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오웰 뒤에서 - 지워진 아내 아일린' VS '오웰의 장미'
현대 사람들에게 조지 오웰은 천재 작가로 이름이 나 있다. 그의 소설 동물농장과 1984로 인해 그는 유명세를 얻었고, 고전의 반열에 올랐다.
나 역시 그렇게 그를 생각해 왔다. 탁월하게 현실을 보고 정치 풍자를 하며 글을 잘 쓰는 작가! 그런데 다른 책을 읽게 되면서 생각의 전환을 하게 된다. 그리고 또 다른 책을 읽으면서 오웰이 얼마나 문장을 잘 쓰고, 현실과는 다른 이상향을 가진 이인지 알게 되었다.
두 책은 ‘조지 오웰 뒤에서’와 ‘오웰의 장미’이다. 먼저 오웰의 장미에 관해서 이야기하자면, 리베카 솔닛은 오웰이 장미를 심었다는 것을 알면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복잡한 세상에서 조금은 벗어난 웰링턴이라는 곳에서 지내면서 글 작업과 동시에 정원을 가꾼 것으로 작가는 설명한다. 그리고 그의 문장 문장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그가 얼마나 뛰어난 작가인지 이야기한다.
처음에는 이 책을 보고 다시 1984를 읽고 싶어졌다. 읽은 지 오래되었지만 읽으면서 느꼈던 재미와 오웰의 능력은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조지 오웰 뒤에서’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저자가 조지 오웰의 아내 아일린 오쇼네시에 관해 쓴 것이다. 여러 편지와 주변 인물들의 조사를 통해 말 그대로 오웰의 뒤에서 고군분투한 아내 아일린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조지 오웰 뒤에서
p.89
이제 한 명의 작가이자 한 사람의 아내가 된 나는 거장이라 불리는 남성 작가들을, 그 생각 없는 “20세기 중반의 여성 혐오자들”(이 자리에는 거의 모든 유명한 이름을 넣을 수 있다.)을 부러워하는 나 자신을 깨닫는다. 어떤 개인적인 이유로, 혹은 그들이 했던 작업, 여행, 총기류 소지, 성적인 기행 등등과 관련된 무언가 때문에 부럽다는 게 아니다. 아니, 어쩌면 그런 이유로 부러운 건지도 모르겠지만. 내게 가장 부러운 건 그들의 창작 환경이다. 그 남자 중 너무도 많은 수가 우주의 도덕적, 물리적 법칙을 거스르는 사회 구조로부터 혜택을 받았다. 그 구조에서는 여성의 보이지 않는 무급 노동이 그들에게 창작할 시간을, 따뜻하고 정돈되어 있으며 쿠션은 빵빵하게 부풀려져 있는 공간을 만들어준다.
p.90
다른 모든 귀중한 재화가 그렇듯 시간에의 접근 역시 젠더화되어 있다.
오웰의 장미
p.134
다시 말해, 의제는 빵이라 하더라도, 장미가 곁들여지게 마련인 것이다.
‘조지 오웰의 뒤에서’나 ‘오웰의 장미’는 책의 내용들이나 글 씀의 방식이 새롭다. 처음에는 읽기 어색한 부분들이 종종 나타나서 읽는데 방해가 되기도 했지만, 책의 내용이 쌓이면서 읽는 데 무리는 없었다.
이 두 책에서 생각해야 할 지점이 분명 존재한다. ‘조지 오웰의 뒤에서’를 쓴 작가의 해설에서처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기 위해서는 상상력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현실이 스스로를 ‘정상’으로 위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 아일린의 도움 없이, 그는 장미를 심을 수 있었을까? 그는 웰링턴과 그 외 다른 곳에서 지내면서 오로지 글을 쓰고 전쟁에 참전하고 리포트를 쓸 수 있게 도와준 이는 아내 아일린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출판사에 글을 보내고 그 글을 타자로 쳐낸 사람, 우화의 형식으로 동물농장을 쓰라고 조언한 사람, 그녀의 시의 제목을 차용해 1984라는 새로운 소설을 쓸 수 있게 한 사람은 그의 옆에서 철저히 지워진 아일린이었다.
지금도 종종 성역할에 관해 이야기할 때면, 여성과 남성 둘 중 하나는 기울어진 운동장에 가깝다. 결혼해서도 마찬가지이다. 아무리 가사 노동을 반으로 나누어도 그게 쉽게 되지 않으며, 아이가 태어나면 더더욱 그러하다.
지금도 그러한데, 그 시절의 아일린 오쇼네시, 즉 아일린 블레어 (조지 오웰의 본명은 에릭 블레어다)의 삶은 결혼 전과 후로 나뉜다. 그리고 그녀는 자궁근종과 여러 합병증을 앓는 와중에도, 자신의 병원비가 아까워 전전긍긍하다가 수술을 받던 중 사망하고 만다.
조지 오웰은 인기 있는 작가이다. 하지만 그의 아내를 생각하니, 불현듯 안타까움이 몰려와서 모든 것을 좋게만 보기 힘들어졌다. 그의 문장들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그의 문장을 가다듬고 타자를 쳐준 아일린이 눈에 선했기 때문이다.
언젠가 시간이 나면 사람들이 이 두 책을 읽어 보았으면 한다. 새로운 방식으로 책을 읽을 수 있고, 새로운 상상력과 사실을 책을 통해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