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 감독의 작품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연상호 감독의 세계. 넷플릭스 지옥 편을 인상 깊게 본 사람이기에 이번 영화 역시 기대가 되었다. 자기만의 세계를 갖고 있다는 것은 굉장히 부러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번 영화에서는 배우들의 새로운 얼굴을 보게 된 것 같다. 권해효도 그렇고 박정민,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연기하는 신현빈까지. 그런데도 이질성이 느껴지지 않고 각자의 얼굴을 충분히 보여준다.
이 영화에서 얼굴은 껍데기 같다. 그리고 원래 표정만으로 사람의 기분이나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래도 감독은 우리에게 ‘우리는 사람의 민낯을 얼마나 보게 되는 걸까?’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 같다. 어찌 보면 누가 더 악한가에 대한 질문도 하는 듯싶다.
영화에서 이야기 순서를 인터뷰 순서대로 영화 장면을 나눈 것은 호불호가 많이 갈릴 것 같다. 뚝뚝 끊어진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괜찮았다. 오히려 깔끔하게 떨어지고 다큐의 속성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극 중 박정민은 영정사진도 없는 어머니에 대해 안타까워했다. 그리고 결국 그 사진을 찾은 이에게 건네받고 한참을 눈물 흘린다. 그 마지막 사진을 관객에게도 보여주는데, 왜 사람들이 괴물 같다, 못생겼다 등등 이야기를 했는지 약간은 이해할 수 있지만, 과연 그렇게까지 사람을 몰아세울 필요가 있었나 싶다. 차라리 그들과는 다르게 무조건적인 선을 향해 다가가는 박정민의 어머니를 모든 이들이 무시하고 조롱하고 비난한 게 아닌가 싶었다.
평범한 사람의 얼굴. 나는 극장에서 마지막에 본 박정민 어머니의 얼굴이 오히려 평범하게 느껴졌다. 내가 너무 밝게만 판단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평범하고 흔한 얼굴로 느껴졌다. 대신에 그녀를 본 사람들의 추악하고 악한 민낯이 느껴져서 불쾌한 느낌이 들었다.
누군가의 얼굴. 나의 얼굴. 그 얼굴들은 빈 껍데기이고 안의 마음이 투영되어 얼굴이 완성된다고 생각한다. 누가 괴물이고 누가 악한가. 영화 속에서 그 질문에 자유로운 사람은 아무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