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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영 Aug 04. 2024

로블록스파 vs 브롤파

아이들의 편가르기를 바라보며 느낀 책임감 

오늘 학원에서 강사로 초등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일어난 일이다. 수업 내용은 '앱 인벤터'라는 웹 환경에서 앱을 제작할 수 있는 도구를 가지고 코딩하는 것이다. 블록 코딩으로, 프로그래밍의 기초적인 내용이다.


학생들은 에너지가 넘쳐서 주체가 어렵기도 하고, 쉬는 시간에는 게임을 하거나 쇼츠를 보면서 눈을 떼지 못한다. 우리가 즐겨보는 콘텐츠를 초등학생도 동일하게 소비한다. 옆에서 봤을 때 굉장히 자극적인 장면에 노출되기도 하고, 성인은 이해할 수 있지만 미성년자가 봤을 때는 오해를 일으킬 만한 내용이 분명 존재했다. 이것을 보며 아이들이 올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어른으로서 쓴소리도 해야겠다고 느꼈다.


"선생님은 로블록스파에요? 아니면 브롤파에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요즘 초등학생들한테 유행하는 게임 중 '로블록스', '브롤 스타즈'가 있는데 둘 중 어느것이 좋냐는 말이다. 나는 로블록스는 잘 모른다고 답하니, “아 그럼 브롤 파시네요”라고 했다. 그리고는 ‘브롤 파’ 친구를 ‘브롤 파’라는 이유로 비아냥 거리는 듯한 이야기를 하여, 그런 식의 화법은 좋지 않다고 말해주었다. 마찬가지로 학생은 무엇이 잘못된 행동이냐는 둥 표정을 지었다. 무의식적으로 나쁜 행동이라고 판단하여 주의를 줬는데, 학생을 납득시키기 위해 고민했다.


선생님이라 불리는 내가 느끼는 책임은 먼저 학생들이 수업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얼마전까지 ‘학원 강사’는 이것이 거의 전부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다르다. 학생들 자신의 행동이 지속되었을 때 사회와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끼칠지 고민하고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학생이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것을 인지했는데도 이 순간만을 모면하듯이 넘기는 것은 그릇된 행동이다. 학생이 그 행동으로 인해 불이익을 얻거나, 사회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 떠오르는 것으로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담배를 태우거나 침을 뱉고, 남을 이해하려 들지 않고, 순간 화가 난다며 당신의 차량에 돌을 던질 수도 있다.


'로블록스파 vs 브롤파'로 돌아와보자. 간단히 'A vs B'로 나타내어보겠다. 학생은 자신이 'A'이며 옳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러므로 'B'가 틀리다는 흑백 논리를 펼치고 있다. 나의 세상은 A를 좋아하든 B를 좋아하든 A와 B가 사회적 물의 또는 논란을 일으키지 않는 이상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고, 존중 받아야 한다. 맞다. '표현의 자유'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A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비방 받거나, 사상을 강요하는 것은 명예훼손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행동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나는 "A를 좋아하는 것과 B를 좋아하는 것 둘 다 자연스러운 것이고, 그것으로 상대를 비방해서는 안돼. 우리 친구들이 게임을 좋아하는 것을 게임을 안하는 선생님도 존중하고, 게임 하는 것에 대해 비방할 수 없듯이 말이야. 또한, 남이 기분 나쁜 말을 할 때는 남도 나에게 나쁜 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만 해. 우리가 함께 살아갈 때 자유롭게 표현이 가능한 세상은, 서로 존중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질 수 있어" 라고 이야기 했다. 사실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아도 될 수 있지만, 앞으로 둘이 주먹다짐을 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나 혼자 아이들에게 설교한다고 세상이 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들이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나 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이 말해준다면 아이가 올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다고 믿는다. 만약 이 글이 당연하게 여겨진다면, 감사함을 표한다. 당신께서 아이들에게 어떻게 표현했을지는 모르지만, 당신의 영향으로 내가 올바른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아이들을 대하는 마음가짐 말고도 깨달은 것이 하나 더 있다. 사실 성인도 같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 생각과 다르다며, 나 때와 다르다며, 출신이 다르다며, 혈액형이 다르다며, MBTI가 다르다며, 성별이 다르다며… 물론 나도 색안경을 쓰고 ‘편 가르기’를 하고 있을 것이다. 그래도 그릇된 ‘편 가르기’를 지양하려 노력한다. 나는 언제든 아이가 될 준비가 되어있다. 나에게 깨달음을 주는 모든 것을 어른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배움의 길을 걷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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