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차를 마시다가,
황차를 마시다가,
두륜산 뒤쪽 너른 차밭을 배후로 둔 설아다원에서
*1창 2기 첫 잎을 따 모으고 골라
곡우 전 찻잎을 덖었던 날을 추억하는데
차를 조금 마셔봤다는 홀로 사는 후배가
첫 차를 우려 마시면 젖살 향이 난다고 말을 한다
젖살 향,
그 향이 무엇이었나
슬그머니 가슴께로 손을 올려 살짝 움켜잡았다 손가락을 푸는데
가슴을 풀고 어린 동생에게 젖을 물렸던 엄마의 향기라 말을 잇는다
아내의 젖무덤에 얼굴을 묻은 자식의 풍경이 아니요
고난의 날들을 살다 돌아가신 엄마의 살냄새라니
그것도 젖살 냄새라니
첫 차를 마실 때면 찻잔 속에 떠 있는 엄마를 만난다는 후배에게
아내를 만들라 말하고는 삼삼오오 모여 앉은 차실 안쪽을 바라보는데
누군가 기타를 들고 별을 부르는듯한 가는 목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눈물이 난다 이 길을 걸으면 그 사람 손길이 자꾸 생각이 난다
아득한 옛일이 향기로 기억에 남는 건
놓친 사랑이라 그 향이 더 짙을 터
젖살 냄새로 오신 엄마가
다른 사랑으로 엄마가 되는
대물림 사랑일 것이라
*차나무에서 나온 첫 싹의 모습
*가요 ‘사랑은 늘 도망가’의 가사 첫 소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