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의 다정한 만남: 미술관에서 배운 것들”
선물 같은 하루였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 받은 사려깊은 관심 때문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이벤트가 발생한 곳은 미술관이다. 미술 과목은 재능도 흥미도 없었다. 초등학교 시절 미술 과목의 시험성적은 '수, 우, 미, 양, 가'중 '미'를 벗어나지 못했다. 성인이 된 후에도 아직 관심 밖 미지의 세계다.
미술과 담쌓고 지내는 내가 전시회 방문을 계획하였다. 인천 해운동에 있는 아트폴랫폼에서 2024.07.19.~09.29'기간에 '내게 다정한 사람'이라는 주제로 14명 작가, 85점의 작품을 전시 중이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블로그에 '아트플랫폼'에 대한 기사글도 써봐야지 마음먹었다.
전시회에 처음 간 것은 아니다. 이런저런 기회가 있었지만, 작품을 볼 때면 운전중 차에서 바라보는 스처 지나는 풍경처럼 느껴졌다. '오~멋지다' 정도. 미술관을 다녀온 사람을 보면, 무슨 재미로 가는 걸까, 궁금증이 생긴다. 혼자 하는 미술품 감상에 자신이 없어서, 도슨트 프로그램을 예약했다. 도슨트는 '가르치다'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한 용어로, 소정의 지식을 갖춘 안내인을 말한다. 방문 일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여 전시관을 먼저 돌아봤다. 잠시 뒤 전시회 투어가 시작되었다.
이번 기회에 미술작품 감상을 제대로 해볼 심산이다. 노트와 필기구를 준비하여 도슨트 뒤를 따랐다. 전시행사 주제답게 작품 모두 사람과 관계된 내용이다. 첫 작품에서 눈길이 머문다. 어느 골목길에 여러 사람이 옆면으로 줄지어 서서 길을 막고 있다. 도슨트가 작품에 대한 요약 설명을 마치고, 질문한다.
“이 거리의 길이가 어느 정도일까요?”
“5~6m 정도 될 것 같은데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요, ‘19명의 사람 길이’라고 합니다.”
사람을 길이로 표현한 발상이 놀랍다. 투어 전 이 사진보고 '뭐지?'하는 생각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아티스트 '정고요나'는 SNS에 올라온 사진이미지를 그린다고 한다.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는 말이 있다. 그의 그림을 보면 색채도 곱고 밝아 보인다.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소셜플랫폼의 화려함을 상찬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그중 하나, 한 여성이 거리를 걸어가며 상가 쇼윈도를 바라보는 작품에서 걸음을 멈췄다. 진열장에 상품은 없고 커튼이 그려져 있다. 상가 쇼윈도는 소셜플랫폼을 나타낸다. 그는 '커튼'을 통하여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SNS를 통해 보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나와는 다른 삷의 방식에 열광하는 것인지, 타인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것인지.
전시장 끝쪽, 화면에서 동영상이 재생되고 있다. 내용은 연잎 밥 조리과정이고, 재료는 암수생식이 가능한 은행 같은 것이다. 식물의 다양한 성(性)과 생식방법을 논하며 우리들의 성다양성을 은유하는 거라고 한다. 잠깐이지만, '동성애'에 대한 내 생각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랑'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사람이나 존재를 몹시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남녀 사이의 사랑,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 이종에 대한 사랑이 있듯 동성 간의 사랑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게 아닐까···.
투어가 끝나고 직원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메모를 꼼꼼히 하고 있는 나를 보고,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단다. 글의 소재로 사용하기 위해 메모를 했다고 하니 질문이 이어진다.
"무슨 글을 쓰세요 ?"
"블로그에 이곳을 소개하는 글을 써보려고요."
"그래요, 저한테도 기사 글 보내주실 수 있나요?"라며 메일주소를 알려준다.
도슨트 직원은 대학생으로 보이는 나이였다. 자식뻘 되는 그에게 들은 작은 말한마디로 사람사이의 따듯한 정을 느꼈다. '내게 다정한 사람의 조건이 무엇일까‘. '배려'였다. 나는 상대방에 대한 '배려'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나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에게 굳이 내 소중한 시간을 쓰고 싶지 않다. 사람 없이 살 수 없는 세상이다. 미술작품을 성심껏 설명하고, 그 말을 정성 들여 메모하는 나, 그런 나를 관심 있게 바라본 직원. 우리는 서로에 대해 배려를 했던 것이 아닐까. 직원의 관심 있는 말 한마디 와 14명 작가의 생각을 되짚으며 사람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미술품에 대한 경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