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감이 감도는 밤이다. 찻잔을 들어 올리는 손끝에서 작은 떨림이 전해진다. 이 묘한 분위기 속에서, 나는 나의 한숨 소리가 울려 퍼지는 것을 들었다. 그 소리는 마치 세상이 나를 꾸짖는 것 같기도 했고, 마음 깊은 곳에 남은 상처를 건드리는 무언가 같았다.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면, 어둠 속에서 개들이 그렁대며 울부짖는 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그 울음소리는 나를 흔들어 깨우는 경고처럼 들렸다.
이 고요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흔드는 질문들과 마주한다. XY 성염색체, 생명과 본능, 그리고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들. 세상은 늘 내게 열쇠를 채우며 한계 속에서 살아가기를 강요했다. 그러나 그 속에서도 나는 무언가를 꾸려내고 있었다. 염색체라는 작은 씨앗에서 생명과 고집을 피워낸 나는, 마치 고집 센 형제처럼 나를 지키려 애쓰는 힘을 느꼈다. 동시에 그것은 나를 흔드는 바람이기도 했다.
세상은 결코 쉬이 나를 두지 않았다. 가슴 깊은 곳에서 울리는 감정의 떨림처럼, 나를 채우는 불안과 분노는 결코 사라지지 않았다. 내 인생은 종종 돌연변이 같았고, 어딘가 부족한 퍼즐처럼 늘 원점을 맴도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그런 가운데에서도 나는 색 바랜 공작새처럼 한껏 날개를 펼쳤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보내는 작은 항의였다.
고독은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사랑은 이미 끝났고, 세상도 멈춘 것 같았지만, 그 고독은 여전히 내 곁에 남아 있었다. 마치 사막처럼 메마른 마음속에서 넘쳐나는 눈물은 흩어지는 세월 속에서도 나를 놓아주지 않았다. 매일 밤, 초승달에 관해 묻 던 나의 목소리가 들려올 때면, 나는 여전히 나의 질문에 답할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나의 기억은 내 품에 안겨 나의 상처이자 치유가 되었고, 나를 조금 더 견디게 하는 이유가 되었다.
삶은 거칠고 복잡했다. 때로는 정박할 항구를 찾는 정복자 같았고, 때로는 허탈감에 빠져 길을 잃은 낙오자 같았다. 하지만 그 모든 여정 속에서도 나는 사랑의 흔적을 따라가고 있었다. 비록 낙원의 반대편 별에 닿은 것 같은 고단함 속에서도, 그곳에서 나는 나만의 빛바랜 꿈을 찾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나는 울며 마음을 열어본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랑과 다시 마주하며, 그 속에서 또 한 번 나를 찾아가는 길을 걷는다. 쓰디쓴 술 한 방울처럼 남아 있는 기억들이 나를 흔들지만, 나는 여전히 사랑과 삶을 잊지 않고 있다. 그 모든 것을 통해 나는 나를 지우고, 동시에 나를 새롭게 써 내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