. 하지만 글을 쓰다 보면 생각이 정리되는 순간 흥미를 잃고,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처음에는 ‘누군가 내 글을 보고 도움이 될 거야’라는 기대를 안고 시작하지만, 어느 순간 ‘누군가 내 글을 비웃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글을 버리곤 한다.
통계나 논문을 인용해 사실을 정리하지도 않고, 가상 인물을 만들어 이야기를 꾸미지도 않는데 왜 이렇게 글쓰기가 어려운 걸까? 글을 발행하지 않아도 내 생각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만족할 수는 있지만, 나의 바람은 조금 더 크다. 글은 당시 내 생각을 기록하는 도구일 뿐 아니라, 누군가에게는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나는 옳고 그른 소리를 확성기처럼 전하고 싶은 게 아니다. 그저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싶다. 이번 글도 두 번째 문단까지는 키보드에 손을 올리고 내리기 전 한 번에 써 내려갔지만, 세 번째 문단에 이르러서는 ‘이 글을 발행하기 전에 그냥 도망칠까?’ 하는 마음이 든다.
이번에는 ‘저장’이라는 회피 대신 ‘발행’을 선택하려 한다. 누군가의 돈을 받고 쓰는 글도 아니고, 칼로 위협당하며 쓰는 글도 아니다. 단지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쓴 글이다. 글이 훌륭하다면 당연히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앞으로 글을 첨삭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2시간으로 제한하려고 한다. 오늘도 이미 2시간 이상 쓴 다른 주제가 있지만, 이 글은 여기까지로 마무리한다. 제목은 처음 글을 쓸 때 떠올랐던 심상을 그대로 유지해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