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인생을 바꿀 수 있을까.
최근 많은 방송사에서 각 부문에서 저명한 교수님이 꼽은 유명한 책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 많아진 것 같다. 아마, 인기가 높아지는 인문학에 대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독서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요한다. 빠른 콘텐츠가 인기를 끌고 있는 지금, 독서는 효율성이 아주 낮아 보인다.
독서를 해야 하는 이유라는 글은 세간에 많지만, 난 이 무엇을 해야만 한다는 표현을 그렇게 좋아하진 않는다. 이는 마치 빠르게 움직이는 세상에 이것을 하지 않으면 뒤쳐질 것이라는 경고의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것은 궁극적으로 무언가를 하게 만드는 좋은 방법이 아니라 생각한다.
이보다 나는 좀더 캐주얼한 설명을 하려 한다. 독서가 즐거운 이유는 좋은 책을 읽고 이해하는 것은 재미 있으며, 당신을 성숙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공부와 독서와는 담을 쌓고 살던 나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공유하려 한다. 두서 없이 정리 되어 세련되진 않지만, 이는 전부 내 진심이니, 너그럽게 용서해주길 바란다.
중학교 3학년, 첫 수업. 당시 학교에서 무서운 것 으로 유명한 선생님께서 들어오며 학생들에게 인사했다. 첫 수업이라 긴장했던 나에게 선생님은 첫 만남부터 나를 지켜보겠다는 말을 하였었다. 성적이 낮고, 항상 사고만 치고 다니던 나에게 첫만남부터 일종의 경고를 하신셈이다.
그때 이후로 내가 수업을 안듣고 자려고 할때면, 항상 불같이 화를 내셨다. 심지어는, 다른 선생님 수업때도 틈틈이 확인하러 와서 내가 자는지 확인을 하곤 했다. 처음엔, 선생님이 무서워 공부하는 척이라도 하려 했지만, 역시 교과서 속 얘기는 나와 맞지 않았다. 공부가 너무 따분하고 재미 없어서 공부하는 척 조차도 하고 싶지가 않았다.
나는 당시 매일 같이 게임과 만화에 빠져 있었고 아주 지독한 욕구 불만 상태에 있었다. 그 욕구는 바로 성장에의 욕구였다. 매일 매일이 같고 전혀 달라지지 않는 내 모습에서 강한 불만을 느끼고 있었다. 성장하지 않는 삶은 매일 매일이 똑같이 느껴진다.
이대로 산다면, 다음달도 내년도 10년뒤도 지금과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비관적인 생각에 빠져 버렸다. 성장하지 않는 삶, 변화하지 않는 삶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공부를 한다면 바뀔 수 있을까 싶어, 교과서를 읽어보려 시도했지만 이조차 시원치 않았다.
게임만 한다면, 일주일 정도는 확실히 행복할지도 모른다. 내가 노력하는 만큼 결과가 확실히 보이는 게임은 확실히 재밌다. 그러나 게임을 향한 노력의 끝은 결국 공허감뿐이다. 게임을 통해 얻는 뿌듯함은 결코 오래가지 못한다. 게임을 통해서는 결코 내적 성장을 이룰수 없기 때문다.
공부는 그런 의미에서, 게임과 반대된다. 공부는 게임처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바로 나오지 않을뿐더러,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드래곤볼에 나오는 악당들이 수치로 전투력을 확인 하는 것 처럼, 그 사람의 학력(学力)을 수치로 확인할 수는 없다. 따라서 공부는 매우 따분하고, 그것을 지속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럽다. 하루 공부 더 한다 해서, 눈에 띄는 변화가 보이진 않는다. 그러나 그러한 노력이 매일, 매주, 매달, 1년, 3년 지속된다면, 나는 어떻게 바뀌어 있을까? 공부의 즐거움은 바로 여기에 있다 생각한다.
남녀노소 누구나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공부는 무엇이 있을까? 나는 세상에서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공부가 독서라 생각했다. 수천년 혹은 수십년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읽히는 사람들의 책. 이런 세월의 평가를 견뎌낸 훌륭한 사람들에게 공짜로 과외를 받을 수 있는게 독서다. 세상의 상식을 바꿔버린 위대한 사람들부터, 인생과 세상에 대한 진지한 고민으로 찬 책을 읽으며, 잠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겉으론 보이지 않지만 사람의 사고방식과 세상을 보는 눈을 저변에서부터 아주 조금씩 더 좋은 방향으로 바꿔준다.
그렇다면 필자는 독서를 통해 어떤 유의미한 성취를 이뤘을까? 사람들은 논리와 숫자로 설명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정량적으로 내 변화를 말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딱히 떠오르는 숫자가 없다. 독서를 1년간 하고 나서 변화한 것 같다 느꼈지만 그래서 무엇이 바뀌었는지는 구체적으로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건, 1년간 학교에서 독서를 지속하면서, 내가 꿈을 꾸게 됐던건 기억한다. 독서를 하며 좋았던 것은 캄캄하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던 미래가, 점점 밝게 바뀌었다는 점이다.
한창 세상의 의미와, 인생의 의미에 대해서 고민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소년에게 있어서, 책 만큼 마음에 닿는 말을 해주는 사람은 주변에 없었다. 왜 공부해야 되나요? 라는 질문을 주변 어른들에게 하면, 언제나 좋은 대학교에 가기 위해. 좋은 대학교는 왜 가야 되나요? 좋은 기업에 들어 가기 위해. 좋은 기업에 들어가는 이유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많은 돈을 버는 것은 충만한(행복한) 인생을 살기 위해라고 곧잘 말해 주었다.
직장에서 주변 사람들 눈치를 보며,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억지로 하는게 왜 충만한 삶인지 난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 이런 말을 하면, 사람들은 내가 철이 안든 어린이 취급을 하곤 했다. 고통을 견디고 끊임 없이 인내하고 희생하는 것이 어른이고 삶이면, 나는 고통뿐인 인생을 살아갈 자신이 없었다. 따라서 나에게 미래는, 언제나 어둡게 보였고, 시지프처럼 산에 끊임없이 돌을 올리는 것이 인간의 인생이고 삶처럼 비쳐졌다.
그러나 책을 통해, 어린아이 같은 호기심에 젖어 몰입하는 순간엔, 세상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책에 몰입하는 순간엔, 다른 모든 고민거리는 없어지고, 아무 것도 없는 공간에 작가와 나, 단 둘만이 존재하게 된다. 책을 다 읽고 덮어 현실 세계에 돌아왔을땐, 내 손엔 아무 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가슴 속에 남은 배움의 즐거움이 나를 은은하게 미소 짓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