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말랭이 Nov 13. 2024

‘세상은 뭔가 이상하다.’

단편소설



혜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학교에서 배우는 것 중 어느 하나도 납득이 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앞에는 엔진과 동력분배기의 부품들을 상세히 정리해 둔 종이가 있었다.


그중 JA01부터 JA10까지의 내용을 외우는 것이 오늘의 수업 목표였다.


결국 참지 못한 혜나는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대체 이딴 걸 왜 외워야 하는 거죠?”


선생은 이마를 짚었다.


‘어째 하루도 조용히 넘어가는 일이 없냐…’


그녀는 조곤조곤 그 어린아이에게, 그것들을 외워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엔진과 동력분배기는 배에서 가장 중요한 장비야. 그리고 지금 외우고 있는 부품들은 그중 자주 고장 나는 것들이란다. 그래서 모두가 알고 있어야 하는 거야.”


하지만, 사춘기 여학생에게 그 말은 전혀 닿지 않았다.


그리고 그녀는 매번 중요한 것은 빼놓고 설명하는 선생님에게 강한 반감이 있기도 했다.


“자주 고장 나지 않잖아요! 제가 모를 것 같아요? 할아버지가 말해 주셨어요. 할아버지는 엔진 담당이신데, 엔진은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다고 그러셨단 말이에요!”


선생은 잠깐 눈을 감고 생각했다.


저 말을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그녀는 잠시 사실대로 이야기를 해줄까 고민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안 된다. 적어도 다른 아이들 앞에서는 그럴 수 없다.


그래서 그녀는 늘 하던 대로, 숨을 고르고 이렇게 말했다.


“언젠간 너도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 말에 혜나는 더욱 떼를 쓰며 교실을 시끄럽게 했다.


결국 선생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이렇게 외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


-


혜나는 학교를 마치고 곧장 집으로 왔다.


그리고 오자마자,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 안에 들어가서는 바로 책상에 앉아, 노트를 폈다.


공부는 아니었다.


그건 몇 달 전부터 하고 있는 그녀의의 은밀한 취미였다.


‘목성과의 거리는 5억 9천만에서 9.6억 km라고 했고… 분명 항법 장치에서 시속… 5만 km라고 했으니까…’


그녀는 계속 노트에 숫자를 휘갈겨 가며 무언가 열심히 계산했다.


‘가속, 감속을 고려해서 끝자리는 떼고… 아! 최대 거리도 계산해야지… 잠시만 단위가 틀렸나? 500일에서… 800일?’


그녀는 자신이 적어 온 궤적을 따라 실수한 부분이 있는지 찾아보았다.


하지만 그런 것은 없었다. 


그저, 그녀가 생각한 것과 결과가 너무 달랐을 뿐이었다.


곧 펜이 멈췄다. 


그리고 혜나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방금 계산한 것은 그냥 운항 시간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건 어른들이 숨겨 오던 세계의 진실에 대한 실마리였다.


혜나는 선생님, 아니 어른들이 매일 말하던 그 거짓말을 되뇌었다.


[우리는 목성을 향해 가고 있으며, 너희들이 어른이 되면 도착할 거다.]


‘하! 웃기고 있네! 아무리 길어도 3년이 안 걸리는데!’


그녀는 콧방귀를 뀌며, 속으로 소리쳤다.


심장이 빠르게 뛴다.


그 순간 그 멋 모르는 어린아이는 이상한 고양감에 빠졌다.


학교의 멍청한 아이들 중에, 자신만 진실을 알고 있다는 우월감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노트의 가장 뒤 페이지에 몰래 이렇게 적었다.


[증거 1. 목성까지는 길어도 3년이 걸리지 않는다.]


***


한 달쯤 지나서, 학교에서였다.


교실은 그 날따라 분위기가 달랐다.


 특히 반대편 끝에 앉은 한 아이가 이상했다.


그는 책상에 앉아서 멍하니, 하루종일 아무 말이 없다.


그냥 우울하다거나, 힘이 없는 정도가 아니었다.


마치 혼이 빠져 나간 듯, 동공이 완전히 풀려 있었다.


호기심 많은 혜나는 그 아이의 곁을 맴돌며 살펴보다가, 다른 아이를 붙잡고 무슨 일인지 물었다.


그리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민수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대. 사람들이 그러는데, '분노의 기사'가 다녀갔다나."


“어?… 뭐?”


“분노의 기사 몰라? 잘못을 하면 잡으러 온다는 기사. 과수원에서 몰래 과일을 훔쳐 내다 팔았었나 봐.”


“그래서?”


“그래서라니? 진짜 아무것도 몰라? 어제 민수 집에 찾아와서, 할아버지의 목을 뎅겅 자르더니 광장에 보란 듯이 걸어뒀잖아. 우욱, 더 이상은 설명 못 해.”


그가 입을 틀어막으며, 손짓을 하는 탓에 혜나는 다른 아이를 붙잡고 이어 물었다.


그는 아까 그 아이의 말을 똑같이 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그런데, 우리 할머니는 진짜 무서운 건 분노의 기사가 아니라고 했어.”


“그럼?”


“슬픔의 기사래, 그 사람은 절대 봐주는 법이 없거든.”


“그런데 아까부터, 분노며 슬픔이며 대체 무슨 소리야?”


“한쪽은 항상 화나 있고, 반대쪽은 울고 있거든.”


그녀는 그 말을 듣고 곰곰이 그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눈물을 흘리며, 검을 쥐고 있는 기사의 모습.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 모습은 무섭다기보다는 우스꽝스러웠다.


그리고 그녀는 수업 내내 그 모습을 상상하느라, 수업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런 그녀를 환상의 세상에서 꺼내려고, 선생님은 평소보다 크게 말해야 했다.


“이혜나! 듣고 있니? 아이를 만들려면 어떤 순서로 해야 된다고 했지?”


그녀는 깜짝 놀라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선생님의 손가락, 친구들의 시선 그리고 방 안의 공기가 모두 자신을 향하고 있었다.


당연히 그녀는 아무 말도 못했고, 교실에는 정적이 흘렀다.


잠시 후 반장이 그 분위기가 불편한지 손을 들고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위원회에 가서 신청을 한다. 두 번째 순번을 받는다! 세 번째 아이를 만드는 법을 배운다! 네 번째 위원회가 정해 주는 이성 중에 선택한다. 다섯째….”


***


혜나에게 세상은 참 좁다.


좁고 참 재미없는 세상.


그녀에게 세상은 학교와 집, 그리고 가끔 견학 가는 엔진룸과 농장이 다였다.


그녀는 사람이 죽는 것도, 태어나는 것도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갑자기 어머니의 배가 불러 오는 것도 그냥 살이 쪘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거의 풍선처럼 빵빵해지는 것을 보고 조금 이상하다 느끼기는 했지만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혜나의 집에 누군가 찾아왔다.


양복 차림의 그는, 키가 컸고 목소리는 차분했다.


그는 혜나에게 정중하게 인사하며, 우아하게 걸어 거실로 사라졌다.


그녀는 곧바로 그 남자를 따라갔다.


하지만, 집안의 어른들은 그녀를 그녀의 방에 가둬 두었다.


결국 그녀는 처연하게 방문에 귀를 대고 어른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나 엿들으려 했다.


그런다고 무언가 들리는 일은 없었지만 말이다.


-


한참이 지나고, 갑자기 거실에서 고성이 들려왔다.


어머니의 목소리.


혜나는 깜짝 놀라서, 몰래 거실로 나가 무슨 일인지 보았다.


거기에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할아버지가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그 남자는 이미 간 것 같았다.


그들은 시뻘진 얼굴로 화를 내느라, 혜나가 지켜보는 줄도 몰랐다.


그녀가 보기에 아버지는 할아버지를, 할아버지는 어머니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말이 무슨 말인지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피임, 허가, 불법, 유전병, 임신 등 어려운 단어 때문에 그녀는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혜나는 그저 가운데서 울고만 있는 어머니가 신경 쓰였다.


그녀는 어머니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았다.


하지만 그를 본 어른들은, 잠시 싸움을 멈추고 아이를 방 안으로 집어 넣었다.


그날은 밤늦게까지, 거실에서 수근거리는 소리가 났다.


***


그로부터 대략 두 달이 지나고, 갑자기 어머니의 비명 소리가 들렸다.


산통이었다.


비명 소리가 그만큼 컸던 건지, 아님 소문이 그만큼 빠른 건지,

곧 집 안으로 정말 많은 사람이 모였다.


혜나는 몹시 기분이 나빴다.


사람들의 반응이 영 이상했기 때문이다.


우리 엄마가 아픈 건데, 왜 그들이 웃는지 몰랐다.


그런 찝찝한 기분으로, 그녀는 자신의 어머니가 무언가 낳는 것을 먼 발치에서 지켜보았다.


다섯 번의 큰 비명, 그리고 수십 번의 신음 뒤에 갑자기 처음 듣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갓난아이의 울음소리


그 소리에, 집 안의 많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혜나도 그 아이를 보았다.


이제 막 나온 그 축축한 아이는, 무엇이 서러운 건지 양껏 울고 있다.


그제야 그녀는 사람들이 웃는 이유를 알았다.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것이다. 새로운 아이가 태어날 것을.


그렇게 한동안 사람들이 기분 좋게 지낼 즈음, 집에 갑자기 누군가 찾아왔다.


혜나가 예전 보았던 그 키 큰 남자였다. 


차분히 말하고 우아하게 걷던.


하지만 오늘 그는 그날과는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옷차림이 매우 달랐기 때문이다.


그는 쇠 갑옷을 두르고, 허리춤에 칼을 차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자, 누군가 이렇게 소리쳤다.


“세상에! 저건 슬픔의 기사!”


사람들은 순간 모두 고개를 돌려, 그 은빛의 사내를 보았다.


그는 그러던지 말던지 우아하게 사람들을 지나쳐, 산모가 겨우 숨을 고르고 있는 그곳으로 다가갔다.


그가 걸을 때마다, 찰랑찰랑 하는 금속 소리가 집 안에 고요하게 퍼져 나갔다.


그는 마침내, 그녀와 새로 태어난 아이 앞에 섰다. 


그리고 약간은 슬픈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저번에 말했듯, 이 중 한 명은 죽어야만 합니다. 사람의 수는… 정해져 있거든요.”


그리고 그는 허리춤에 칼을 서늘한 소리가 날 만큼 빠르게 뽑아, 갓난아이의 근처까지 휘둘렀다.


순간, 몇 명은 비명을 질렀고, 사람들은 수군거렸다. 


그러자, 그 기사가 이번엔 목소리를 조금 높여 이렇게 말했다.


“여기에, 아이 대신 희생할 사람이 있습니까?”


이번에는 칼을 공중에 한 번 내질렀다.


묵직한 검이 바람을 가르며 우웅 하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났다.


사람들은 조용했다. 아무도 나서는 이가 없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혜나의 어머니만이 그의 말에 대답했을 뿐이었다.


“제… 제가!”


사람들의 시선이 막 그녀에게 향했다.


막 출산을 마친 탓에 그녀는 별로 힘이 없었다.


또 잠깐의 정적.


잠시 후 기사는 그녀의 방향으로 한 발 앞으로 내디뎠다.


여전히 검은 쥐고 있었다.


그때,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소리쳤다.


“잠… 시만!”


혜나의 아버지였다.


그는 기사에게 달려가, 그의 다리를 붙잡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정말 한 명이 꼭 죽어야 하느냐고 다른 방법은 없겠냐고 말이다.


기사는 말이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잠시 그러고 있었다.


한쪽은 매달린 채, 다른 쪽은 멈춘 채


그런데, 다리를 붙잡고 있는 그의 머리에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따뜻한 물방울, 그것은 눈물이었다.


그는 고개를 들어, 기사가 우는 모습을 보았다.


그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찌저찌 사정하면, 잘 해결할 수 있을 거라고 여긴 것이다.


그는 대화를 잘 해보려, 그의 다리를 놓았다.


하지만 그건 실수였다.


그가 다리를 놓자, 기사는 바로 앞으로 크게 한 걸음 내디디며, 칼을 휘둘렀다.


아주 깔끔한 자세로 전혀 고민도 없이.


그는 옆구리 부근에서, 머리까지 검을 위로 올려쳤다.


그리고 검은 바람을 가르고, 정확히 혜나의 어머니의 목에 닿았다.


순식간이었다.


머리가 땅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나온 피는 마치 비처럼 사람들을 적셨다.


아무도 말이 없었다.


사람들은 너무 놀라서, 말은 물론 생각조차 멈췄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우리의 용감한 소녀, 혜나는 조금 달랐다.


기사가 검을 처음 뽑던 그 순간부터, 그녀는 부엌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찬장에서 과도를 꺼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녀는 너무 늦었다.


그녀가 다시 돌아왔을 때쯤에는, 이미 그의 칼은 어머니의 목을 갈랐기 때문이다.


그걸 본 혜나는 이성을 잃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칼을 꽉 쥐고, 자신의 원수 뒤에 섰다.


그리고 일순간, 전력을 다해서 그 날카로운 칼을 위에서 아래로 내리꽂았다.


꽤 강력한 공격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바람과는 다르게, 그는 강철의 갑옷을 입고 있었다.


결국 그녀의 칼은 허무하게 튕겨 나갔고, 기사는 깜짝 놀라며 뒤를 돌아보았다.


거기에는 열 살배기 어린아이가 과도를 들고 이성을 잃은 채 서 있었다.


“대체 우리 엄마를 왜!”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구경하던 사람들은 도망가기 시작했다. 


구경하다 목숨을 잃고 싶은 사람은 없었기 때문이다. 


혜나는 계속 외쳤다. 


왜 자신의 어머니를 죽였냐며, 세상의 부조리함에 소리쳤다.


그러자, 슬픔의 기사가 나지막하게 이렇게 말했다.


“진실을 알고 싶으냐? 그럼 따라와라. 내가 너를 납득시키지 못하면, 그때는 내가 그 칼에 맞아주마.”


기사는 혜나를, 평생 가본 적 없는 좁은 통로로 데려갔다.


그녀는 따라가면서도 여전히 과도를 꽉 쥐고 걸었다.


작은 틈만 있다면, 그녀는 거기로 칼을 꽂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갑옷엔 빈틈은커녕, 작은 흠도 없었다.


그러던 중, 기사가 먼저 말을 걸었다.


“그래, 무엇이 잘못이라고 생각하나?”


“왜 우리 엄마를 죽인 거죠?”


“그건 그녀가 선택한 거야. 분명 나는 기회를 줬었지.”


“선택이라니요?”


“규칙은 중요해. 반드시 지켜야 하지. 이 배에 모든 것들은 다 정해져 있지. 그중 어떤 것도 절대 바뀌어서는 안 되는 거야.”


좁은 통로를 한참 동안 따라가니, 천장이 탁 트인 아주 넓은 방이 나왔다.


혜나는 그렇게 천장이 높은 곳은 처음이었다.


그녀가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기사는 서랍에서 두꺼운 책을 한 권 꺼내어 들고 왔다.


그리고 그는 그 책을 혜나의 앞에 던졌다. 


묵직한 책이 바닥에 부딪히며 둔탁한 소리가 났다.


“읽어라. 그걸 읽으면 더 물을 필요는 없을거야.”


하지만 그 말에 그녀가 납득할 리 없었다.


“우리 엄마 왜 죽였냐고요!”


“애초에 그 여자는 네 엄마도 아니야. 그리고 너는 모르지만, 나는 기회를 많이 줬어.”


잠깐의 정적, 그리고 그녀의 되물음.


“하?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를?”


“정말이야. 가끔 있지, 너희 부모 같은 부류가. 안 될 것을 알면서도 굳이 해 보아야 하는 부류. 처음 너희 부모가 결혼할 때부터 나는 경고했어. 절대 둘 사이에 아이는 가질 수 없다고 말이야.”


“그게 무슨 소리인가요. 허가만 받으면 누구라도…”


“아니, 너희 부모는 절대 허가를 받을 일이 없어. 바로 유전병 때문이지. 사실 네 부모는 따로 있어. 바로 네가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그 사람이야. 방금 죽은 그 여자가 아니라.”


그녀는 놀라, 과도를 떨어뜨렸다.


그러자, 그 기사는 얼른 그것을 뺏었다.


그도 그 갑옷을 벗고 싶어 답답하던 참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갑옷을 벗으며, 이렇게 덧붙였다.


“쯧, 결국 자기 핏줄이 가지고 싶었던 거지.”


-


혜나는 계속 그 기사에게 물었다.


유전병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왜 사람 수는 정해져 있는지를 말이다.


하지만 그는 그때마다 그 책을 읽으라고 했다.


결국 그녀는 그의 말대로 책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책의 이름은 [인간 통제 매뉴얼]이었으며, 맨 앞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대들이 인류의 희망이다. 하지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삶을 남긴 것에 대해 먼저 미안하다는 말을 전한다. 우리는 패배했다. 어떠한 인공지능도 안전하지 않다. 오직 인간의 마음과 정신만이 믿을 수 있다.


하지만 인간은 완전하지 않다. 우리는 이기적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도 그의 자녀나 손자는 어떨지 모른다. 따라서 4만 년의 긴 항해를 위해서는, 우리는 아주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관리자는 명심해라. 중요한 것은 시스템이다. 때로는 속이고, 겁주고, 죽이더라도 전체가 움직이도록 만들어라. 


다시한번 명심해라. 그대들이 책임지고 있는 것은 천 명의 사람이 아니라, 인류 전체이다. 냉동된 수십억 개의 배아다.


이 책에 우리가 담을 수 있는 모든 것을 담았다. 세부 사항까지 모두 기록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그때그때 보충해 주었으면 한다. 안드로메다까지 그대들이 반드시 닿기를 바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