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E REPORT EP6. 빙그레 광고기획팀 전혜성 프로
여러분은 여러분의 '일'을
최애만큼 사랑하고 계신가요?
(↑사심 들어간 누군가의 최애들)
회사에 나가 일하는 시간이
매일 매일 최애와 8시간씩 데이트하는 시간 같다면 참 좋겠지만
나의 일에 애정을 갖기란 참 쉽지 않은 일입니다.
오늘 AND는
SS501을 좋아하던 시절처럼
덕질하듯 일에 '과몰입'해 일잘러가 된 분을 만나봤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빙그레의 다양한 브랜드들을 소비자분들에게 매력적으로 어필하기 위해
다채로운 캠페인을 기획하고 운영하는 광고기획팀 전혜성 프로입니다.
그간 빙그레(해태 아이스)의 BM으로서, 광고기획팀의 일원으로서
'부라보밴드'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처음 입는 광복' 등이 있습니다.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은
올해 광복절을 기념하며 제작된 빙그레의 광복절 캠페인 영상인데요.
조회수 500만 회
댓글 수 5,000개 이상
좋아요 수 9.6만 회
라는 높은 성과를 기록함과 동시에
많은 한국인들에게 울림을 준 캠페인이었습니다.
AND도 전혜성 프로님을 알기 전부터 알고 있었고,
굉장히 인상깊게 본 캠페인이었는데요.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을 담당하신 빙그레 광고기획팀 전혜성 프로님이
몇 년 전 큰 이슈가 되었고
각종 광고제에서 상을 휩쓸었던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캠페인도 담당했었다는 사실을 알고
AND는 당장 섭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혜성 프로님은 어떻게 그렇게 크리에이티브한 광고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걸까요?
제가 사실 학창시절에 아이돌 덕질을 했었는데,
그런 기질이 남아서 그게 업무에 적용됐던 것 같아요.
그 덕분에 브랜드의 고유의 매력을 살리고,
디테일이 살아있는 광고들을 기획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실례지만 혹시 어떤 아이돌을 덕질하셨나요?
지금은 없는 그룹이지만 SS501이라는 그룹을 덕질했었습니다.
>> 아...! 즈후 걸프란...!
(웃음) 네 맞아요.
아이돌 덕질 경험이 광고 기획에 도움이 되었다고 하는데,
'일'을 아이돌 좋아하듯 한다는 게 어떻게 하는 건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광고 모델의 경우에는 덕질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의 '업무'와 '브랜드'는 어떻게 해야 덕질할 수 있는 걸까요?
예를 들어 어떤 아이돌 그룹이 있다면 본인의 최애가 있잖아요.
'최애'가 있는 이유는 다른 멤버들한테 없는 그 사람만의 고유한 매력 포인트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사실 저희 회사에도 브랜드가 굉장히 많아요.
바나나맛 우유 = 친근한 친구
투게더 = 신뢰감, 진정성
요맘때 = 산뜻함
등등
브랜드만의 매력적이고 차별화된 포인트를 어필하려면
새로운 데에서 찾는 게 아니라
원래 갖고 있는 장점과
자산이 뭔지 파악해야 하거든요.
그걸 파악하려면 덕질하듯 일하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아요.
>> '덕질'을 다른 말로 하자면 뭐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과몰입...? 디깅?
같은 단어로 바꿔볼 수 있을 것 같네요 (웃음)
내가 어떤 연예인을 덕질하듯
브랜드의 '고유한 매력'을 찾아내는 게 좋은 광고를 만들 수 있는 비결이었는데요.
그렇다면 고유한 매력은 대체 어떻게 찾아낼 수 있는 걸까요?
고유한 매력을 찾는다는 게 대체 무엇인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보고 싶어졌습니다.
브랜드 자산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좋은 성과를 냈던 사례가 바로
부라보콘 광고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인데요.
'No.1 콘'과 'No.1 인물'의 만남을 강조한 '월O콘'
신규 런칭되어 MZ세대를 확실하게 겨냥하고 있던 '슈퍼콘' 등
당시 콘 시장에는 쟁쟁한 경쟁상대들이 있었어요.
반면 부라보콘은 50년 된 브랜드였지만,
마케팅 활동을 많이 하지 않아 명확하게 포지셔닝 되어있지 않은 상황이었고요.
매출도 반토막난 상황이었죠.
그런 상황에 저희는 MZ세대를 타겟팅하는 광고를 제작해야 했죠.
그래서 저는 브랜드의 자산을 과몰입하듯 디깅하며
하나하나 뜯어봤어요.
또한 제 주관만으로 브랜드의 고유 자산을 판단할 수는 없기에
소비자 조사도 정말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남게된 브랜드 자산이
열두시에 만나요, 부라보콘�
이라는 'CM송'과
'하트패턴'이었습니다.
저희는 고유한 자산이자 오랜 역사를 가진 CM송을 MZ세대에게 알리는 것을 목표를 세웠고,
'하트패턴'을 통해 브랜드의 고유한 이미지를 뽑아냈습니다.
'흰 배경 위에 그려진 하트패턴'을 보니
부라보콘은 세상 유일한 따뜻한 아이스크림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브랜드 고유 이미지를 '따뜻함'으로 잡았죠.
>> 아이스크림이 따듯하다니...
내부에서 '아이스크림은 시원해야지!'하며 반대하지는 않았나요?
큰 반대는 없었습니다.
꼼꼼하게 브랜드를 분석하고, 소비자 조사를 진행해 나온 결과였기 때문에
모두 이해해주시고, 지지해주셨어요.
그렇게해서 나온 광고가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 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에서는
이영현, 이적, 정은지와 같은 엄청난 보컬리스트들이
1절에서 수어만으로 CM송을 노래합니다.
2절에서야 그분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죠.
CM송을 널리 알리려면 많이 틀어주는 게 효과적이지만,
그만큼 예산도 어마어마하게 들거든요.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은 귀로 듣게 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게 해서 더 주목을 끌 수 있었죠.
또한 수어로 노래를 부른다는 점에서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MZ세대들의 주목을 끌 수 있었고,
앞서 말씀드린 부라보콘의 '따뜻함'이라는 고유 이미지와도 연결되는 광고였어요.
실제로 AND팀도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을 봤는데요.
'아이스크림' 광고인데 '아이스크림 먹는 장면'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식품 광고는 해당 식품을 취식하는 장면이 포함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CM송'이
기존의 문법을 따르지 않은 이유는 뭐였을까요?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고유한 매력'이라는 맥락과 비슷한데요.
저는 좋은 광고가 무엇인가 생각할 때
첫 번째로 '다른 제품도 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두고 봐요.
다른 제품, 다른 브랜드도 할 수 있는게 되면
안된다고 생각해요.
카피 한 줄을 보더라도 이거 다른 브랜드도 쓸 수 있나?
그러면 그 카피는 안 쓰거든요.
사실 음식 취식하는 것 음식 광고에서는 너무나도 많이 나오는 장면이고
콘을 까서 먹게 되면 어차피 껍데기는 안보이잖아요.
그게 월O콘인지, 부라보콘인지 슈퍼콘인지 아무도 모르잖아요.
그리고 사실 부라보콘은 사실 인지도는 이미 높은 편이었어요.
부라보콘을 모르는 사람은 없는데, 그게 올드한 이미지로 남았기 때문에
타겟층을 끌어내려오는 게 중요했던 거죠.
그래서
이건 부라보콘이고
부라보콘을 먹어!
이렇게 단순하게 인지도를 높이는 쪽으로 가고 싶진 않았어요.
제가 알기로 조회수가 420만 회가 넘엇고,
각종 광고제에서 상을 13개 정도 수상했고요.
캠페인 전후를 비교했을 때 브랜드 호감도도 67%에서 80%대로 13%정도 상승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실제 구매까지 많이 이어져
매출도 오르고 시장점유율도 오르는 좋은 효과를 봤습니다.
아이돌의 최애를 좋아하는 이유처럼
브랜드의 고유한 매력을 찾아내고, 그를 어필하다보면
고객들도 결국 '입덕'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처음 입는 광복'과 같이
'고유한 매력'을 찾아낼 '상품'이 없는 광고의 경우에는
어떤식으로 과몰입해야 하는 걸까요?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도 굉장히 과몰입하며 디테일한 부분까지 신경썼던 프로젝트였는데요.
처음 입는 광복 캠페인은 독립운동을 하다 옥중순국한,
어쩌면 아직도 독립을 맞이하지 못하셨을 독립운동가분들에게
AI기술을 활용해
죄수복 대신 멋진 한복을 입혀드리면서 독립을 전해드리는 캠페인인데요.
캠페인을 진행하는 내내
'그 분들이 보신다면 어떨까?'
'그 분들이 살아 돌아온다면 어떤 모습이실까?'
라는 질문을 계속해서 던졌어요.
공훈전자사료관도 뒤져보고, 수많은 자료들을 찾아보며
고증에 힘쓰기도 했고요.
역사 공부도 많이 했죠.
한복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독립운동가분들이 광복을 맞이하면 어떤 모습이셨을까?' 그걸 계속 생각하면서
그 시대의 디자인을 반영하고,
그 분들의 정신을 반영할 수 있는 '기개'와 '절개'를 나타내는 색감을 사용하고,
햇빛에 비췄을 때, 바람에 흩날릴 때는 어떤 모습일지까지
정말 디테일하게 신경을 많이 썼어요.
사실 빙그레가 이번에 처음으로 광복절 캠페인을 진행한 것은 아니었는데요.
사실 '빙그레'라는 사명부터 도산 안창호 선생님의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빙그레' 웃는 세상을 만들어야겠소" -도산 안창호
라는 말에서 나왔고,
빙그레 김호연 회장님은 김구 선생님의 손녀 사위라고 합니다.
그래서 작년에도 '세상에서 가장 늦은 졸업식' 이라는 광복절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죠.
같은 독립운동 캠페인이더라도 다양한 형태로 진행할 수 있을텐데
올해 캠페인에서 '한복'을 입혀드리는 기획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사실 독립운동가 캠페인을 고민하며 준비하던 중
공훈전자사료관과 일제 감시 대상 카드를 보게 됐어요.
그걸 봤을 때
아, 내가 아는 (독립운동가) 분들인데...
유관순 열사님인데...
우리 독립운동가 분들이
죄수복을 입고 계시네
아무래도 죄수 수형 번호를 딱 달고 계시잖아요.
그리고 순국하신 날짜를 보면 광복절 전날 돌아가신 분도 계시고 그런 것들이
한 명의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너무 마음이 아프더라고요.
그래서 이 분들이 죄수복을 입은 사진이 아니라 한복을 입은 모습으로 기억이 됐으면 좋겠다.
영웅의 모습으로 기억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한복을 입혀드리는 아이디어를 채택하게 됐죠.
>> 듣다 보니 '과몰입'이라는 게 F같은 몰입같기도 하네요.
맞아요.
저도 사실 완전 T긴 한데,
'과몰입'을 하려면 F같은 감성이 정말 필요한 거 같아요.
광고기획팀에 들어와서 특히 느끼고 있어요.
좋아하는 대상에 대해 파고들듯
디깅하며 고유의 매력을 찾아내고,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정말 진심으로 몰입하는 것.
일에 '과몰입'한다는 게 무엇이고, 그게 왜 일잘러가 되는 길인지 이제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되는 게 있었습니다.
우리가 '몰입' 하는 것은 주로 예쁘고 좋은 것들인데,
'일'이라는 건 보통 예쁘고 즐겁지 않기 때문이죠.
직장인인 우리들은
내가 원하는 것만 할 수 없기에
좋지 않은 것도 몰입하는 법은 없을지 궁금해졌습니다.
방법은...
저도 없어요 (웃음)
>> 앗...아니..
저도 일이니까 하는 건데,
사실 버티다보면
정말 좋아지는 순간이 오거든요.
예를 들어 어떤 사람에 대해 과몰입할 때
설령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아니더라도
하루에서 일주일?
시간을 두고 버티다보면
그 사람의 매력에 대해 새벽까지 파고들정도로
정말 좋아지는 순간이 와요.
그 시간이 오기까지 견디는 게 힘들다는 게 문제죠.
누군가는 특별한 답을 기대했을 수도 있을텐데요.
사실 AND에게는
한편으론 단순해보이고 한편으론 우직해보이는
'버텨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사람은 친숙한 것에 애정을 느낀다고 합니다.
'나'를 닮은 외모를 가진 이성에게 끌리며,
사람들의 얼굴을 합치면 미남미녀가 나온다고 하죠.
설령 지금은 좋지 않은 것일지라도
보기 싫고 괴로운 것일지라도
일정 기간 버티다보면 좋아질 것이란 믿음이 있어야
과몰입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론 또 걱정되는 게 있었습니다.
사실 회사 일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해내야 하기에
'효율성'도 무시 못할 부분인데요.
'과몰입'을 하다보면 '효율성'을 놓치지는 않을까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과몰입'의 적정선을 맞추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저는 '과몰입'의 적정선을 맞추기 위해
중간 보고를 미리미리 드리는 편이에요.
내가 어디까지 진행을 했고
어디까지 조율을 했고
어디까지 몰입해서 알아봤는가
이런 거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리더분들과 소통을 하는 편이거든요.
그렇게 했을 때 이제 상대적으로 리더분들은 저에 비해서
당연히 회사의 전반적인 목표나 이런 것들에
정보를 많이 가지고 계시는 경우가 많고
또 그렇게 보고를 드릴 때마다 그런 정보를 공유해주세요.
그럼 이 팀이 가지고 있는
캠페인의 목표, 업무 정도, 디깅 정도가 어느 정도 얼라인이 되는가?
이걸 계속 체크를 해볼 수가 있는 것 같아요.
플러스 알파로
계속 중간보고를 드림으로써 부담스럽지 않게 어필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웃음)
사실 저도 광고만 맡은지는 얼마 안돼서
말을 하기는 좀 조심스럽지만
소위 잘 되는 콘텐츠에 대한 감을 익히는 게 중요해요.
물론 자기만의 시각을 갖는 것도 중요한데,
너무 본인만의 취향에 본인을 가두기 보다는
미술, 음악, 여행, 드라마 뭐가 됐든지 간에
다양한 분야를 경험해보고
내재된 의미를 파악하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포인트가 뭘까?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포인트가 뭘까?
생각하면서
편견 없이 다양하게 몰입해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오늘은 자신의 일을 자신의 최애 만큼이나 사랑할 줄 아는
'과몰입' 일잘러 전혜성 프로님과 즐거운 대화를 나눴습니다.
오늘로서 ACE REPORT는 벌써 다섯번 째 일잘러를 맞이했는데요.
전혜성 프로님과 인터뷰를 하며 그동안 만나왔던 일잘러 분들이 순간 순간 떠올랐습니다.
'고유한 매력'을 강조하실 때에는
그 상품만의 USP (Unique Selling Poing)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던 ep1의 김서현 PD님이 떠올랐고,
'덕질','디깅'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실 때에는
무언가를 깊게 좋아해본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고 하신 ep2의 김상민 마케터님이 떠올랐고,
'버텨야 해요'라는 우직한 말을 들었을 때에는
무언가를 얻으려면 시간을 포기할 줄 알아야 한다는 ep3의 양정윤 기획자님이 떠올랐습니다.
이렇게 한 명 한 명의 일잘러를 만나며
점점 일잘러의 교집합을 만들어나가는 귀납적 추론의 과정에서는 ep4-5의 서현직 리드님이 떠올랐고요.
제각기 다른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일잘러들이지만
일잘러가 되기 위한 태도에는 분명 겹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언젠가 AND도 그 지점에 다다를 수 있도록
열심히 나아가야겠습니다.
전혜성 프로님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다면??
ep1-5에 나온 일잘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면??
AND 채널 구독 눌러주십쇼!!!
https://www.youtube.com/@AND_studio/featured
AND STUDIO 한승아 Creative Produc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